해외취재 '울산, U ZERO' 를 꿈꾸다 - 3. 서울, 제로웨이스트숍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제로웨이스트' 선진 사례 들을 살펴봤다. 작은 생필품 가게와 디자인 업체, 식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하고,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개인을 넘어 국가와 지자체, 기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국민들의 인식 전환과 실천이 동반돼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제로웨이스트가 아직은 낯선 우리나라에서도 쓰레기 '0'를 외치며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한 도전에 나선 선두주자들이 있다.
특히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가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제로웨이스트숍, 우리 동네 '자원순환 거점센터'
2020년 6월 서울에서 문을 연 알맹상점은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시장을 개척했다. 무포장 제품들을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숍으로 판매 형식의 큰 틀은 앞서 취재한 빈의 룬처스와 비슷하지만 여기에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더해 '한국형'으로 거듭났다는 점이 독특하다.
알맹상점이 동네의 '자원순환 거점센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취재한 제로웨이스트 숍들이 질 좋은 포장 없는 제품들의 판매 역할에 집중했다면 알맹상점은 판매는 물론 올바른 재활용 방법에 대해 캠페인을 펼치며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들을 수거·분류 하는 등 한 차원 더 나아간 공간으로 발돋움 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그대로 폐기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이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재활용 체계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물품들이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수거하고 재활용되는 곳으로 보내 쓰레기는 줄이고 제품으로 새로 만드는데, 종이팩은 재활용 휴지로, 테트라팩은 키친타올로, 커피 원두가루는 커피 화분·볼펜·연필로 만들어 판매한다.
쓰레기 쿠폰도 제공한다. 직접 가져온 쓰레기를 제품별로 분류하면 무게에 따라 도장을 찍어주고 12개를 채우면 쓰레기로 만든 선물 또는 대나무 칫솔을 받을 수 있다.
오픈 초기 한 달 동안 약 40kg의 폐기물을 수거했다면 지금은 한 달에 500kg 이상의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취재 차 평일 오후에 방문한 알맹상점 안에는 손님들이 빼곡했다. 우선 매장 문을 열기전부터 문 앞의 커뮤니티 공유센터가 눈길을 잡아 끌었다. 아직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지만 필요가 없어진 물건을 기부하는 곳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소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을 따라 각종 세제와 샴푸, 린스, 화장품 등이 벌크 용기에 담겨 줄을 지어있는 리필스테이션이 마련돼 있으며, 사고 싶은 제품을 빈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아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고 계산하면 된다. 1g 단위로 구매할 수 있어 소량 구매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용기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도 문제 없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 공병을 구매하거나 기부된 빈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기부된 용기들은 세척과 건조, 소독이 완료된 상태다.
알맹상점 이주은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자원회수시스템과 자발적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게하는 '쓰레기 어택' 들을 하고 있다"라며 "쓰레기가 외면받아야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게 하는 모습들이 생겨난 것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여러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중요하고 연대의 힘이 중요하다. 그래야 목소리가 커지고 힘이 생길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라며 "전국의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샵들과 연대해 기업과 국가의 제도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함께 서명을 받고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회용컵 보증금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만개의 테이크 아웃 컵을 모았고 만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2021년 7월에는 서울역에 알맹상점 2호점도 문을 열었다. 기존의 알맹상점과 동일하게 분리수거 쓰레기를 수거하고 친환경, 리필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까페가 더해졌다.
까페에는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 가능한 컵에 음료가 제공되는데, 음료를 다 마신 뒤에는 가게 한켠에 마련된 싱크대와 자동 컵세척기에서 직접 컵을 새척하고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수거함에 넣어진 컵들은 전문 세척업체로 보내지며, 7단계의 살균 소독 과정을 거쳐 재사용 된다.
기자는 서울역 알맹상점에서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골라 샴푸를 구매했는데 서울시 제로마켓 사업 비용 일부로 진행되는 할인 이벤트로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 쓰레기와 전쟁, 서울시 '제로웨이스트'에서 해법 찾아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울시는 제로웨이스트를 적극 지원해 가고 있다. 매립지나 소각장, 바다로 쓰레기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목표다.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인데 소비자와 민간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다회용 컵·배달용기 사용 인프라를 구축해 쓰레기 없는 매장의 확산을 유도하는 장기프로젝트다.
대학 내에서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사업을 진행하고, 다회용컵 무인 회수기 600대를 서울 곳곳에 설치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은 배달음식 업계와도 손을 잡고 다회용기 음식 배달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제로마켓'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 유통 매장과 동네 꽃가게·반찬가게 등도 포장재 사용을 줄이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한살림·생협·녹색가게 등 기존 친환경 매장 내 제로마켓 코너 개설도 지원한다.
또 소규모 민간 제로웨이스트 매장과 다양한 형태의 제로마켓을 지원하는 '민간 제로마켓 활성화 지원 사업'을 추진, 200~8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상점의 위치정보를 디지털 지도를 통해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된 서울시 폐기물 양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25만5,780톤에서 13만5,824톤으로 47%가량 감소했다.
시는 생활폐기물 매립량과 소각량이 모두 감소한 것은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 등 쓰레기 발생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재활용 정책 등에 대한 시민 참여가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2025년까지 서울시 내 카페의 일회용컵 퇴출과 2026년까지 제로마켓을 1,000곳으로 확대하며 2030년까지 서울시 모든 동에 제로웨이스트 매장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백주희 기자·사진=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