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정원도시 꿈꾸는 울산 북구, 유럽 정원서 해법을 찾다 - 2.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왕궁을 통해 잘 보존돼 온 왕의 정원을 살펴봤다. 왕궁이라는 매력적인 랜드마크에 정원이 포함돼 있어 조명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소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서야 정원 하나를 보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여행지에서 특별히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봐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대표하는 레티로 공원과 사바티니 정원은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마요르광장을 비롯해 지역 대표 랜드마크 인근에 있어 도보로 도시를 여행하는 중간 코스이자 최고의 쉼터다. 정원을 조성할 때 이 같은 위치적 요소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드리드의 허파 레티로
레티로(Retiro) 공원은 스페인의 전성기 시대인 펠리페 2세가 건립한 별궁에 딸린 정원이었다. 이후 펠리페 4세 시대에는 궁전과 정원으로 구성됐는데, 나폴레옹 전쟁으로 파괴돼 현재의 모습으로 전해온다고 한다. 귀족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정원은 1868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됐는데, 마드리드 시내 한복판에 무려 143ha(약 43만평)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에 1만5,0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식재돼 있어 시민들의 대표 쉼터가 됐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6월, 낮 최고기온이 40도로 무더위였지만 공원 입구 초입부터 나무 그늘이 드리운 잔디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앉아 책을 읽거나 음식을 나눠 먹는 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몇몇 주민들은 아예 누워서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잠시 후 장미꽃으로 이뤄진 테마정원이 나왔고, 드넓은 공원을 계속 걷다보니 주민들보단 관광객으로 보이는 인파들이 점차 늘어났는데,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레티로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이를 구경하며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황혼을 보기 좋은 사바티니 정원
사바티니 정원은 마드리드 왕궁 북쪽에 있는 정원으로 전형적인 프랑스 양식의 네오클래식풍으로 조성됐다. 18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프란체스코 사바티니(Francesco Sabatini: 1722~1797)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잘 손질된 나무 울타리가 둘러져있으며, 전체적으로 완벽한 대칭 구조의 기하학적 형태로 꾸며져 있다. 정원에 빽빽이 들어선 나무는 자연 상태로 자라는 것과 기하학적 형태로 손질한 것이 혼재돼 있다.
정원 안에는 연못, 분수대 등과 함께 곳곳에 알폰소 6세(Alfonso Ⅵ)를 비롯해 에스파냐 국왕들의 조각상이 배치돼 있다.
정원 조성은 1933년에 시작해 1970년대 후반까지 완료되지 않았는데, 1978년 당시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Juan Carlos Ⅰ)가 일반 대중에게 공개한 후 마드리드 시민들의 조용하고 쾌적한 휴식처로 애용되고 있다.
이 정원은 특히 황혼을 목격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다. 해질녘에 분수, 나무, 흰색 대리석 조각으로 둘러싸인 정원 중앙의 큰 연못에서 노란색과 붉은 색조가 궁전의 회색 돌의 색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볼 수 있다.
#레티로를 지나 마요르 광장까지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 중앙역인 아토차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레티로 공원을 둘러본 뒤 북쪽으로 나오면 독립광장에 '푸에르타 데 알칼라(Puerta de Alcala)'라는 개선문이 나오는데, 석재 조각상과 우아한 조각 작품이 많아 여행객들이 꼭 거쳐간다.
개선문을 지나 서쪽방향으로 내려오면 시벨레스 광장이 나온다 두 마리 사자가 끄는 전차를 탄 시벨레 여신을 형상화한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의 시벨레스 분수를 볼 수 있다.
큰길을 따라 다시 서쪽방향으로 걷다보면 마드리드 중심지 역할을 하는 '솔 광장'(푸에르타 델 솔, Puerta del sol)이 나온다. 이곳은 마드리드 주요 도로가 모두 연결돼 있고, 광장 중앙에는 카를로스 3세의 동상과 분수가 서 있는데 만남의 장소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솔 광장의 시그니쳐인 '곰과 마드로뇨 나무 동상'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 한 컷은 필수다.솔 광장에서 300m가량 더 걸으면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다 같이 즐겨 찾는 상점, 카페 등이 들어선 분주한 곳 마요르 광장이 나온다.
이곳은 매년 마드리드시의 수호성인 성 이시드로 축제가 열리고 매주 주말이면 광장에서 야외 골동품 시장이 열린다. 가로 90m에 세로 109m의 넓이로 유럽에서 가장 큰 공공광장 중 하나이다.
#마요르 광장에서 사바티니 정원까지
마요르 광장 서쪽으로 나오면 '산 미구엘 시장(Mercado de San Miguel)'이 나온다. 관광객들에게 지역 재래시장은 필수 코스 중 하나인데, 이곳 역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인파가 붐빈다. 시장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하몬, 치즈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며 백화점의 푸드코트처럼 깔끔한 분위기로 조성돼 있다.
시장을 지나 서쪽으로 500m가량 걸어 내려오면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la Real de la Almudena)을 볼 수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마드리드 대교구 대성당으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알무데나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마드리드 왕궁이 나온다. 동쪽에 있어 '오리엔테 궁전'으로 불리는데, 에스파냐 왕의 공식 거처인 곳이나 공식 행사에만 사용되고 실제로는 왕가가 거주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는데, 총 2,800여 개의 방 중 50개 정도의 방을 개방한다.
왕궁 북쪽으로 올라가면 사바티니 정원이 나온다. 오랜 도보로 지쳐있는 심신을 달래기 위해 아름다운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면 마드리드 도시여행은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마무리 할 수 있다.
정원에서 북쪽으로 더 걸으면 스페인 광장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돈키호테로 유명한 세르반테스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글=김상아 기자
사진=우성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