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정원도시 꿈꾸는 울산 북구, 유럽 정원서 해법을 찾다 - 4. 스페인 발렌시아

2022-10-26     김상아 기자
스페인 발렌시아의 랜드마크인 투리아 정원과 예술과 과학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에서 소개한 정원이 유구한 역사와 함께 조성돼 사람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면, 스페인 발렌시아의 투리아 정원은 현대에 와서 상황에 따른 필요성으로 조성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탄생 과정만 놓고 보면 새롭게 도시정원을 조성하려는 지자체에 가장 참고할 만한 사례로 보인다.

특히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이 선거운동 당시 공약으로 내 걸었던 '과학도시'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의 정원이기도 한데, 그 면모를 살펴본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투리아 정원
 

#발렌시아의 랜드마크 투리아 정원의 탄생

스페인 남동부 해안에 위치한 발렌시아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스페인 3대 도시로 꼽힌다. 지중해에 위치한 주요 항구로 유구한 유산을 보유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도시이며,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인 파에야(Paella)의 고장이자 오렌지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발렌시아는 공공 정책에서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데, 그 중 하나가 투리아 정원(Turia Gardens)이다. 발렌시아 지도를 보면 서울의 한강같이 발렌시아를 가로지르는 초록색 줄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투리아 정원이다.

투리아 정원은 스페인에서 가장 큰 도시정원 중 하나다. 발렌시아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아름답고 평온한 정원이지만 탄생 과정은 매우 극적이다.

발렌시아는 역사적으로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도시였다. 지중해 기후로 인해 가을에도 수증기가 많이 증발하는 특징이 있었다.

그러다가 1957년 발렌시아 대홍수가 발생했다. 발렌시아 대부분이 물에 잠겼고 100여명의 사람이 죽거나 실종됐고, 재산피해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이에 스페인 중앙정부와 발렌시아 정부는 'Plan Sur(사우스 플랜)'이라는 프로젝트를 계획, 투리아강의 물줄기를 발렌시아 남쪽으로 돌렸다.

이후 도시 계획가와 조경 전문가가 원래 강바닥이었던 곳에 야자수와 오렌지 나무를 심고 연못과 분수도 만들어 이전 강의 풍경을 재현, 정원을 조성했다.

정원 면적은 총 120ha로 총 13구간으로 나눠지며 정원을 따라 흐르는 강 9km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이른다.

이 정원의 조성과 함께 정원 남부 중앙역 근처에만 위치했던 시가지가 북부에도 설립되며 인구 분산이 이뤄졌다. 정원의 동쪽 끝 바다로 이어지는 곳에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가 설립됐는데, 현재의 발렌시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발렌시아 예술과 과학의 도시에 조성된 인공 연못에서 방문객들이 투명보트를 타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발렌시아 최고의 도시정원 투리아

화려한 정원, 박물관, 세계적 수준의 동물원, 역사적 건축물, 그리고 과학도시를 모두 볼 수 있는 투리아 정원은 연간 700만명의 방문객이 발걸음하고 있다.

공원의 서쪽 끝에 위치한 비오파크 발렌시아 동물원에서는 아프리카 서식지를 그대로 재창조한 구역에서 코끼리, 고릴라, 멸종 위기의 여우원숭이와 같은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투리아 정원은 18개의 다리로 구성돼 있는데, 아데무스 다리와 아르테스 다리사이에 위치한 정원에서는 피크닉과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식물원과 발렌시아 현대미술관, 매년 재즈 페스티벌과 음악 이벤트를 여는 콘서트홀, 발렌시아 구시가지 성벽 문 중 하나인 '토레 데 세라노스'도 볼 수 있다. 1만1,000여 종의 식물이 있는 장미 정원도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예술과 과학의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렌시아를 찾고 있다.

장관을 자랑하는 듯한 미래지향적인 건물 8개가 조성돼 있고, 중간중간 특이한 조각 등 전시물이 함께 어우러진다,
 

투리아 정원 동쪽 예술과 과학의 도시에 조성된 트랙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학도시를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이 건물들을 둘러싼 옥색 물빛의 인공 연못인데, 마치 해상 위 미래도시를 연상케 했다. 이 연못에는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발렌시아 주민들, 투명 카누와 보트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 투명한 워터볼 안에 들어가 연못 위를 걷는 체험객 등 다양한 레저활동을 하는 인파들이 눈에 들어왔다. 레저를 즐기러 오는 인원만 연간 74만명에 달한다.

투리아 정원의 모든 구간은 발렌시아 시내 중심에서 편안하게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며, 공원을 따라 대중 버스도 여러 곳에 정차한다. 또한 특별히 만들어진 두 개의 지하철역, 알라메다와 투리아 역도 있다.
 

발렌시아 지속가능한 정원서비스 과장으로 재직중인 호세 이그다시오 라콤바 안두에사(Jose Ignacio Lacomba Andueza)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투리아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리아 정원 지속가능한 유산

발렌시아시 지속가능한 정원서비스 과장으로 재직중인 호세 이그다시오 라콤바 안두에사(Jose Ignacio Lacomba Andueza, 나초 라콤바)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도 큰 공원이 있지만 발렌시아는 도시정원이기 때문에 더 자부심이 크다"며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발렌시아 출신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설계한 예술과 과학의 도시는 투리아 정원이 자랑"이라고 설명했다.

투리아 정원을 보존하기 위해 95명의 정원사가 관리하고 있는데 1년 유지비만 800~1,000만 유로가 들어간다는데, 발렌시아의 대표적인 재산인 만큼 투입되는 예산도 막대함을 알 수 있다.

나초 라콤바는 "투리아 강은 우리의 것이고 녹색존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도시의 표어"라며 "올해가 정원의 첫 번째 구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된지 35년 된 해다. 앞으로도 친환경적으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사진=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