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울산, U ZERO' 를 꿈꾸다 - 4. 울산, 지속 가능성 숙제로
울산에도 제로 웨이스트의 바람이 늦게나마 조금씩 불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몇 곳 생겼고, 교육 주제로 활용되고 있다. 작지만 분명하게, 탄소 중립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취재진은 울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친환경 상점인 '용기없는상점'과 울산시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땡땡마을'(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을 방문해봤다.
#울산에도 싹 트는 제로웨이스트, 지속가능성은
"코로나19가 계기였어요. 일회용품 사용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거죠."
용기없는상점 관계자는 고객들의 방문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구매한 물건을 사용해보니 품질이 마음에 들어서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용기없는상점이 문을 연 이유도 이와 같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에 선정된 북구종합사회복지관은 지난해 10월 울산항만공사의 후원을 받아 복지관 내 공간에 제로웨이스트 샵을 열게 됐다. 사회적 문제를 주민들의 참여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곳에는 사회적기업 3곳과 기업 1곳 총 4곳의 제품의 입점해 있다. 지역 동아리 회원들이 만든 자연소재 수공예 제품도 판매된다. 판매 물품도 다양하다. 양말목을 모아 만든 안마봉, 친환경 주방세제, 대나무 칫솔, 자개 그립톡, 천연밀랍을 먹여 만든 밀랍랩 등 감성적인 디자인과 실용성까지 챙긴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수익금은 입점 기업에게 배분하고, 10% 가량은 운영에 사용된다.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면서 가게 카운터를 지키고, 라탄공예·EM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친환경 관련 클래스들도 운영 중이다. 클래스는 몇 분만에 수강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다.
"주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운영 1년이 다되어 가는 시점에서 느끼는 주민들의 반응이다. 하지만 아직 문턱이 높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여다보긴 해도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호기심이 발걸음으로 옮겨지는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기없는상점 관계자는 "비싸고 번거롭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 기성품과 동일하게 쓸수 있거나 더 튼튼한 것도 많다"라며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후원을 받아 시작한 용기없는상점은 향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친환경제품 특성상 단가가 높은 편인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에 있는 몇몇 제로웨이스트 샵도 오프라인 고객만으로는 수익이 어려워 온라인 스토어를 병행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 물건을 사용하는 게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신념이 모여 울산에서도 친환경 상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자원순환 모두가 고민해야...교육이 시발점돼야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상북면에는 폐교 하나가 있다. 구 궁근정초등학교였던 학교 건물은 현재 울산시교육청 기관인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땡땡마을'로 조성,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됐다. 운동장에 조성된 텃밭과 허수아비, 알록달록한 조형물이 반갑게 맞이해주는 '땡땡마을'은 주민 공동체 공간이다.
카페, 도서관, 회의장, 모임방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커뮤니티 호호'를 비롯해 농사·음악·흙공예 등 다양한 체험교실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 공간도 10여곳 조성돼 있다. 울산시민 누구나 선생님과 학생이 될 수 있고 된장을 담거나 용접을 배우고, 빗자루를 만들기도 한다.
이 공간의 특징은 '자원순환'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버려진 목재나 재활용품으로 주민들이 소품, 장식품, 가구 등을 만들어 공간을 꾸미고, 주민들이 기부한 옷은 복도에 두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운영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 '자원순환 가게'가 눈길을 끈다. 학생들과 주민들이 폐목재를 이용해 그럴싸한 재활용장도 만들었다.
도심이나 아파트는 분리배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주택지역이나 시골은 체계적인 분리배출이 힘들어 이를 돕고자 추진됐으며, 청소년 프로젝트팀 학생들이 10가지로 분류·배출하는 과정을 직접 진행했다.
김미진 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 운영실장은 "우리는 페트병을 잘 분리 배출하는게 목적이 아닌, 페트병을 덜 쓰는 것이 진짜 목표가 돼야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는 페트병을 개인의 문제만으로, 그렇다고 사회의 문제만으로 탓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럼 이 두 가지가 함께 해결돼야하는데 이런 인식을 가진 시민들로 성장시키자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은 사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미 세상에 나온 자원을 다시 사용한다면 더 나올 쓰레기들 역시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 땡땡마을의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학생들이 지속할 여력이 되지 않자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운영실장은 "아이들은 가치만으로 움직이기 힘들다. 결국 공익적인 목적의 일자리가 만들어져 담당자가 정해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가 세세하게 다 분리배출을 해도 수거해가는 과정에서 다 합쳐서 가져가버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원순환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김미진 운영실장은 "주변에 자원순환이나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지속하기는 어렵다"라며 "기업과 지자체에서 사회적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평소 교육현장에서 자원순환에 대해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백주희 기자 qorwngml0131@iusm.co.kr
사진=김지은 기자 fantastig@iusm.co.k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