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조망권 논란 호텔 조건부 의결 … 업체 · 주민 ‘불만족’
강동산하지구 숙박시설 건축재심의 주차장 위치 이전 · 내진 보강 추가 시행사 "구조상 비현실적 요구" 난색 입주민 "구청 상대 행정소송" 반발
▷속보=울산 북구 산하동의 한 아파트 앞에 호텔 건설을 두고 일조권·조망권 훼손을 주장하는 입주민과 법적 하자가 없으며 충분한 보상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는 시행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본지 2022년 10월 20일자 7면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북구청이 해당 사업을 조건부 의결하면서 시행사가 편을 들어준 듯했다. 이에 입주민들이 곧바로 민사·행정소송을 예고한 데다, 정작 '조건부 의결'을 받아낸 시행사도 "구청이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놨다"는 입장이어서 북구청이 양측 모두의 불만을 산 '루즈-루즈(lose-lose)'스런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울산 북구는 14일 오후 2시 구청 3층 상황실에서 관계 공무원, 교수, 전문업자 14명으로 구성된 건축위원회를 개최하고, '강동산하지구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건축재심의를 가졌다. 앞서 북구는 KCC 스위첸 아파트 입주민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주차장 확보 등이 사업 추진 상 부실한 부분이 많다며 첫 건축심의위원회서 해당 사업을 재심의할 것을 의결했다(본지 2022년 10월 27일자 6면 보도).
강동동 KCC 스위첸 입주자들로 구성된 'KCC 스위첸아파트 입주민 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건축심의위원회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오후 1시부터 북구청 앞에서 호텔 건립 반대 집회를 열었다. 40여명의 주민들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는 "아파트 조망 다 가리는 호텔 건립 절대반대", "주민우선 명품북구는 말뿐이냐, 북구청은 각성하라" 등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진욱 비대위원장은 "20층 규모 호텔 건축은 아파트 주민들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조권·조망권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며 "주거지역이나 다름없는 곳에 법상 상업지역이란 이유만으로 건축을 강행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느냐"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바람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북구 건축심의위원회는 해당 안건을 조건부 의결했다.
위원회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설계지진(유효지반가속도) 0.22g 구조를 반영하고, 건축 필지 중 가장자리에 설계했던 기계식 주차장을 가운데 필지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먼저 '설계지진'은 내진 규정에 따라 건축물이나 공작물이 저항해야 하는 지진 효과를 뜻하며, 위원회는 기존에 시행사가 가져온 0.2g 구조안보다 0.02g을 추가해 내진 설계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건물이 해안에 입접한 데다 동해안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는 만큼 지진과 해일 피해를 대비토록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계식 주차장은 본래 시공사 설계상 가장자리에 위치한 필지로 예정됐으나, 위원회는 해당 주차장의 폭과 높이가 과도해 아파트 일조권·조망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판단하고 가운데 필지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시행사는 설계지진 0.22g 구조 반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기계식 주차장 이전은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난색을 표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이미 설계상 가장자리 필지를 기계식 주차장으로 지정하고 설계가 이어졌다. 애초에 호텔 설계가 가로로 길게 연결된 구조인데, 여기서 주차장만 떡하니 떼어내는 게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단 자세한 내용은 시공사·설계 측과 검토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건부 의결을 받아내고도 웃지 못하는 시행사와는 별개로, 해당 소식을 접한 KCC 스위첸 입주민들은 북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이진욱 비대위원장은 "북구청의 결정에 굉장히 실망스러우며, 시행사가 조건부를 모두 충족하고 착공에 들어간다면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계획"이라며 "또 공사 도중 사소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방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주민과 시행사 양측 모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북구는 이번 위원회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