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귀 철새 발견되는 울산의 하천환경
울산을 두고 흔히 산수가 조화를 이룬 풍수의 최고 명당이라고 부른다. 영남알프스로부터 흘러나온 수맥이 동해로 이어지는 수맥의 정기가 구릉과 벌판을 적시는 땅이다. 가지산 자락, 여러 겹의 골짜기에서 물길이 합쳐져 울산 땅을 에둘러 흐르는 모습을 두고 옛 선조들은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울주 9봉 1,000m 급 산맥이 양기를 뿜어내고 그 기운이 흘러 바다로 달려가는 지점이 태화강 하구다. 그 하구에 4계절 철새가 군무를 펼친다. 이제 그 풍경이 울산의 자랑이 됐고 철새의 낙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 희귀종들의 귀착지, 생태 보고 입증
지난 2021년 울주군 언양읍 구수리 태화강에서 낯선 오리 한마리가 사진작가들의 렌즈에 담겼다. 검은색 장발 머리에 허리와 옆구리는 반달무늬가 눈에 띠는 ‘호사비오리’였다. 멸종위기1급 야생생물로 분류된 이 오리의 발견은 태화강의 건강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 태화강에 올 겨울 새로운 진객이 렌즈에 잡혔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였다. 지난해 말부터 태화강 하구 동천강 합류지점에서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태화강 철새 조사를 하던 요원들에게 발견됐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울산에서 관찰된 것은 2008년부터 태화강과 동천 일원에서 철새 조사가 시행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3일에는 북구 정자 일대에서 ‘논에 학이 보인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재두루미 1마리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국제적 보호종이다. 재두루미는 극동아시아에만 분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연천·포천, 임진강, 한강,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순천만 등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두루미의 발견은 학의 귀환 알리는 신호
울산에서 학이 사라진지는 꽤 됐다. 학과 같은 종인 재두루미는 지난 2017년 12월 12일 울주군 온양읍 미나리꽝에서 그물에 걸려 날개를 다친 한마리가 발견된 일이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먹이가 풍부하고 환경이 좋아 큰 방해가 없다면 이번에 관찰된 새들이 울산에서 겨울을 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철새들이 안전하게 머물도록 지속해서 관찰할 것이며, 시민들도 가까이 접근하거나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관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발견을 두고 생태환경이 좋아진 증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울산의 생태환경이나 철새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가 아니라 특정 개체 한마리가 발견된 부분은 아무래도 이동 중인 철새 무리 가운데 특정 개체가 낙오됐을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울산을 찾아온 겨울 진객이 서식 환경에 제대로 적응해 봄철에 다시 북쪽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또 다른 개체가 울산을 찾아올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이다.
# 겨울 진객들의 군무, 서식은 태화강의 낭보
울산의 겨울철에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들이 찾아와 노을진 삼호 대숲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는 것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됐다. 실제로 겨울 진객 두루미 군무를 보면 그 장관은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겨울철에만 태화강의 철새가 관광상품인 것은 아니다. 겨울철에 까마귀가 있다면 여름철에는 백로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화강에는 쇠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황로, 흰 날개 해오라기 등 7종에 8000여마리가 여름철마다 2세를 키워낸다. 겨울 떼까마귀와 여름 백로는 울산의 차별화된 관광상품이다.
이와 함께 태화강 주변에는 철새와 텃새 등 총 127종의 새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다. 태화강이 철새들의 땅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먹거리와 휴식 그리고 잠자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울산의 생태환경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이같은 결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지난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태화강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11.3㎎/ℓ)이 급수 외 판정을 받을 정도로 수질이 나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등급(1.5㎎/ℓ) 수질을 이끌어냈고 그 수질이 유지되고 있다. 생물 종 지표조사에서 어류 73종, 조류 146종, 식물 632종, 포유류 23종, 양서·파충류 30종 등 1,000여종의 서식이 확인됐다. 멸종위기종도 190종 가운데 31종도 관찰되는 생태의 땅이다. 국제적으로도 철새의 낙원으로 인정받은 태화강을 이제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가 문제다. 핵심은 더 이상 인위적인 시설이나 조치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태화강 일대의 수많은 개발 계획들도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생태복원은 유지관리가 어려운 일이다.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