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무법 오토바이’ 폭증, 단속에도 속수무책
20년 9854건서 22년 1만3,680건 칼치기 · 번호판 미부착 등 수두룩 굵은 자물쇠 · 테이프 부착 얌체족도
지난 7일 울산 남구 공업탑 인근에서 운전 중이던 윤모(20대)씨는 차량 앞으로 끼어든 배달 오토바이 2대 때문에 추돌사고를 낼 뻔했다. 두 오토바이는 안전모도 쓰지 않은 채 달리는 차들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며 소위 '칼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차들이 경적을 울려도 잠깐 뒤돌아볼 뿐 제 갈 길 가기 바빴다. 화가 난 윤씨는 차 블랙박스 영상으로 신고하려 했으나 오토바이 뒷면에 번호판이 떼어져 있어 헛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울산지역 이륜차 교통사고·단속 매년 증가세
최근 3년간 울산지역의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상자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륜차 대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데, 앞의 사례처럼 앞면 번호판이 없는 데다 일부 '얌체' 운전자들은 뒷면 번호판까지 떼거나 가려놓는 경우가 허다해 단속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9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단속 건수는 △2020년 9,854건 △2021년 1만2,270건 △2022년 1만3,680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 전후 편차가 굉장히 큰데, 바로 전해인 2019년 5,179건 대비 무려 90.3% 폭증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1위 신호위반(3,753건→4,246건→5,359건), 2위 안전모 미착용(2,629건→2,225건→2,349건)으로 절반 가량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중앙선 침범, 인도주행, 지정차로 위반 등이다.
교통단속 건수가 매년 느는 만큼 자연스럽게 사고로 인한 사상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상자는 △2020년 479건(610명, 6명 사망) △2021년 492건(617명, 7명 사망) △2022년 543건(695명, 6명 사망)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사고 건수가 500건을 넘어섰고 사상자도 700여명에 육박했다.
울산에 등록된 이륜차 대수는 2020년 6만4,100대에서 2021년 6만2,000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6만3,000대로 다시 1,000대 가량 늘었으며, 이중 동구가 2만4,600대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 "이륜차 '전면번호판' 없어 단속 어려워"
경찰은 매년 집중단속 기간을 두고 있지만, 차 앞면에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마다 매년 이륜차 집중단속을 실시하지만 단속카메라가 이륜차 뒷면은 인식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교통경찰이 일일이 따라 붙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륜차로 인한 교통사고와 사상자가 매년 늘자 지난 대선 기간 여야 모두 이륜차 '전면번호판' 도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할 공간이 부족한 점 등을 이유로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한 데다, 대신 올해 도입하기로 한 '후면 번호판 단속 장비'도 올해 예산으로 10억원이 책정돼 25대만 설치된다.
#있는 번호판도 꼭꼭 숨기는 얌체족 '수두룩'
이런 가운데 단속을 피하려 그나마 있는 뒷면 번호판마저 부착하지 않거나 가리는 '얌체' 운전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취재진이 9일 오전 남구 삼산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22대의 이륜차를 확인해본 결과 이중 8대가 번호판이 없는 상태였다. 또 1대는 번호판이 부착돼 있었지만, 굵은 자물쇠를 매달아 번호판을 가린 채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외에 번호판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기름때를 묻히는 등 여러 꼼수가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모두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 미등록·미부착 단속은 경찰이, 과태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고 있다. 울산 5개 구·군에서 이륜차 번호판 미등록·미부착으로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2020년 647건 △2021년 1,022건 △2022년 397건으로 최근 3년간 부과한 과태료만 7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번호판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륜차는 과속이나 난폭 운전을 신고하기도, 단속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를 낸 이륜차 운전자가 현장에서 곧바로 도주할 경우 피해자가 온전히 피해를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번호판이 없는 이륜차 같은 경우는 대부분 의무 보험에 가입이 돼 있지 않아 교통사고가 발생 시 보험 처리는 물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도 어렵다"며 "경찰에서도 지속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업체와 배달업 종사자의 준법의식 함양도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