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로 인생 2막... "꿈 이뤄 많은 한국인 돕고파"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정 자녀 6명 올해 과학대 입학 대학생활 준비 손흥민, BTS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 의사 축구선수 목표 당찬 미래 포부

2023-02-12     김상아 기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피해 2021년 8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뒤 지난해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 중 올해 첫 울산과학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아이샤(왼쪽부터), 사라, 조흐라, 무스타파를 10일 울산 동구 화암고등학교에서 만나보았다. 이수화 기자
 

탈레반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뒤 지난해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 중 소년·소녀 6명이 성인이 돼 대학 생활이라는 새롭고 설레는 생활을 앞두고 있다.

치열한 입시를 치러내고 대학입학을 앞둔 대한민국 20살은 가족, 일가친척은 물론, 주변 지인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축하와 따뜻한 격려, 응원을 받는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위로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 모든 것에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낸 아프가니스탄 친구들이 '의사'와 '축구선수'라는 꿈을 그리며 한국사회의 일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울산 화암고에서 만난 아이샤, 사라, 조흐라, 무스타파. 울산에 정착해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프가니스탄 학생들 중 이 4명의 친구를 비롯해 총 6명이 2023학년도 울산과학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신입생 정시모집에 최근 합격했다.

글로벌비즈니스학과는 커뮤니케이션과 타문화 이해 기초교양을 중심으로 글로벌경영(경영관리, 마케팅, 국제통상업무)과 글로벌 서비스(전시기획 및 이벤트, 관광경영) 등의 분야에 인재를 양성하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여왔던 만큼, 뛰어난 재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공과는 달리 아이샤·사라·조흐라의 꿈은 의사, 무스타파의 꿈은 축구선수다. 어린시절부터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지만, 한국어가 서툰 상황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의과대학을 가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고, 꿈을 이루는 시기를 잠시 뒤로 미뤘다.

이들은 "어렵게 한국에 와서 꿈꾸던 의과대학에 가지는 못했지만,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어와 한국교육체계가 더 익숙해지면 의과대학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면서 "아프간과 달리 여성들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고국에 남아있는 친척들과 자신들과 같은 여학생들이 마음에 밟힌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국에 남은 가족, 친구들과 연락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지만, 탈레반이 여학생들의 중·고교 등교 불허 소식 등은 이들에게도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들이 한국에서의 생활은 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고국의 상황이 정리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꿈을 이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보통 대한민국 20세라면 "주민등록증 들고 당당하게 술집에 가고 싶다" "부모님 허락 없이 여행 가고 싶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는 등의 이야를 한다. 그런데, 아이샤와 사라, 조흐라는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한국어와 더 많은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경험하고 싶다"며 학업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무스타파는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집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타국에 와서 고생해서인지 '너무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는데, 몇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도 한국 10대~20대들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샤는 "K드라마 너무 좋아해서 많이 봤어요. 그...제목이 생각나진 않는데, 김탄 너무 잘생겼어요. 유시진 대위도 너무 멋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데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조흐라와 사라도 "BTS 노래 다 너무 좋아요"라고 답했고, 축구 소년 무스타파는 단연 '손흥민'을 좋아하는 선수로 꼽았다.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여고생 감성 가득한 '떡볶이'를 동시에 외쳤다.

또 친구들과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수다도 떤다는 이들. 아프간식 볶음밥 요리인 '커블리 팔라우'를 좋아한다고. 다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남자는 요리를 안한다"고 답하는 무스타파에게 취재진이 "한국에서는 남자도 요리해야 사랑받는다"고 알려줬더니 다들 까르르 웃었고 무스타파는 난감해 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 구경, 스키장 구경을 하고 싶다는 이 아이들이 울산에서 '성인'으로 '대학생'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축하와 응원, 격려가 지역사회에서 필요하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