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보완 명문화 · 지자체 대안 찾기 병행돼야

[이슈진단 - 청소용역업체 비리 해법없나 (下)] 고용부 위탁관리위·전용계좌 개설 강제성 없는 권고에 그쳐 무용지물 현 지침으론 ‘임금 착복’ 막기 한계 노무비통장 등 철저 관리 감독 시급

2023-02-14     윤병집 기자

생활폐기물 대행업체서 '유령직원'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간단한 서류조작으로 인당 수억원을 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야간 업무 특성상 위탁기관의 현장지도·점검도 허술하다. 무엇보다 업체가 원청에서 노무비 등을 받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구조이니 내부고발이 없으면 적발도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중간착취' 문제를 해소하고자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개설하고, 기존에 노무비, 운영비, 사무비 등을 일괄지급하던 방식 대신 노무비를 위탁기관이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전용계좌를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국 29개 위탁업체, 임금 5,700만원 '삥땅'

고용부의 민간위탁 전수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민간위탁 사무만 1만99개로, 관련 예산만 7조9,600억원이 넘는다. 2만2,700여개의 민간기업, 단체 등에서 19만5,7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한다. 전체 공공부문 민간위탁 사무 1만여개 중 87%가 지방자치단체 사무로, 민간위탁 분야는 지자체의 비중이 아주 높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지자체의 지도·감독은 철저히 이뤄질까. 고용부는 지난 2021년 지자체 120곳 및 이 지자체들과 계약을 맺은 용역·민간위탁업체 120곳을 대상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과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조사를 벌였다. 두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용역·위탁업체 120개 중 93개(78%) 업체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개 업체는 노동자 251명에게 휴일근로 수당, 연차휴가 수당, 퇴직금 등 5,7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유령직원'을 등재해 임금을 빼돌리거나, 원청이 노동자들의 인건비 인상을 위해 사업비를 인상했는데도 업체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한 사례 등도 있었다.



#고용부 권고, 민간위탁관리위원회·노무비 전용계좌 설치 미비

민간위탁 가이드라인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고용부는 용역·위탁업체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중간착취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 2019년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2021년에는 해당 가이드라인의 실무 매뉴얼도 배포한 바 있다.

하지만 울산에는 북구만 유일하게 민간위탁관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나머지 구군은 위원회조차 없다. 북구 조차도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한 것과 달리 민간전문가 없이 구청 고위 공무원으로 구성된 구정조정위에서 대행을 맡고 있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기관선정심사위원회'서 충분한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민간위탁관리위원회가 불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기도 한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것에 한정돼 있는 경우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위원회 기능을 확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노무비 전용계좌는 지난해까지 울산시와 울주군만 개설해 사용하고 있다가, 최근 '유령직원' 문제로 홍역을 겪은 중구와 동구가 이 내용을 대행업체와 계약에 삽입해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남구와 북구는 대행업체에 전용계좌 개설을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가이드라인, 어디까지나 권고...지자체 스스로 대안 찾아야

가이드라인은 법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어디까지나 '권고'이기 때문에 한계도 명확하다.

지자체는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과 달리 스스로 예산권을 갖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당 가이드라인도 완벽하다 보기 어렵다.

가이드라인에는 공공부문이 민간위탁 업체를 모집할 때 '근로계약 시 책정된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겠다'는 확약서를 업체로부터 받도록 하고, 실제 이 임금이 지급되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업체와 노동자가 작성한 '근로계약상 임금'은 지자체가 주는 노무비와는 다르다. 지자체가 노동대가로 책정한 노무비를 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별도로 업체가 책정한 임금만 주면 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노무비 전용계좌'가 왜 필요할까. 가이드라인에는 '수탁기관(민간위탁업체 등)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위탁기관(지자체 등)은 계약금액 중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고 '위탁기관은 수탁기관에 노무비 전용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그 계좌에 노무비를 지급'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다른 규정에는 업체가 책정한 임금만 주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가이드라인으로는 1인당 높은 노무비를 받고도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는 더 낮은 급여를 책정해 임금을 착복하는 문제를 막지 못한다. 이에 정말 임금 착복 문제를 막으려면 "공공부문(위탁기관)이 지급한 노무비를 노동자에게 100% 지급하겠다"는 확약서를 업체로부터 받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가이드라인은 어디까지나 관련 업무에 대해 '이런 방향으로, 이 정도는 해야한다'를 적정하게 규정해줄 뿐 정답이 될 수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자치권이 부여된 지방자치단체 그 지역에 맞는 해결 방안을 찾으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