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조건-4.끝] 경제 자립 · 직업 불균형 … 홀로서기 남은과제 함께 풀어야
내년이면 현대重 사택 임대도 종료 대부분 대가족 녹록지 않은 형편에 지자체 지원금 지속 가능도 미지수 아프간서 직업과 한국 일자리 간극 공개적 경쟁기회 부여 여건 마련 등 지속가능한 정착 위해 현안 해결을
지난 기획 기사 3편(본지 △1편 2월 7일 7면 △2편 2월 10일 16면 △3편 2월 17일 16면)을 통해 울산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정착 과정을 보도했다. 초기 반대의 목소리는 수그러든 모양새였다. 취재를 하며 만난 주민 대부분은 이제 이들을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만큼 특별기여자들의 초기 안착에 대해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1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분명 남아 있다.
# 구청 "관련 예산, 센터와 소통 계획"
먼저 이들의 홀로서기를 위한 경제적 자립 문제다. 특별기여자들은 현대중공업에서 제공한 사택에서 거주 중인데 2년 임대가 조건이라 1년 후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급하게 떠나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금이 없는 데다 대가족 문화 특성상 많게는 한 가구에 9명까지도 있어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자립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임대 만료 후 숙소 지원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을 위한 지자체 지원 역시 당장 내년이면 중단될 수 있어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동구청에서는 이들의 한국어, 한국문화 적응 훈련을 위해 △2022년 1,000만원 △2023년 1,950만원의 예산을 들여 동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를 통해 다양한 수업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울산시에서는 특별기여자들을 위한 통·번역사와 전담 사회복지사의 인건비를 △2022년 4,500만원 △2023년 7,000만원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적응 여부에 따라 내년 예산 확보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추가 예산 투입은 미지수인 상황.
동구청 관계자는 "이들의 적응을 위해 구청에서 무한정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지만, 부모님들은 아직까지 한국어가 서툰 분들이 많다. 센터와 소통하면서 예산 문제를 고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7년간 준비한 꿈, 현재는 접은 상태"
정착 초기에는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에 29명이 취직했으나 지난 1년 사이 1가구가 타지역으로 이직하면서 1명이 퇴사했고, 기존 근무자의 자녀 2명이 입사 하면서 현재는 총 30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수주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일손이 부족한 현대중공업에서 엔진조립, 배관이나 도장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동구 주민 A(68)씨는 "몇 년 동안 동구에 인구가 정말 많이 빠져 나갔다. 그렇다 보니 인력난인데도 불구하고 일 할 사람이 없었다. 아프간 사람들이 오면서 인구도 늘고 인력난도 매워주니 동구나 현대중공업에 도움도 되고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메스를 들던 의사에서 공구를 든 육체노동을 하면서 직업의 '미스매치' 문제가 발생했다.
1편에서 만난 시디키씨 역시 아프간에서 직업은 의사였지만, 현재는 어렵게 이룬 꿈을 접은 상태다.
그는 일이 고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한국에서 기존 직업을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시디키씨는 "아프간에서 7년 공부 끝에 의사가 됐다. 하지만 한국으로 오면서 모든 걸 버려야 했다. 지금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는데 많이 힘들다. 한국에서도 아프간에서 딴 의사 자격증을 활용해 원래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슬람·중동 전문가이자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단순 노동 이상의 전문 역량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 환원하는 게 가장 좋은 방식이다. 하지만 자국민과 일자리가 충돌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우선 공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골고루 주는 여건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이라는 이유로 고립, 왕따 하면 혐오가 생기고 그 혐오가 커지면 사회적 불만 세력으로 크게 되는데 유럽이 실패했던 이유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런 면에서 울산 시민들이 1년 동안 우리 사회에 큰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게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 국민의 역량을 울산 시민이 보여준 거다"고 덧붙였다.
관련 영상은 울산매일 UTV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섬미 기자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