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1.5일] 동물 · 방문객 · 사육사가 만들어가는 도심 속 자연
2006년 14종 ‘동물농장’ 개원 현재 42종 194마리 한울타리에 사랑앵무새 체험장 최고 인기 거리두기 해제 후 관람객 증가세 부산 · 양산 등 인근서도 많이 찾아 1년 신참부터 베테랑 사육사까지 먹이주기 · 우리청소 등 바쁜 하루 동물 건강 직결 매일 꼼꼼한 관리 올해 울산 시민 더많이 찾길 부탁
도심 속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울산대공원. 이곳에는 봄을 맞아 한층 더 활기차진 동물원이 있다. 2006년 '동물농장'으로 문을 연 후 이제는 울산의 대표적인 나들이 장소가 된 이곳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바쁘게 돌아간다. 다큐 '울산1.5일' 아홉 번째 이야기는 동물 친구들과 사육사, 그리고 방문객이 함께 소통하는 울산대공원 동물원이다.
#먹이 준비, 청소로 정신 없는 오전 업무
평일 오전 7시 40분, 울산대공원 남문 입구 앞에서 만난 이창민(28) 사육사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움직인다. 장미원을 지나 5분 가량 걸으면 동물원 입구에 도착한다. 정식 사육사가 된지 1년이 되지 않은 새내기인 그는 가장 먼저 출근해 동물원 문을 열고, 간밤에 혹시 별일 없었는지 동물들의 상태를 간단하게 체크한다.
"안녕? 잘 잤어?" 이창민 사육사의 상냥한 목소리에 동물들도 반가운지 신나게 울음소리를 낸다. 최근 분만한 어미 염소가 새끼와 함께 격리돼 있는 분만실도 확인한다. 다행히 어미와 새끼 모두 이상 없다. 동물들을 다 둘러본 후에는 관리·사무동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사육사들이 사무 업무부터 동물 식자재 관리, 동물 격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한다.
8시 10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 사육사가 첫 번째로 하는 업무는 동물들의 아침식사 준비. 사료량을 꼼꼼하게 체크한 후 먹이통에 담고, 여기에 당근, 배추, 바나나, 식빵, 사과 등을 섞어 영양소를 골고루 채워준다. "동물마다 식성이 달라 준비에도 꽤 시간이 많이 걸려요. 저녁에도 한 번 더 이렇게 준비를 합니다" 식사에 정성이 느껴진다.
7명의 사육사들이 모두 출근한 오전 8시 55분. 다함께 국민건강체조를 한 후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일과를 시작한다. 먹이 주기, 우리 청소, 동물 건강상태 확인 등은 매일 반복되는 오전 업무지만 동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꼼꼼히 해야 한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물 위에 떠 있는 독수리 깃털을 걷어내고, 원숭이 우리에 흙 갈아주는 등 담당 동물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다보면 오전 업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지난 2006년 5월 14종의 동물들이 함께하는 '동물농장'으로 개장한 이곳은 이제 42종 194마리(4월말 기준)를 만날 수 있는 '동물원'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호랑이나 코끼리 같은 대형 동물은 없다. 포유류인 미어캣, 사막여우, 코아티, 일본원숭이, 과나코 등과 조류인 홍금강앵무, 백공작, 흑고니 등 친근감 있고 온순한 동물들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활기차
"무플론? 이렇게 생긴 동물은 처음 봐" "저기에 다람쥐가 숨어 있어"
오전 11시, 낮 기온이 올라가자 학교, 유치원 등에서 온 단체손님들로 동물원이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인근 양산, 부산에서 온 단체손님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옹기종기 유리창에 붙어 서서 동물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동물원의 자랑인 사랑앵무새 체험장.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2400㎡, 높이 8m)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400여수의 사랑앵무를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직접 손에 올려볼 수도 있다.
"앵무새 아직 손에 못 얹어본 사람?" 사육사의 질문에 신이 난 아이들이 앵무새의 간택(?)을 받기 위해 연신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쭉쭉 내민다. 하루 3회 사육사가 함께하는 체험 시간엔 사람들이 언제나 몰린다.
"이 친구는 멸종위기에 처한 앵무새에요. 말도 잘하고 사람도 잘 따르는 친구죠" 야외에서 만날 수 있는 중대형앵무 체험장에서는 신주협(22) 사육사가 방문객에게 앵무새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말 잘하고 장난끼 많아 동물원 인기 스타인 몰루칸 앵무새 '상근이'가 연신 인사를 건네자 아이들의 호응이 뜨겁다.
코로나19 이후 3년만의 나들이에 아이들을 인솔하러 온 교사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울주명지초등학교에서 온 권혜란 교사는 "교실에만 갇혀 있다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어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희도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말했다.
창원에서 왔다는 정찬우(33)·이승주(32) 부부는 "인터넷에서 울산 여행지로 추천하길래 와봤는데 분위기도 좋고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인거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동물원이 활기를 뛰면 가장 기쁜 것은 역시 사육사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꼭 지켜주길 당부하는 사항이 있다. 이창민 사육사는 "동물들을 좋아해주시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다른 먹이를 주시면 안된다"며 "동물들이 먹이만 기다리거나 사육사들이 동물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육사의 일은 끝이 없다
사육사는 동물을 돌보는 존재다. 먹이 주기와 청소는 사육사의 업무 중 일부일 뿐이다. 동물들의 점심까지 챙겨준 오후 1시 30분, 사육사들은 본격적으로 몸을 제대로 쓴다.
관리동 앞 마당에서 창문 방충망을 뜯어내고 새롭게 붙이는 작업을 반복하는 사육사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돼지·염소들이 파리나 모기 피해 없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다른 한 켠에서는 10년 경력의 김나래(35) 사육사가 동물원 팻말 글자 페인팅을 다시 칠하고 있다. 잠시후 붓을 내려놓고는 전동 드라이버를 들더니 프레디독 우리로 그대로 향한다. 프레디독이 갉아 먹어 망가진 문을 보수하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저도 처음엔 동물 먹이 주고 청소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자잘한 보수는 기본적으로 다 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조금씩 하다보니까 늘어서 어지간한 건 혼자 가능하게 됐어요."
공작새, 원앙, 꿩 등이 모여 있는 색동새 우리에는 신주협 사육사가 마사토를 솎아내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새들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 흙을 부드럽게 골라주는 작업이다. 신 사육사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는데, 미리 삽질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웃었다.
"사육사 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할 것 같다"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창민 사육사는 "가령 대형 동물은 먹이만 해도 무겁기 때문에 입사할 때 간단한 체력 시험을 거친다"고 말했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똑같이
오후 3시. 사육사들은 서류작업 모드에 돌입한다. 동물원은 울산시설공단에서 관리하는 시 시설인 만큼 서류 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곳의 업무를 총괄하는 강해기(48) 파트장은 "동물 먹이와 자재 구입, 근로자 채용, 예산, 이용객 분석 등 여러 가지 행정업무들이 이곳에서 이뤄진다"며 "서류 작업량이 여느 기관 못지 않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2006년 동물농장 첫 개장 당시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의 변화를 몸소 겪어온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 11월 말 울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문을 닫았다가 올해 4월 1일 다시 개장하게 됐다"며 "작년 겨울 설문조사에서 방문객 67%가 부산에서 왔는데, 올해는 울산 시민들이 더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 50분. 운영 마감시간 10분을 남기고 안내 멘트 방송이 동물원에 울려 퍼진다. 동물원을 꽉 채우고 있던 활기 대신 고요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차분해진 분위기 속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저녁을 우리 안에 넣고, 온도를 맞춰준 후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 분주했던 동물원의 하루도 종료된다.
강 파트장은 "우리는 휴장을 하든, 하지 않든 365일 똑같이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방문객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동물원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상은 울산매일 UTV 채널(youtube.com/iusm009)과 홈페이지(www.iusm.co.kr), 인스타그램(@ulsan_maeil)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