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리] 공공시설물 비용절감 품질향상 설계VE

정부 · 지자체도 허리띠 졸라매는 긴축 시대 원가 절감 · 기능 중점의 공공시설 설계 도입 울산시, 건설문화 선진화 도움될 행정 약속

2023-05-24     이재업 울산시 건설도로과장
이재업 울산시 건설도로과장

 긴축의 시대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야 할 시기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들어오는 돈이 적은 상황에서 나가는 돈은 변함없다.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이 같은 재정 구조에서 시민 세금을 한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울산시도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금 낭비를 줄이기 위한 묘수 찾기에 나섰다.     

 우리 시는 설계VE(Value Engineering) 도입을 통해 예산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설계VE를 한마디로 축약하면, 공공건축물의 ‘비용’은 줄이고 ‘품질’은 높이는 것이다. 설계VE는 최소의 생애주기비용으로 시설물의 필요한 기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설계내용에 대한 경제성 및 현장 적용 타당성을 분야별 전문가들이 기능·대안별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 목적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을 구체적으로 정의해 법·제도적 필요기능과 사용자가 요구하는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기능은 제거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설계VE는 기존의 설계 오류를 찾아내기보다는 기능의 필요성 여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능향상을 통해 새롭고 더 나은 건설 기술의 개발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접근법인 셈이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건설시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그렇기에 건설 목적물인 하드웨어뿐 아니라 유지관리 및 LCC(Life Cycle Cost : 생애주기비용)를 포함하는 소프트웨어 요소에 이르기까지 원가절감은 경쟁력 강화의 필수요소다. 설계VE는 경쟁력의 밑거름이나 다름없다.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 시는 지난 2009년 이후 14년간 울산시와 구·군의 건설사업 가운데 총공사비 100억원 이상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설계VE를 실시했다. 지금까지 총 67건의 건설공사에서 1,159억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건당 17억원이며, 총공사비 대비 5.6% 절감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2년 울주군 두서 인보지구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실시된 보행육교 교체사업이다. 당초, 이 사업은 수변공원 간 연결로를 20m 도로 위에 보행육교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보행육교를 신호등과 고원식 횡단보도로 변경했다. 육교 통행에 따른 교통약자의 보행권 제약과 보행자의 불편이 예상돼 고심 끝에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하던 중 창의적 대안을 반영한 것이다.  보행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킨 이 사업은  설계VE 덕분에 총공사비의 23.6%에 해당하는 41억원을 절감했다. 이에 우리 시는 설계VE 효과를 확산시키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설계VE 대상을 공사와 공단을 포함한 총공사비 50억원 이상 사업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2008년 법 개정) 실시하고 있는 설계VE는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고 시행했다. 우리 시는 예산 절감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건설시장에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공공시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능향상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공공시설물 기능향상에 중점을 두고 창의적 대안이 제안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4월 실시한 평창현대 앞 공영주차장 확충사업 설계VE이다. 외부로부터 노출된 3, 4층 주차장 바닥에 방수 설계가 반영되지 않아 빗물이 주차장으로 유입되면 바닥에 스며들어 구조물 내구성 저하나 누수로 인한 아래층에 주차된 차량 피해 등의 우려가 있었다. 바닥에 우레탄 도막방수를 추가하는 창조적 대안을 제시해 초기 투자비는 2억2,000만원 정도 상승했으나, 향후 예상되는 구조물 내구성 저하나 차량 피해 등을 예방하고, 공공시설물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공공 발주공사의 선진적인 시스템화 달성을 위해 기능 중심적인 V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공공시설물의 품질은 높아지고 공사비를 절감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시는 설계VE 대상을 확대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예산 절감은 물론 건설문화 선진화와 공공시설물 기능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설행정을 펼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