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정비 손놓은 울산, 해양공모 ‘빨간불’
[현장리포트] 지역 26개 어항 ‘공식 적치장’ 전무 지방어항 4곳 중 선양장 없는 곳도 불법적치물 등 방치 정부사업 불리 시 차원 재개발 밑그림 필요 목소리
바다를 낀 전국의 지자체들이 ‘어항 살리기’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항’이 수산업의 근거지로서 뿐만아니라 해양관광산업의 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의 해당 지자체들이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어항살리기 사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에는 동구 방어진항, 북구 정자항 등 국가어항 2곳과 동구 주전항, 북구 당사항 등 지방어항 4곳, 동구 일산항과 울주 진하항 등 어촌정주어항 13곳, 동구 보밑항, 화암항 등 마을 공동어항 7곳 등 모두 26곳의 어항이 있다. 하지만 이들 어항들은 어민들이 어구를 보관할 ‘적치장’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등 시설이 열악하다.
#어촌뉴딜 300사업, 행정 지연 등 부진
취재진이 찾은 동구 방어진항. 이곳은 지난 1971년 북구 정자항과 함께 지정된 대규모 국가어항이지만 항구 곳곳엔 방치된 어구와 적재물로 가득했다. 심지어 보행로에도 그물, 철망 덫 등이 방치되어 있었다. 어촌·어항법에 따라 어항구역 내에서는 장애물을 방치하거나 무단으로 점유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어민들이 임시로 시설보관함을 마련한다 해도 ‘불법건축물’이 돼 벌금형에 처해진다. 방어진항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26개 어항 중 공식 ‘적치장’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방어항 4곳 중에는 선양장이 없는 곳도 있었다. 동구 주전항과 북구 당사항은 남·북방파제, 물양장, 잠제, 선양장 등 기본시설이 설치된 데 비해 울주군 나사·신암항은 방파제와 물양장 뿐이었다. 지방어항은 등록 어선이 최소 30척 이상인 곳이다. 규모가 큰 어민들의 터전이지만, 울주군의 두 지방어항은 어선 수리·보관 등을 위해 선박을 육상으로 끌어놓는 시설인 선양장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어항을 ‘도시재생 수단’으로 재개발을 위해 총 3조원의 막대한 국비를 투입하는 어촌 최대 투자사업 ‘어촌뉴딜300사업’을 추진했다. 울산시를 비롯해 어항 보유 지자체인 동구(8곳)·북구(10곳)·울주군(8곳)에서도 도전했지만 △동구 화암항, 주전항 △북구 어물·당사항(묶어서 추진), 우가항 △울주군 송정항 등 겨우 6곳이 선정됐다.
하지만 이들 어항개발사업도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사업이 제때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구 우가항의 경우 지역주민이 사업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인 ‘리빙랩 사업’으로 현장 평가 기간이 길어져 아직 실시설계용역 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울주군 송정항의 경우는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 상의 이유로 아직 첫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빨리 착공을 예고했던 동구 주전항의 경우에도 벌써 2차례 사업 연장을 알려 난항이 예상된다. 동구 화암항의 경우 지난해 말 화암추등대 입구에서부터 남방파제까지 총연장 1.2㎞의 해안산책로를 연결하는 ‘꽃바위바다소리길’사업이 완료됐지만, 연계사업인 다목적광장 등이 착수되지 못해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항별 관리주체 달라 일관 개발 애로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울산의 어항들이 포함되긴 쉽지 않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올해부터 5년간 어촌 300곳에 총 3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어촌 경제플랫폼 조성 △어촌생활플랫폼 조성 △어촌 안전인프라 개선 3개 유형으로 나눠 추진된다.
현재 지역에선 동구 일산항만이 올해 3유형(인프라 개선·50억원 지원)에 유일하게 선정됐다. 울주군은 진하항, 평동항을 증진사업 3유형 선정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지만, 북구의 경우 ‘불법매립지’가 포함될 경우 지원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어항을 재개발 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울산시 차원에서 밑그림 부터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가어항은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지방어항은 울산시에서, 어촌정주어항·마을공동어항은 각 구·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관리주체가 다르다보니 일관성 있는 개발방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원조 울산연구원 박사는 "동구·북구·울주군 어항 각각 특성이 다 다른 부분이라, 개발 방향성을 설정하기 전에 잠재력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울산지역 어항별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보는 용역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