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문화산업과 아카이브, 그리고 도서관
K콘텐츠 6.0단계서 전통문화 스토리텔링 중요 작가 등 아키이브 센터·도서관서 아이디어 얻어 시-울산대 협력 통해 건립 K컬처 세계화 선도를
문화산업의 분야별로 바탕으로 삼는 콘텐츠는 기원과 내용이 여러 갈래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코믹의 경우, 바탕으로 삼을 수 있는 콘텐츠 가운데 내용이 풍부하고 세계화 가능성을 안고 있는 분야는 전통문화다.
고유성과 개성이 뚜렷하고 지역적 성향이 강할수록 세계적 보편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오히려 크다는 건 J-컬처가 잘 보여준다.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가장 일본적인 작품이면서 세계적인 호응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K-콘텐츠 5.0, 혹은 6.0 단계에 가장 중요시돼야 할 것은 전통문화 콘텐츠 스토리텔링이다. 한 사회·한 나라가 겪은 역사적 사건이나 쌓아온 문화적 전통은 대단히 지역적이고 개성적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고민이나 대응이 포함된 것이어서 잠재적으로는 보편적이고 세계적일 수도 있다. 전통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이 높은 대중적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전통문화 콘텐츠의 산실은 아카이브 센터와 도서관이다. 디지털 시대에 웬 아날로그적인 사고인가, 라며 의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세계적인 작가나 창작자들 가운데는 새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고 작업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받은 곳으로 대학의 아카이브 센터나 도서관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손안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온 세상의 모든 정보와 접할 수 있다 하더라도 손 글씨 편지가 주는 특별한 분위기, 오래되고 두꺼우며 무거운 책을 펼치면서 받는 이미지는 창작자나 작가가 가지게 되는 영감의 근원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적 이미지와 관련된 SF영화에서 도서관은 온통 전자기기로 가득하다. 안드로이드가 새로운 정보를 수집·정리하고 있을 뿐 어디에서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게 자동이다. 혹, 이런 도서관이나 아카이브 센터에 간다면 어떤 작가가 디지털화된 옛 소설에서 스캔 된 그림으로 가득한 신화서나 연대기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K-컬처 드라마와 영화, J-컬처 애니메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람의 온기가 없는 작품은 대중의 어떤 호응도 받기 어렵다. 세계화는커녕 지역 차원에서도 별다른 호의적 반응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아카이브 센터와 도서관은 한류 문화산업의 새로운 단계를 위해선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이들 시설은 K-컬처 전통문화 콘텐츠의 스토리텔링 산실로도 기능할 수 있다. 글로컬 30에 선정되기 위한 공동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울산대와 울산시가 눈여겨보며 제안서에 담을 내용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온갖 전자출판물이 종이책을 대체하는 이 시대에 대형 도서관은 무슨 필요가 있으며, 낡은 서류철과 편지를 모아 굳이 큰 비용을 들여 보관, 보존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십중팔구 책이나 편지, 서류와 거리를 둔 지 오래인 어설픈 디지털정보 만능론자들인 게 틀림없다. 책과 서류, 편지를 모아 보존, 활용하는 시설인 도서관과 아카이브 센터는 아무리 크고 많아도 넘쳤다고 말하기 어렵다.
글로컬 30 대학이 돼 문화산업, K-컬처 5.0·6.0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명문으로 도약 중인 울산대엔 도서관 시설이 크게 확충되고 별도 아카이브 센터가 건립되는 게 필수적이다.
울산시는 이를 위해 울산대와 협력해야 한다. 21세기 문화산업의 메카 울산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제3관·제4관이 들어선 울산대 도서관과 넓고 쾌적한 아카이브 센터 열람실을 가득 메운 학생과 시민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