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균의 민화이야기] 아름다운 글씨그림 - 문자도

유교덕목 문자에 관련 고사 그림 등 표현 효자 맹종 · 왕상 이름빌려 그린 ‘효’ 소개 글 · 그림 만나 표출된 백성들의 이상세계

2023-11-07     이인균 민화 작가 / 본지 독자권익위원 /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
문자도

 

이인균 민화 작가 / 본지 독자권익위원 /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

 민화는 은근하면서도 자극적이다. 직접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조화로움이 있다. 상징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겁지만, 그림만큼은 가볍고 단순하다. 이 같은 민화의 특성은 민화장르중 하나인 ‘문자도’에도 잘 나타나 있다.

 대개 문자도를 지칭할 때 유교사회 조선에서 주요 덕목으로 꼽혔던 ‘효제충신 예의염치(孝悌忠信 禮儀廉恥)’ 여덟 글자와 관련된 고사나 설화내용을, 각 글자의 의미와 연결해 도안화한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를 일컫는다. 다른 말로 윤리문자도라고도 한다. 이 여덟 글자는 삼강오륜의 핵심이자, 사람들 사이에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도덕이기도 했다. 글자의 뜻을 풀이하면 부모에게 효도(孝)하고, 형제간에 우애(悌) 좋고, 나라에 충성(忠)하며, 신의(信)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예의(禮)바르며, 의로움(義)을 지키고, 청렴(廉)한 마음으로, 항상 부끄러움(恥)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각 글자 속에는 어떤 상징적인 그림들이 그려져 있을까? 일반적으로 문자도는 기본 글자 획의 일부분을 각 글자가 담고 있는 뜻과 관련된 고사에 등장하는 주된 소재를 대체해그린다. 예를 들면 효(孝)자에는 왕상, 맹종, 순임금 등의 효심과 관련된 고사가 등장하거나 그러한 인물을 상징하는 잉어, 죽순, 거문고를, 제(悌)자에는 형제의 우애를 상징하는 할미새와 산앵두꽃, 충(忠)에는 나라와 왕에 대한 충절을 상징하는 새우와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 신(信)에는 흰기러기를, 예(禮)는 하도낙서(河圖洛書)고사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책, 의(義)는 부부간의 예의를 상징하는 물수리와 연꽃 혹은 삼국지 도원결의를 상징하는 복숭아꽃을, 염(廉)자에는 청렴함을 상징하는 봉황, 치(恥)자에는 곧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안다는 의미로 매화가 그려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이 그림은 효(孝)자이다. 몇 해전 여덟 글자를 그려서 액자를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이다. 그림 상단에 잉어와 죽순이 있고 가운데에는 기와집, 그 아래 쪽에는 아들 자(子)가 배치돼있어 전체적으로 글자에 그림을 접붙인 형국이다. 이 도상들은 효자로 이름난 중국의 맹종, 왕상의 고사에서 빌려왔다.

 맹종은 겨울에 눈물로 죽순을 키워 어머니를 봉양했고, 왕상은 못된 계모를 보양시켜 드리기 위해 얼음을 깨고 잉어를 낚았다고 전한다. 감동적인 교훈이니 인간이라면 반드시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요컨대 효자 자체의 이미지와 텍스트에다 다시 잉어와 죽순이라는 상징이 결합돼 지극한 효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효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으면 그림 속의 죽순과 잉어, 복숭아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소재를 이렇게 대담하게 처리해 상상력과 기발하게 결합시켜 그림으로 그려낸 것은 조선 시대의 문자도 밖에 없다.

 대부분의 문자도에는 이처럼 다양한 상징이 숨어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와 같다. 무슨 글자를 써놓았는지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 알 수 있다. 많은 의미를 가진 상징이 하나의 화면에 빽빽이 들어서 있지만 그림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효도, 예의, 화목, 신의, 충절 같은 단어로 함축된다.

미술사적으로 많은 종류의 민화 카테고리 중 문자도는 다른 서화들과는 전혀 다르다. 실로 효·제·충·신·예·의·염·치 라는 주제에 따라 각종 사물이 문자 구조와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문자도 안에는 동아시아 역사철학은 물론,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덕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조선시대 후기에 나타났다고 보여지는 문자도는 궁극적으로 글과 그림이 만나 표출된 백성들의 이상세계이자 판타지이고 욕망과 기원의 결정이다. 

이인균 민화 작가 / 본지 독자권익위원 /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