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매일통신] ‘서울의 봄’에 숨겨진 진실
수경사 장태완을 이순신 장군 연결 이태신으로 작명해 사실 왜곡 시도 일부 좌파는 영화를 정치선동 이용
영화가 정치판으로 들어왔다. 1,000만 관객 달성을 앞둔 ‘서울의 봄(포스터)’ 이야기다. 영화 ‘서울의 봄’은 박정희 서거 이후 혼란한 상황에서 신군부가 권력을 잡아가는 결정적 장면을 다뤘다. 감독은 영화 아수라로 유명세를 탄 김성수가 맡았다. 배우 역시 아수라에 나왔던 황정민과 정우성이 핵심이다. 이 영화는 군사 반란이 일어난 1979년 12월 12일 저녁 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의 9시간을 사실과 상상력을 버무려 만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전두광과 이태신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전두환과 장태완이다.
실명 사용이 영화적 상상력에 장애가 된다며 가명을 차용했는데 전두환은 미치광이를 유추하는 이름으로 바꾸고 장태완은 충무공 이순신을 연상하게 꾸몄다. 영화에서 광화문 앞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주요 장면에서 클로즈업 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의 이름을 이태신으로 만들고 장태완의 주요 장면에 이순신 장군을 연결하는 부분은 장태완을 이순신 장군과 동일시하려는 감독의 의중으로 읽힌다.
‘서울의 봄’을 만든 김성수 감독의 다른 작품 ‘아수라’는 개봉 당시 주목 받지 못하다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이 터지자 느닷없이 좌파 공격용 영화로 비극장 흥행 영화라는 새로운 신화를 썼다. 감독의 의도와 달리 지금도 이재명의 성남시로 연결된 이 영화는 사실은 과거 성남시의 보수쪽 시장들의 비리를 알리려는 목적이 강했다.
우습게도 이 영화는 좌파 감독이 우파 조롱을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우파 쪽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겨냥한 영화라고 해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에는 이재명과의 연관설은 전혀 없다. 아수라가 개봉된 2016년 9월의 국내 정국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과 탄핵 촛불 집회와 맞물려 영화 속 박성배 시장과 대통령 박근혜가 뒤섞이는 국면이었다. 실제로 당시 연일 계속되던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안남시민연대’라는 가상 단체의 깃발이 휘날렸고 영화의 주인공인 한도경 형사 역을 연기한 배우 정우성은 집회에서 영화 속 대사인 "박성배(시장) 앞으로 나와!"를 바꿔 "박근혜 앞으로 나와!"를 외쳐 촛불부대의 물개박수를 받기도 했다.
영화를 만든 감독 김성수도 이 영화와 관련된 행사에서 "박성배의 박씨는 여러분이 추측하기 쉬운 그 ‘박’에서 따온 것이고 ‘성’자는 제 이름의 ‘성’입니다. ‘배’자는 저희 나이 또래 사람에게 넣으면 파렴치한 느낌이 들어서..."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탄핵 결정을 앞둔 ‘박근혜’를 염두에 둔 영화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바로 그 감독과 그 배우가 다시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서울의 봄’이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치영화의 새역사를 쓰고 있다. 실제로 영화가 흥행하면서 ‘서울의 봄’은 44년전 ‘12·12 군사 쿠데타’를 끌고 들어와 ‘가짜뉴스’를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뒤엉킴이 그 시절을 살지 않은 20·30·40 세대들에게 사실과 영화를 혼동하게 만들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왜곡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은 민주당에서 연일 쏟아내는 영화 관련 논평이나 막말로 잘 드러난다. 대표적 이재명 호위무사인 정청래 의원은 거친 언사를 매일 쏟아낸다. 그는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나라를 지키라는 군대가 어떻게 국가를 향해 총을 쏘고 나라를 유린했는지 생생하게 봤다"면서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고 말했다. 정청래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군부독재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검찰 독재도 모습과 형태만 바뀌었을 뿐 언제든지 국민들은 탱크로 밀어버리면 되는 존재로 여기는 독재의 피, 독재적 발상은 음습한 곳에서, 아니 때로는 대놓고 악의 쇠사슬처럼 이어져 가는 것은 아닐까 싶다"는 아무말 대잔치를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 "서울의 봄에서 과거와 현재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전 국민이 봐야 할 영화다"며 대놓고 영화 선전에 나서기도 했다. 또다른 호위무사 김용민 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계엄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느닷없이 계엄선포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이야기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일치할까. 이 영화는 ‘12·12 군사 쿠데타’를 처음으로 영화화했다는 상업적 슬로건을 내걸고 개봉했다. 관객들이 영화 속 내용이 모두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감독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왜곡의 산물이다. 대표적인 몇가지 사례가 그렇다. 극중에서 신군부 리더인 전두광(황정민 분)은 ‘악인’이고 신군부에 맞서는 수도경비사령관인 이태신(정우성 분)은 ‘정의의 사도’로 나온다. 전두광과 이태신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전두환과 장태완이다. 김 감독은 왜 극중 인물에게 가짜 이름을 썼을까. 유족이 항의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는 역사적 사실을 자유롭게 왜곡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름의 변형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마구 뒤섞여도 되는 길을 열어 준다. 12·12사태에 대해 무지한 20·30·40세대들은 영화 내용을 모두 사실로 오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두환 역인 전두광은 사실에 가까운 인물로 그렸지만, 이태신으로 분한 장태완 장군이 과연 이순신과 연결될 인물일까. 팩트만 적자. 장태완의 가족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장태완 자신은 전두환 정권 당시에 공기업인 한국증권전산 사장에 임명돼 수년 동안 CEO로 지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에 한국증권전산 회장으로 승진했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무렵 민주투사로 분해 국회의원 자리도 꿰찼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영화 ‘서울의 봄’에는 단 한줄의 언급도 없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김진영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