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신화’가 깨어진 마을 - 울산 도시재생사업 해부] (1)프롤로그 - 수백억 투자에도 성공사례 없다 2013년 정부 주도 ‘도시재생법’ 제정 2018년 ‘뉴딜정책’으로 본격 추진 주거환경 · 공원정비 등 하위계획 초점 전문 인력 부족 · 재원 마련 한계 직면 지속가능 사업으로 자리매김 못해 윤 정부 들어 대대적 체질 개선 예고 울산시도 지원 조례 제정 등 검토 사후관리 활성화 모색 심폐소생 나서
도시는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지만 대한민국 부흥 1등 공신이자 산업수도 자리를 공고히 해 온 울산은 성장에 익숙했던 탓에 계속되는 인구 유출과 도시소멸 현상이 낯설기만 하다. 그런 울산에 도시재생사업은 새 희망이었을 것이다. 산업구조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서 일찌감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시가 제2의 부흥을 맞는 신화를 써 내려갔고 국내에서도 몇몇 도시재생사업이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며 도시재생사업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울산도 이 흐름에 발을 담궜다. 그러나 울산은 지난 2013년 도시재생법 제정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된 지 10년이 흐르는 동안 갈팡질팡하며 성공적인 모델을 남기지 못했다. 주민조차 체감 못하니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울산시가 지난해 12월 열린 ‘2023 울산 도시재생 세미나’에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지원조례 제정, 사후관리 활성화 방안 모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혀 앞으로 공모할 사업의 방향성과 기존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심폐소생 의지는 드러냈다. 본지는 울산의 도시재생사업 하나하나를 현장 밀착으로 살펴보고 문제점을 되짚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모델을 제시하고 울산 도시재생사업 첫 신화를 만들고자 한다.
#울산 14개 도시재생사업에 2,550억 이상 투입
울산은 지난 2016년 ‘울산 중구로다’, ‘방어진항 재생을 통한 지역활성화 원점지역 재창조’, ‘노사민의 어울림, 소금포 기억되살리기’ 3개 사업추진을 시작으로 △2017년 ‘화봉 꿈 마루길’, ‘삼호 둥우리, 사람과 철새를 품다’, ‘군계일학(群鷄一鶴), 학성’ 3개소 △2018년 ‘도심속 생활문화의 켜, 골목으로 이어지다’, ‘사람의 장(場); 헌양의 귀환’, ‘깨어나라! 성곽도시’, ‘청·장년 어울림(문화복지) 혁신타운’ 4개소 △2019년 ‘다함께 어울림 신정3동’, ‘천(川)걸음 이화정마을’ 2개소 △2020년 ‘따뜻한 이웃과 새로움이 있는 원도심 溫산, 덕新리’ 1개소 △2021년 ‘남목 삶과 도시의 UP DESIGN’ 1개소 등 총 14개 사업이 선정됐다.
14개 사업의 총사업비는 2,550억3,000만원이다. 이 중 793억7,000만원이 투입된 6개 사업은 완료됐고 1,219억3,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5개 사업이 2024년 올해 완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역 내 이렇다 할 도시재생 모범사례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 100여년 된 경의선 철도 폐선부지를 숲길공원으로 조성한 연트럴 파크나 익선동 근대한옥마을 프로젝트,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흰여울문화마을, 구겐하임을 통해 다시 일어선 스페인 빌바오, 일본 다이칸야마, 영국 킹크로스 같은 도시재생 성공 신화가 적어도 울산에선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5개 구·군 단체장과 실무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타 지자체를 비롯해 해외까지 도시재생사업 선진지를 둘러보고 왔다는 소식만 전해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된 중구 중앙동 원도심 일원에서 20년 넘게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상인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이뤄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182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원도심은 계속해서 쇠퇴만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울산만 실패한 건 아니다
국내 도시재생사업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재개발’ 일명 ‘뉴타운 사업’이다. 2011년 ‘커뮤니티 뉴딜’ 사업이 만들어졌고 특별회계를 만들어 쓰기 위해 이 사업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까지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3년 도시재생법이 제정됐고 이듬해인 2014년 국토부가 지방 도시 쇠퇴를 지역이 주도해 해결할 수 있게 한 도시 재정비 정책을 만들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5년 동안 해마다 10조씩, 50조원을 투자해 전국 500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정부가 투자한 막대한 재원에 대비해 기대했던 효과는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전국 각지의 도시소멸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몇몇 성공한 도시재생사업 외에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로 부족한 전문성을 거론한다. 도시재생사업의 기본적인 개요와 비전, 목표를 보면 도시계획의 기본과 흐름을 같이 한다. 주거환경 개선, 공원 정비, 골목길 조성 등 도시계획의 하위 분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인력 육성, 일자리 창출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계획은 도시계획 분야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시재생 입찰 자격을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도시설계와 건축업자에게 맡겼고 이들이 사업 담당 공무원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후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인지한 국토부는 2020년에야 도시재생 거점 교육역할을 수행할 6곳의 ‘도시재생 전문인력 양성 대학’을 선정했다.
두 번째는 부족한 예산이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이 사실상 ‘마을 살리기’ 형태로 기초 인프라를 설치하는 마중물 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도로를 깔고, 건물을 세우거나 정비하는데 100~2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대부분 소진했다. 사업 역량 강화나 활성화 지원에 대한 예산은 사실상 뒷전이었고 결국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정부 도시재생사업 개편 칼… 울산도 사후관리 집중
이에 지난 2022년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진단할 당시 기준으로 40조원의 국비가 투입됐지만 754만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효과가 미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국 국토부는 성과 중심으로 사업체계를 개편하고자 기존 △혁신지구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의 5개 사업유형을 △경제재생 거점사업 △지역특화재생 두 가지로 통폐합했다.
또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추진실적 평가를 통해 미흡하다 판단되면 예산을 삭감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울산시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사업들의 지속성을 위해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지자체 사업 종료 후에도 사업과 함께 시작한 소프트웨어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사업 지원조례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이뤄진 여러 형태의 지원이 사회적경제 차원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는데 사업이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검토도 하고 있다.
최근 선정된 334억원 규모의 ‘다시 떠나는 100년 재생, 철철 넘쳐 또 호계’ 도시재생사업을 비롯해 14개 도시재생사업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새로운 진단과 적용이 필요하다.
글=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 사진= 최지원 기자 rosesian2@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