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전공의 공백’ 가속화 … 의료 파행 현실화

의대 증원 반발 전공의 이탈 이어져 울산대병원 83명 사직서 제출 교수 · 전임의 총출동 환자 진료 나서 비상진료 2~3일 지나면 한계 달해 외래환자 진료 · 수술실 축소 검토도 울산대 의대생 동맹휴학으로 동참 사회단체 "정당성도 명분도 없어 환자들 생명 내팽개치는 것 불과"

2024-02-20     김상아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해 전국적으로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울산대학교병원에서도 20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총 83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수화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대병원에서도 전날 35명을 시작으로 83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20일 오후 5시 30기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생 193명이 집단 휴학에 동참했다.

교수, 전임의들이 미리 근무 일정을 조정해 당장은 진료공백이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다음주 부터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료 파행 사태 장기화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0일 울산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병원 소속 전공의 중 8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오후 35명이 제출한 데 이어 추가로 48명이 사직서를 냈다. 대부분 '개인 사정'을 사유로 들었지만 정황상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집단 사직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울산대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평소랑 다른 게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파견 전공의를 제외한 나머지 50명의 사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교수, 전임의들이 미리 조정한 근무 일정도 이번 주가 지나면 과부하가 올 수밖에 없다. 이미 수도권을 비롯한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은 예약된 수술 일정을 조절하거나 외래진료를 대폭 줄였다. 

울산대병원도 전문의들이 전공의가 담당하던 입원 환자 관리 업무까지 해야 해 상대적으로 외래환자를 볼 여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수술실 축소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2∼3일 정도는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진료 일정 조정 등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환자 중증도를 판단해 타 병원으로 분산하거나 PA 간호사를 투입해 응급·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82명에게 복지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졌지만 이 중 50명이 복귀했고 32명은 미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의대생, 의사단체 등의 단체행동에 따라 변수 발생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날 울산대 의대생 193명이 휴학 신청을 했는데 전체 6개 학년(정원 40명) 중 휴학이 불가능한 1학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학생이 휴학을 신청한 것이다. 

 

민주노총 울산지역 병원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울산대병원분회·보건의료노조 동강병원지부·울산병원지부)은 20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수화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민들과 사회단체 등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울산대병원분회와 보건의료노조 동강병원·울산병원지부 등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정당성도 명분도 없다"며 "파업권을 보장받는 노조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는 필수인력을 유지하는데 의사들은 환자 생명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울산소방본부 · 경찰청, 응급환자 이송 · 물리적 충돌 대비 비상체계 가동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비해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구급활동 대책 비상대책반 운영·집단 행동 대비 119구급활동 대책'을 논의했다.

이는 응급 환자 이송 지연 등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됐으며 △비상대책반 운영 △응급환자 이송대책 △구급상황관리 강화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했다. 

울산경찰청은 복지부의 현장점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충돌 등에 대비해 울산대병원에 기동대 1개 제대를 배치했다.

전공의의 집단이탈에 대해 정부도 '면허정지' 카드로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50개 병원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해 장기간 근무지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확인된 전공의에 대해 재차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는 경우 면허 정지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중수본은 이날 제12차 회의를 열어 의사단행동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기로 했다.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酬價) 등도 한시적으로 100% 인상한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추가로 보상한다.

'권역외상센터' 인력·시설·장비는 응급실의 비외상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입원전담 전문의 업무 범위도 확대해 당초 허용된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 입원환자까지 진료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인턴이 필수 진료과에서 수련 중 응급실·중환자실에 투입되더라도 해당 기간을 필수 진료과 수련으로 인정하는 등 수련 이수 기준도 완화한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