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균의 민화이야기] 어변성룡도 -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 그림

거친 물살 거슬러 용으로 승천한 잉어 어려운 관문 통과 등용문 고사서 유래 민화 속 물고기 크게 표현 ‘출세 염원’

2024-03-10     이인균 민화 작가·본지 독자권익위원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

 

어변성룡도

 

이인균 민화 작가·본지 독자권익위원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 

   우수, 경칩을 지났다.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남아 있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르는 계절이다. 

 꽃이 진 그 자리에 움이 트고, 다시 꽃이 되어 핀다. 새삼 생명 세계의 순환을 느끼게 된다. 산수유와 매화는 이미 꽃망울을 터뜨리고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머지않아 목련도 활짝 꽃 피울 것이다.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다 보면 요즘 들어 재잘거리며 뛰노는 아이들 수가 부쩍 많아졌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이 불어온다. 봄바람이 산마루를 넘어오고 벌판을 가로질러 사람의 마음속으로도 들어온다. 봄바람은 생기를 실어 나르고 의욕을 실어 나른다. 며칠 전 새 학기가 시작됐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그림은 이 시기에 어울리는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다. 한자 뜻 그대로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되는 그림’이다. 여기서 물고기는 잉어를 말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잉어가 뛰어오르는 그림이라고 해서 약리도(躍鯉圖)라고도 부른다. 

 ‘물 위를 뛰어오르는 잉어 그림'은 대체로 중국의 등용문(登龍門) 고사와 연결된다. 옛날 중국 황하 상류에는 물살이 세서 배가 다닐 수도 없고, 물고기조차 급류를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곳을 용문이라고 불렀다. 이른 봄철이 되면 수 많은 물고기들이 이곳 용문에 모여드는데, 그 가운데 가장 용맹하고 힘이 센, 단 한 마리의 잉어만이 용문을 뛰어 오를 수 있었다. 용문을 뛰어오른 이 잉어는 몸을 크게 한번 흔들어 용으로 변했다. 세상 사람들은 높고 큰 명망을 얻는 것을 이처럼 센 물살을 견디고 노력해 잉어가 용문에 뛰어오른 것(登龍門)에 비유했다. 여기서 잉어는 평범한 사람을 뜻하고, 용은 특별하고 귀한 존재를 뜻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자손을 낳게 되면 교육을 시켜, 그 자손이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과거급제가 사대부 남성들이 가장 출세하고 가문을 빛낼 수 있는 방법으로 여겨져 어변성룡도가 과거급제 혹은 출세를 상징하는 의미로 인기가 높았다.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시대 부모들의 소망 역시 자식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귀한 자리에 오르는 것일 테다. 얼마 전부터는 그 성공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기는 하다. 다양한 직업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을 굳이 관직에서의 출세만으로 한정 짓지는 않는다. 입시·자격시험 합격은 물론,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 그리고 자기가 속한 곳에서 최고가 되는 것도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어변성룡도는 이를 축원하는 뜻으로 많이 그려진다. 내가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후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그려준 그림이 바로 ‘어변성룡도’이다. 그림을 보면 해와 물결, 잉어 세 가지 사물로만 이뤄진 간결한 구성이다.

  현실에서는 해와 물결, 물고기 중 크기가 가장 큰 것이 해이고, 가장 작은 것이 물고기이다. 그런데 도상으로는 정반대이다. 물고기를 크게, 해를 작게 그렸다. 물고기를 강조하다 보니 해와 물결을 왜소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처럼 민화 속 세계는 과장 또는 왜곡되기도 한다. 상징 체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여기에서 민화 특유의 자유로움이 잘 나타난다. 형식과 전통을 뛰어넘어 상상력과 욕망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미술작품이 바로 민화이다. 이인균 민화 작가·본지 독자권익위원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