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범죄에요?" 청소년 온라인 도박 '위험수위'
2024-04-25 강은정 기자
울산지역 상당수 고등학생들이 불법도박에 빠져있다. 바카라 등 카지노에서나 할 수 있는 게임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즐긴다. 많게는 600만원까지 불법도박으로 탕진하는 학생들도 있다. 돈을 잃은 학생들은 '따갚되'라는 은어를 쓴다. 부모님께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서 게임을 하고, 따면 된다는 뜻이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3월 31일까지 6개월 동안 청소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해 불법 도박을 한 청소년 296명을 단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불법 도박으로 적발된 청소년 중 88%가 울산지역 고등학생이었다. 적발된 학생 중 71.9%는 불법카지노에서 베팅을 했고, 스포츠도박 26%, 캐쥬얼게임 2.1% 순이었다. 도박에 사용한 돈은 개인 당 5,000원에서 600만원, 평균 금액은 약 28만원이었다.
경찰은 이들 중 불법도박에 600만원을 쓴 청소년을 검찰에 송치했다. 금액이 상당한 만큼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50만 원 이상을 판돈으로 건 청소년 54명을 즉결심판 처분했고, 나머지 241명에 대해서는 '훈방' 조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청소년들은 대부분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지 못했고,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게임 아이템 구입할 때 돈 쓰는 거나 게임(불법도박)을 하려고 코인을 사는 것이 뭐가 다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이들 청소년들은 불법 도박 조차 하나의 '게임'으로 치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울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소액으로 게임을 하고 일일이 분류하기가 힘들어 그동안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청소년도박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특별단속기간 운영으로 300명에 가까운 청소년을 적발했다"라며 "이번 단속으로 청소년들의 불법도박 문제가 심각한 것을 실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하나같이 불법도박을 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온라인게임을 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일부 학생들은 '온라인 게임 한게 왜 범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청소년들의 불법도박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해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등 수사기관들이 수시로 단속해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교모하게 전파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완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청소년 자신과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살펴야한다.
불법도박에 손을 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청소년 불법도박 심각, 우리 아이 믿지 말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계좌 연결 앱 등에서 계정을 탈퇴시키고, 일정 비용을 내고라도 불법 사이트 차단을 해주는 관리앱을 사용할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아이는 안 할 거라는 인식 때문에 부모들이 심각성을 모른다"라며 "대다수 아이들은 게임인 줄 알고 한다. 인증 절차 없이 휴대폰번호, 계좌번호만 있으면 가입되고 게임머니를 바로 지급한다. 친구 추천하면 게임머니를 더 주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불법도박을 중단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99%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게임머니 충전하려고 중고물품거래 앱에서 물건을 팔아 도박을 하더라. 경각심을 가지고 아이를 살펴보라"라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은 전문기관과 연계해 학생 도박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모든 학교에서 상급학교 진학 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도박예방교육 신청을 받도록 했지만 이번 경찰의 단속 결과를 보면 실효성이 의문이다.
울산경찰청은 "청소년들의 사이버도박 근절을 위해 특별단속을 강화하고 유해 정보 척결을 위해 단속을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