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열되는 차기 구축함 사업, 조선업 사활 달렸다
약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문제가 울산과 경남의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울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미 전방위 지원에 나선 상황이고 HD현대중공업도 ‘KDDX 기본설계’를 완료한 데 이어 최근 방위사업청의 ‘부정당 업체’ 제재 위기에서 벗어나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문제는 경쟁업체의 행보다. 함정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당초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따냈지만,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수행했다. 후속 단계인 상세설계와 선도함건조도 방사청 개청(2006년)이래 19년 동안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해 왔다. 독점적 지위를 유지한 이유는 안보와 직결된다. 방위사업 관리 규정에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사업자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선도함 건조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차기 구축함 사업도 HD현대중공업이 연내 건조를 목표로 입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한화오션과 경남지역 상공인들이 합세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경쟁입찰로 방사청에 요구하고 나선 데 있다. 상공계와 정치권까지 합세한 요구에 방사청이 굴복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최악의 사태가 실현된다면 KDDX 기본설계를 완성한 HD현대중공업은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잃게 된다.
이 문제는 단순히 독점적 사업자 지위를 잃는 것만이 아니다. 경쟁입찰로 사업 수행업체가 변경될 경우, 초고난이도의 사업 특성상 국가적 손실이 예상된다. 더구나 HD현대중공업이 KDDX 수주에 실패할 경우, 울산 지역경제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모처럼 호조를 맞고 있는 조선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이 KDDX 건조를 진행할 경우 매출 2배 증가와 필요 인력 증대로 지역 인구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원칙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견해가 강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울산시와 지역 여야 정치권이 HD현대중공업 차기 구축함 수주에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수주전에서 밀릴 경우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는 공동 인식이 작용했지만 조선업에서의 기술력 등을 뺏길 수 없다는 자존심도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 민·관·기업의 합심으로 이 문제를 관철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