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환대와 공생’ 아프간 특별기여자 울산 정착, 그 후 2년
탈레반 집권 피해 동구에 정착한 난민들 관공서 · 기업서 취업 · 교육 등 지원 모색 다문화 사회 수용 공생한 이들에게 박수
동구에 위치한 도서관의 독서회 강사를 맡던 2년 전 겨울의 일이다. 독서회를 시작하기 전 회원들과 근황을 주고받는데 중년의 한 회원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손주 걱정을 했다. 손주가 서부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서른 명 가까운 난민 아이들이 단체 등교를 앞두고 있어 혹여 손주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것이었다.
난민 아이들은 무장세력 탈레반의 집권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한국으로 건너와 울산에 정착하게 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29가구의 자녀들이었다. 한 학교에 학생을 집중 배정한 불합리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될 경우 언어 문제로 인해 학습 격차가 생겨 한국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회원의 말에, 다른 회원이 기독교를 믿고 영어를 사용하는 선진국의 백인 가정의 자녀였어도 그런 우려를 하겠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재반론이 이어지며 토론은 과열됐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회원들 사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나는 아프간 아이들의 서부초 입학과 다문화수용성을 연관지어 신문 칼럼을 썼다. 그 후 서부초를 지날 때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노옥희 교육감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하던 여학생과 그 뒤를 따르던 많은 학생의 안부가 종종 궁금했다.
지난 3월, 마침 맞게 나온 신간을 발견하고 나는 몹시 반가웠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김영화 기자가 쓴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이었다. 책에는 2021년 8월 미라클 작전으로 구출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의 울산 정착 기록이 객관적이고 다층적인 인터뷰로 담겨 있었다.
보복이 두려워 가족사진을 모두 태우고 떠나온 아프간 난민 가족, 취업 지원과 주거지 제공에 힘쓴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지원부, 이주 반대 주민, 기여자 자녀의 공교육 진입을 맡은 울산시교육청, 소통과 정착을 도운 통역사와 사회복지사, 동구다문화센터와 한국어 강사 등 고르게 살핀 기자의 인터뷰는 정착부터 1년 후의 모습을 미화나 비판, 과장 없이 현장감 생생하게 받아 적었다.
학습 수준과 언어, 문화 문제로 특별반-한국과 아프간의 첫 글자를 딴 ‘한아름반’-으로 분반해 시작했던 수업은 아프간 학생들의 빠른 학습과 적응으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서로를 살피며 이해를 위한 탐색기를 거친 아프간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은 이제 친구가 됐고 함께 축구를 하며 BTS의 노래를 한 목소리로 부른다. 동화와 흡수가 아닌 상호 인정과 수용의 결과이다.
서부초는 지난해에 다문화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되며 모범 사례의 틀도 마련하게 됐다. 장·단기 체류 외국인 비율 4.89%로 OECD의 다문화 국가 기준 5%에 바짝 다가선 한국에서 울산은 아프간 난민 정착을 통해 가장 먼저 다문화사회를 경험했고 공적 매뉴얼을 신속하게 갖췄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이다. 문화와 종교, 인종에 따라 우열을 정하고 차별하며 혐오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우리는 ‘공생’해야 한다. 사회학자 폴 길로이는 사회 집단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가치와 문화, 관습을 유지하면서 어울림의 영역을 창출, 확장하는 것이 공생이며, 공생의 원리가 잘 발현된 사회에서는 서로 간의 접촉 가능성이 커지고 대면소통이 쉽게 이뤄지면서 사회문화적 차이와 갈등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풍경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난민이 울산 동구에 정착하며 겪었던 여러 갈등과 해소의 과정이 모두 공생사회의 보편적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 공생에는 혐오를 극복한 ‘환대’가 있다.
책 ‘환대:평화의 조건, 공생의 길’에 따르면 환대는 관용과 인정의 한계를 넘어선 탈경계적, 수평적, 공생적 태도와 행위를 일컫고 불편이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타인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태도와 진실하고 정직한 자세로 타인의 목소리나 요청을 경청하려는 자세에 기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나(우리)의 자리를 낯선 타자에게 기꺼이 내어 주려는 행위가 환대인 것이다.
미라클 작전으로 구출된 아프간 난민이 울산 동구에 기적적으로 정착했고 2년이 지났다. 학교는 평화로워졌으며 아이들은 함께 잘 자라고 있다. 혐오에서 환대로 나아가며 공생의 길을 모색한 결과이다. 울산 동구가 먼저 경험한 미래를 위해 애쓴 모든 분들에게 늦었지만 박수를 보낸다. 강이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