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수국’과 ‘장애인 미술’로 물든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여름 꽃 향기 취할 ‘장생포 수국 축제’ 팡파르 작은 꽃망울 한데 어우러져 화사한 꽃 이루듯 발달장애인 작품전 동행 함께 사는 가치 실현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이해인의 시 「수국을 보며」 中
한국인이 사랑하는 수녀 시인 이해인은 「수국을 보며」라는 시에서 수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마도 작은 꽃망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역경을 이겨가는 우리네 이웃들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마침 이해인 시인이 말한 알알이 여물어가는 수국을 장생포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축제가 있다.
울산 남구는 오늘부터 20일까지 2주간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일원에서 '2024 장생포 수국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를 위해 남구는 ‘장생포, 수국에 물들다’라는 주제로 앤드레스 썸머, 쥬디, 베르나 등 35개 품종 3만여 그루의 수국을 심었다. 또 공연, 포토존, 체험 프로그램, 수국 마켓 등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수국 페스티벌이 개막하는 날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은 장생포고래박물관 3층 전망대 전시실에서 2024년도 제3차 전망대 특별전시 ‘안녕 바다야! save the ocean, save the whale‘을 7월 5일까지 연다. 수국과 함께 장생포를 알록달록한 바다세상으로 수놓게 될 전시에는 필자가 운영 중인 ㈜우시산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송종구(32) 작가가 참여해 고래와 거북이, 북극곰, 해마, 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 바다생물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송 작가는 2008년 전국장애인청소년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탔고, 2009년, 2010년에도 같은 대회에서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동시에 받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2020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발달장애 예술인 그림 공모전에서 대상, 2021년 하트-하트재단·스타벅스의 텀블러 이미지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고 2022년 2월엔 울산시미술협회 회원이 됐다.
그해 7월 우시산에 입사한 뒤 송 작가가 그린 고래와 멸종위기 바다생물 작품은 페트병 새활용 이불, 양말, 가방 등의 디자인으로 쓰였다. 하지만 그가 가진 뛰어난 재능을 소개할 자리가 없어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특별전시를 마련해준 공단에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우시산은 고래박물관 2층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며 남구 관광기념품과 함께 발달장애인 작가의 디자인을 활용한 다양한 업사이클링 고래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굿즈 제작을 위한 소재 가공은 울산(13명)과 부산(2명) 대구(11명)의 또 다른 발달 장애인들이 담당한다.
고래박물관 기념품점의 규모는 작지만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발달 장애인 26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셈이다. 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방문객 수는 153만3,901명으로 2008년 고래문화특구 지정 이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어느새 누구나 다 아는 행사로 성장한 울산고래축제를 비롯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한 번쯤 가봤을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관, 고래문화마을, 장생포문화창고 등의 인기가 한 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2022년 고래 신드룸을 일으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돌풍과 사흘간 2만명의 인파가 다녀간 ‘제1회 장생포 수국 페스티벌’의 성공도 남구 장생포에 관람객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는 더 이상 ‘고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래’ 뿐만 아니라 ‘수국', '멸종위기 바다생물',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의 자연·환경적·사회적 콘텐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하나 피어난 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소담한 꽃 한 송이가 되는 수국. 작은 알맹이들이 단단히 뭉쳐 화사한 꽃다발을 이루듯, 우시산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도 수국처럼 장생포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나들이 가기 좋은 6월, 3만여 그루의 수국과 멸종위기 바다생물 장애인 미술로 물든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를 방문해 보면 어떨까? 변의현 ㈜우시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