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서 교통사고 난 부상자는 왜 남구로 갔나
2024-06-06 강은정 기자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께 동구 전하동의 한 도로를 달리던 오토바이 운전자 A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아래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팔과 어깨 부위의 통증을 호소했다. 119구급대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혈압과 맥박수 등 생체징후가 안정적이고 의식 상태가 명료했다. 구급대는 응급이송 매뉴얼에 따라 사고지점과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 연락해 A씨의 상태를 알리는 등 의료진단을 받았고, 경증 소견을 받아 A씨를 30분 가량 떨어진 남구의 2차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A씨는 그사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1시간여만인 오후 8시 30분께 사고현장 인근인 대학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가 9시께 결국 숨졌다. A씨는 골절과 장기손상 등의 이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학병원은 의대 증원을 강행한 정부에 반발하며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탓에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 이상의 위급 환자만 받고 있다.
119구급대,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의식이 또렷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고, 특별한 외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A씨는 '2차 병원에서 치료 가능하다'라고 보고 남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고날 의료진은 구급대원을 통해 A씨의 혈압, 맥박수, 의식상태 등을 확인한 결과 정상적이라는 말에 경증으로 판단했고, 그 시점에 병원 응급실에는 중증, 위급 환자들이 넘쳐나 이 환자(A씨, 경증 분류)를 받을 여력이 안되는 상황까지 구급대원에게 전한 것으로 알고있다"라며 "평소라면 사고 부상자를 받아 치료했겠지만 의정 갈등 사태가 빚어진 이후 응급실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사들이 부족한 상태여서 응급 환자 위주로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바꿔말하면 동구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해 치료를 받으려면 중증 이하일 경우 2차 병원인 중구, 남구, 북구 등의 병원으로 옮겨져야 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사고지점에서 5분 거리의 병원을 두고도 30분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A씨처럼 이송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된다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민들의 주장처럼 'A씨를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우선 옮겨 의료진이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에 2차병원으로 옮겨지는 조치가 이뤄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이번 사망사고는 열악한 의료인프라를 지닌 울산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지역 응급실 현황은 권역응급의료센터 1개소, 지역응급의료센터 4개소, 지역응급의료기관 2개소, 응급의료시설 5개소 등 총 12개소이다. 이 중 중증 이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은 대학병원 1곳 뿐이다. 이때문에 대학병원은 환자 집중, 포화 상태가 빈번하게 이뤄져 의료진 과부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의사단체와 정부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지속된다는 점은 시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동구 주민 최모 씨는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던 '아프면 안된다'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동구는 가뜩이나 종합병원이 1곳 뿐인데, 환자 상태에 따라 가까워도 이용할 수 없다고 하니 울산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라며 "하루빨리 의료 정상화를 이뤄 더이상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울산시도 시민 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해달라"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