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삼열의 풍수단상] 진주시 지수면 승산부자마을
풍수학, 물=재물 상징…물길의 흐름 각별 남에서 북으로 거꾸로 흐르는 역수 ‘명당’ 재벌들 수두룩 ‘승산마을’ 부자 기운 충만
풍수에서 물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흔히 물길이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게 모두 좋을 것으로 알지만 실제 부를 부르는 물길은 역수다. 물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거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지역을 역수국(逆水局)이라 한다. 역수국의 형상은 물의 흐름이 느리기 때문에 풍수적 길지로 평가한다. 역수국에 위치한 마을은 대부분 큰 인물이 나서나 한 지역의 대표가 되는 자리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미래도시 세종 모두가 역수국에 앉은 도시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가면 6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승산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1400년대 김해허씨 11세손 허문손(許文孫)이 입향해 터를 일구고 살아온 마을로 후손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재산이 점점 불어나 만석꾼을 비롯한 수많은 부호들이 나와 부자마을로 이름난 곳이다.
구한 말 이 마을 허씨들의 재산만 해도 모두 3만석이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부자마을에 조선 숙종 36년(1710) 능성구씨인 구반(具槃)이 장가들면서 처가 있는 곳으로 이거 해와 그들과 같이 삶의 터전을 일궈 온 유서 깊은 마을이다.
승산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지수초등학교는 1921년 개교해 100여 년 동안 많은 기업가들을 배출한 유명한 학교였으나 지난 2009년 주변의 송정초등학교와 통폐합되면서 지수면 압사리로 이전해 현재는 그 흔적만 남아있다. 이 학교는 금성(LG·GS) 구인회, 삼성 이병철, 효성 조홍제 창업주가 다녔던 곳이고, 구태회 LS그룹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허정구 삼영통상 회장, 허준구 GS그룹 명예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도 다녔던 대한민국 최고 기업인들의 산실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의령 태생이지만 신식학교가 귀하던 시절 누이가 이 마을 허씨 집안에 시집오면서 누이 집에서 학교에 다녔고 조홍제 창업주는 함안 태생이지만 이곳으로 유학을 오게 됐다고 한다. 시골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이렇게 많은 거부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을 두고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특히 풍수가에선 이러한 현상을 마을의 풍수입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많은 풍수학도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이 마을은 낙남정맥(남덕유산)에서 북쪽으로 뻗어 나간 지맥이 오봉산(524.7m)을 일으키고 오봉산에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괘방산(457m)을 일으켰으며 여기서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마을 앞 방어산(532m)을 일으켜 이 마을의 안산이 됐다. 마을 뒤 현무봉인 삼방산(155.8m)은 괘방산에서 남서쪽으로 하나의 지맥을 뻗어나가다 서쪽으로 다시 북쪽으로 완전 U 字형으로 둥글게 방향을 틀어 마을 뒤 현무봉을 만들었다.
이와 같이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쪽의 물이 빠져나가는 수구도 잘 관쇄돼 마을 안쪽의 기운을 잘 가둬준다. 또한 마을 뒤쪽에서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남강의 물 역시 공배수(拱背水)가 돼 이 마을의 생기를 잘 갈무리 해준다.
풍수고서 『인자수지』에서는 ‘수관재물(水管財物)’이라 해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고 했으니, 마을의 이러한 수세 조건들이 승산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든 풍수적 요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형적 특성상 북쪽보다는 남쪽, 동쪽보다는 서쪽이 낮기 때문에 물의 흐름이 일반적으로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의 수세는, 마을 뒤 남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마을 앞 실개천은 남에서 북으로 흘러 이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풍수에서는 이러한 지형을 역수국이라 하고 매우 길한 수세 형국으로 특히 부를 가져다준다고 해석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주요 도시들이 이러한 역수국에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양삼열 동국대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