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세대 민중미술가' 정봉진의 일·꿈·삶 ‘오롯이’

[리뷰, 이 전시] ‘정봉진 작가 아카이브전’ 작가 생애 따라 7개 섹션 구성 주요작품 50여점 · 활동자료 등 선봬 노동 · 환경 운동 그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계 함께한 흔적 곳곳 울산노동역사관서 8월 10일까지

2024-06-27     정수진 기자
울산 민중미술 1세대로 40년 동안 활동 중인 정봉진 작가의 아카이브 전시가 6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사)울산민예총(이사장 김교학)과 (사)울산민미협(대표 윤은숙)은 2003년 하반기부터 정봉진의 평생 소장해온 자료집, 전시문서, 사진, 작품을 정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울산의 민중미술 이끌어 온 정봉진 작가의 일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울산민예총(이사장 김교학)과 (사)울산민미협(대표 윤은숙), 그리고 울산노동역사관1987이 '울산 민중미술 아카이브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해 5월께부터 정봉진 작가가 평생 소장해온 자료집, 전시문서, 사진, 작품을 수집하고 시기별로 분류해 27일 울산노동역사관1987 기획전시실에서 '정봉진 일·꿈·삶 그리기' 전시를 시작했다.

이날 방문한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생애를 따라 총 7개 섹션으로 '민중미술의 1세대'라 불리는 정 작가의 주요 작품 50여 점과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남긴 밑그림부터 판화 원판, 조각 등을 시대별로 볼 수 있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우리시대 도깨비'라는 부제처럼 그의 흔적은 노동, 환경, 국악, 연극, 문학 등 울산 문화예술계와 함께 호흡해 곳곳에서 남아있었는데 그 자료들이 넘쳐났다.

수십 권의 일기장과, 당시 전시 팸플릿, 신문 구독 영수증까지 그의 개인적 자료이면서도 시대 특징을 볼 수 있는 1,000여 건의 자료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시대별 정봉진 작가의 주요 작품과 함께 밑그림과 판화원판 그리고 다양한 준비 자료와 전시자료도 공개된다. 그리고 장르를 넘어 춤, 국악, 연극, 문학 등 울산 문화예술계와 함께 호흡해온 시간도 전시로 만날 수 있다.
 

 

71년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받은 첫 상장인 반공의 달 행사 포스터부문 장려상부터 학성중, 울산공고를 다니며 그렸던 풍경화, 유화 등 소년 시절 작품과 전국미술대회 수상이 그대로 전시돼 있었다.

이후 1982년 청년동인회전, 민중미술을 표방한 '바닥미술회' 결성과 1985년 첫 전시, '동트는 새벽''울산미술인공동체''울산민미협'까지 작가가 작품 방향을 온전하게 사회참여로 바꾸고 지역 여러 작가와 교류를 쌓아온 과정이 이어서 펼쳐졌다.

민중미술을 상징하는 걸개그림도 1980년대 처음 그려졌는데 정봉진, 우기, 구정회 등이 지역 노동조합원에 의뢰를 받아 그린 1989년 현대중공업 이상남열사 영정, 1990년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등도 걸렸다.

이날 전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방문해 둘러봤는데 걸개그림을 보고서는 "80년대, 90년 데에는 이런 커다란 걸개그림을 들고 노동운동을 크게 하기도 했지"라며 당시 상황을 회상하곤 했다

주된 수익이 없었던 정작가는 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로 2년 가까이 선박건조 용접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월급봉투와 일기들도 펼쳐졌다. 정봉진 작가가 예술을 하는 노동자이자 노동하는 예술가로서 버텨내야 했던 시간을 보여주는 자료다. 또 곳곳에 울산의 특성을 반영해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과 지역 동료, 선후배들이 남긴 영상도 눈길이 갔다.
 

정봉진 화가 판화, 조각 작품.
 

그는 2018년 회고전 형식으로 개인전을 열며 그동안 쌓아왔던 판화들을 꺼내고 이어 신작판화를 준비했지만,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게 돼 10점의 신작만 완성했다. 이후 적지만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봉진 작가는 "아직도 지방은 문화예술계에서 홀대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 특색이 잘 담긴 과거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지역을 알리는데 사용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화 작품이 많은 이유에 대해서는 "민중 미술운동을 하면서 내용 전달을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기에 판화가 제격이었다. 칼로 새기는 작업이 힘찬 느낌도 있지 않느냐"면서 "대부분 판화 면이 깨끗한 버드나무, 은행나무를 많이 사용하는데 나는 우리나라 소나무 마루판을 살려 작품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지역문화재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웅촌 작업실에 나가 지역의 설화, 전설들을 현재에 어떻게 조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판화나 삼베, 모시 등 천에 채색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카이브 전시를 열어준 동료, 선후배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시가 끝난 뒤 정봉진 화가의 예술자료는 울산노동역사관1987 사료실에 보관되며 자료를 파일화해 울산 민중미술 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 계속 볼 수 있게 작업할 예정이다.
 

전시가 끝난 뒤 정봉진 작가의 예술자료는 울산노동역사관1987 사료실에 보관되며 자료를 파일화해 울산 민중미술 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 계속 볼 수 있게 작업할 예정이다.

울산노동역사관1987 배문석 사무국장은 "이번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위해 후원금을 모집했는데 목표액 천만 원을 넘긴 1,300만 원이 모였다"며 "앞으로 민중미술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 것이 숙제다.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봉진 일·꿈·삶 그리기'는 8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