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 몰리면 ‘맞폭’ 신고 … 피해 아이는 두번 웁니다

징계 낮추려 "먼저 언어폭력" 주장 심의 시작되면 추가 증거 제시 요구 행심위 취소청구, 징계 무력화 시도 학폭위 넘긴 교사, 무고죄 신고까지 가해자 측 절차 악용 사례 부지기수

2024-07-02     강은정 기자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임이 명백한데도 며칠 지나면 '맞학폭'이 돼요. 가해 학생 측에서 '당신 아이가 먼저 욕을 했다'라고 걸고넘어지면서 신고하는 거죠. 학교에서는 '맞학폭' 신고가 들어오면 이를 접수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할 뿐이더라고요."

#‘맞폭’ 나오면 학교측 화해 부추겨

울산지역 학교폭력 사건 상당수가 서로 피해를 주장하는 '맞학폭'이 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해 학생 측이 어떻게든 징계 수위를 줄이기 위한 방법 찾기에 골몰하는 사이 피해 학생들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2일 울산지역 교육계,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학폭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가해 학부모들의 '맞학폭', '교사무고죄', '시간끌기' 등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울산지역 한 학교에서 A군은 B군을 비롯한 여러 명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A군은 즉각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지만 이틀 뒤 A군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군 학부모가 'A군이 평소 우리아이에게 욕을 했다(언어폭력)'라는 이유로 '맞학폭'을 제기한 것이다.

부모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학폭위 심의를 받겠다하면 교사들은 '맞폭'으로 심의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피해 학부모는 "우리아이가 신체적인 폭행을 당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언어폭력을 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라며 "학교에서 갈등 조정이라면서 화해 이야기를 꺼내는데, 분하지만 학폭위에 가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불공정하다는 생각에 학교에 항의해봐도 '심의가 길어지면 학생만 힘듭니다'라는 교사의 말에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라며 "이러한 해결방식이 교육에서 말하는 '화해'인가. 아이들은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은데 어른들끼리 합의하면 끝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 대책들 ‘가해자 면책’ 위주" 지적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학폭위로 사건을 넘긴 교사를 무고죄로 신고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울산지법에서는 가해학생 측이 교사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당시 가해학생측은 학교폭력 징계 결정 과정이 잘못돼 피해를 봤다며 담임교사를 상대로 4천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소한 잘못으로 신고한 것임에도 담임교사가 이런 사정을 무시해 처벌받도록 했다'라는 취지다.

다행히 재판부는 "학생 행위가 학교폭력이라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라며 "교육당국이 신속하게 징계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담임교사 손을 들어줬다.

법적 제도를 활용해 시간을 끌며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일도 있다.

학폭위 심의가 시작되면 갑자기 무죄 또는 쌍방학폭을 주장하기도 하고, '증거' 제시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심의 자체를 지연시킨다. 학폭 심의 후에도 결과에 불복한다며 행정심판위원회에 징계처분 취소 청구 등으로 징계를 무력화 시키는 사례도 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학폭 처분이 다소 과다하다고 생각해 행정심판을 청구하려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꾸준히 있다"라며 "특히 1~9호 처분 중 4호 처분 이상일 경우 자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돼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쩍 관심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학폭사건을 겪은 한 학부모는 "학교의 대처, 교육청의 처리, 법 모두 '피해자' 중심이라기 보다 '가해자' 면책을 위한 내용들이 많다.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자료나 사건 현장을 본 친구들의 진술 자료도 오롯이 피해 학부모가 다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맞학폭이 들어와 '무죄'까지 피해자인 우리가 입증해야 했다. 현재의 학폭 대책에는 피해자 보호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