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울산시 ‘친기업정책’ 호평 일색…이젠 기업이 화답할 때다
오라! 울산으로…대기업 본사 유치 때가 무르익고 있다
연구기능 갖추고 있어 새로운 산업 발굴 가능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청년인구 유입에도 일조
울산시 수차례 유치활동 만족할만한 성과 못거둬
울산시가 인구 소멸의 위기를 딛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뻗어나가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지역 산업고도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청년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대기업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본사 이전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냉랭한 게 현실이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는 물론 필수 인재들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창간 33주년 특집기획으로 '대기업 본사 유치'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을 점검해 본다. 특히 외국 기업들이 본사 위치를 통해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전문가들로부터 대기업 본사 이전의 필요성과 당면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편집자>
울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래전부터 대기업 본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각종 부가가치와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대기업의 본사는 대부분 연구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산업의 발굴도 가능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지역 청년인재들의 발길을 돌리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지방 도시들이 부지 제공, 세제·금융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을 설득하고 있다.
울산연구원 김상락 박사는 "기업 본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용 창출, 소비 진작, 부동산 경기활성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청년과 여성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울산의 경우도 그동안 몇 차례 대기업 본사 유치에 나섰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들이 '지주사' 개념을 도입하면서 울산 본사의 일부 기능을 수도권에 줘야하는 사례도 있었다.
공식적인 '대기업 본사 유치' 활동은 지난 1997년 광역시 출범을 앞두고 울산시의회가 '대기업본사 울산유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초대 위원장이 김두겸 현 시장이었다. 당시 기아자동차가 본사를 광주로 이전하면서 지역의 유치논의가 본격화 됐다. 유치위는 토론회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원 조례까지 만들 계획이었으나 광역시승격과 IMF 사태가 잇따르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99년에는 울산 북구의회가 현대자동차를 방문해 본사의 울산이전을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9월 '울산 경제사회노동 화백회의'에서 '울산 투자, 울산 본사 노사민정 협력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잠잠하던 '대기업 본사 유치' 운동이 다시 수면위로 올랐다. 이듬해에는 울주군 주도로 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 본사 이전 운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지방정부가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됐다.
‘김두겸 호’ 야심차게 추진
지역에 대규모 사업장 10여개 기업 사전작업 중
기회발전특구 등 지정땐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도
"일·휴가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 구현하는 게 기업·지방도시 살리는 길"
김두겸 시장의 민선8기가 시작되면서 '대기업 본사 유치'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김 시장은 올초 본지와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울산시가 해온 친기업 정책이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기업이 화답할 시기가 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울산시는 현재 지역에 대규모 사업장이 위치한 10개 안팎의 대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본사유치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시는 기회발전특구나 도심융합특구 지정,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등이 추진되면 기업본사 유치도 본격 논의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울산시는 현재 자동차, 조선, 건설기계, 비철금속, 이차전지, 에너지 등 주력 및 신산업의 대표 투자기업 13개사와 함께 총 22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울산형 기회발전특구에는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지역에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기업에 직접 공급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특구, 세제감면 등 큰 인센티브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회발전특구도 추진하고 있다.
또 울산시의 적극적인 정부 설득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그린벨트 완화, 굳이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외국 기업인들이 쉽게 울산을 방문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도 대기업 본사 유치의 유리한 조건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본사 이전에 대한 문제가 가시화될 경우 기업 내부 동요가 있을 수 있고, 경영활동 자체도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어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면서 "당장은 행정적으로 체계적, 제도적 방편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본사 입지 외국사례
기업의 본사가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 하는가에 해답은 해외 사례 등을 통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전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도인 베를린이 아닌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37년 베를린에서 창립한 폭스바겐도 현재 니더작센 주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본사와 메인공장을 두고 있다.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외곽의 레드먼드에 있다. 아마존(시애틀)·애플(캘리포니아주 쿠페르티노)·코카콜라(조지아주 애틀랜타)도 수도인 워싱턴D·C와 떨어져 있다.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등의 대기업 본사 분포도를 살펴봐도 한국만큼 수도권에 집중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도 지방에 본사를 꾸린 기업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지방이전 사례로 꼽히는 카카오(2023년 매출 7조 5,570억 175만원, 종업원 3,680명)는 지난 2012년 4월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했다. 회사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 본사 이전 후에도 제주도와 상생하며 모바일·인터넷뿐만 아니라 모빌리티·금융·게임·음악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경기도 이천에 있던 현대엘리베이터(2조 6,020억원(2023년말 기준 매출), 2,824명(2024년 3월 기준))가 충북 충주로 본사를 옮겼다.
부산은 대기업순위 20위에 올라있는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HMM 본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 유치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근 포항시도 포스코홀딩스라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의 본사 소재지에 이어 기능도 포항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한국제지(7,120억원, 764명)가 온산국가산업단지(온산읍 원산로 40)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울주군 대표기업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기업이 반드시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된 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지방 이전'을 통해 직장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워케이션'(workcation)을 구현하는 것이 기업을 살리고, 지역소멸 위기에 봉착한 지방 도시를 살리는 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기업 한 관계자는 "산업의 특색에 맞는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사회와 공생한다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지역에 본사를 두면 지자체와의 협력 및 인허가 등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