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왜 이런 몹쓸 짓을? 한달새 30마리 잇따라 사체로 발견
야음동 번개시장 뒷골목 일대 급식소 밥그릇에 사체 올려두기도 피묻은 각목 등 구타 흔적 발견 지역캣맘·동물보호단체, 신고 경찰 "학대 확인 어려워 수사불가"
"한 달 동안 30마리 넘는 길고양이들이 무참히 죽어 나갔습니다. 길고양이 사체를 급식소 밥그릇 위에 보란듯 얹어두기까지 했어요."
울산 남구 야음동 번개시장 뒷골목에서 수십 마리의 길고양들이 잇따라 사체로 발견되고 있는데 지역 캣맘과 동물보호단체는 누군가가 캣맘에게 경고하듯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섰다.
16일 지역 캣맘들과 '달달한 동물세상'은 남부경찰서를 찾아 "길고양이를 죽인 범인을 찾게 도와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30여 마리 넘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는데 모두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이 보였다. 게다가 사체를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 밥그릇 위에 올려두는가 하면, 구청에서 내건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의 경고장과 현수막까지 떼버린 상황이다.
23년째 남구 야음동의 한 시장 뒷골목 일대에서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는 캣맘 A씨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최근 한 달 동안 막대기나 돌멩이에 맞거나 패대기쳐 죽임을 당한 듯한 고양이 사체 30여 마리를 발견했다"며 "평소 건강하던 고양이들이었기에 누군가 잔혹하게 때려 사체를 버린 것이 분명하다. 사체 옆에 피가 묻은 각목이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고 분개했다.
A씨는 "처음에는 한 마리씩 죽은 채 발견됐는데 점점 2~3마리 동시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며 "급식소 주변이나 밥그릇에서 사체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길고양이를 돌보지 말라'는 협박과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보여 두렵다. 현재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파손하는 일도 잦아 장소를 수시로 옮기고 있다" 설명했다.
A씨가 증거로 남겨둔 일부 사진에는 급식소 부근에 힘없이 죽은 고양이들로 가득했다. 고양이 두 마리가 포개어 죽어있거나,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가 죽은 어미 옆에 굶어 죽어있기도 했다.
A씨는 "차에 치였으면 피가 나던가, 약을 먹였으면 피를 토하던가 거품을 물고 있었을 텐데 주로 머리 등 급소를 때려 죽었는지 사체들이 깨끗한 편이다"라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최대한 가지 않도록 구석진 곳을 찾아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있는데 누가 왜 죄 없는 고양이를 마구잡이로 죽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과 제97조 제1항에 따르면 학대를 통해 동물을 죽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또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고양이들이 계속해서 학대당하고 죽임을 당하자 수차례 구청과 경찰서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구청에서는 일대에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과 경고장을 붙여뒀는데 이마저도 떼어내 버리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고 야음지구대에 신고했지만 육안상 폭행이 흔적이 없어 부검 등의 절차를 거치지 못했고, 12일에는 누군가 길고양이 밥그릇을 치웠는데 치운 사람이 폭행범과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에 재차 신고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다.
A씨는 "2시간 전만해도 간식을 받아먹던 녀석이 갑자기 죽은채 발견됐다. 잇따라 길고양이들이 죽어가는데 범인을 찾을 길이 없다"고 한탄했다. A씨는 고양이 사체를 야생보호단체에 신고해 화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를 받은 남부경찰서는 "사체를 이미 모두 치운 상태이고 사진으로 봤을 때 학대를 당했다는 것은 확인이 어렵다"며 "특정 시간대 밥그릇을 치운 것으로 CCTV를 확인해 범인을 특정해달라는 신고했는데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추후 학대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 다시 신고해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