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투쟁 ‘D+793’…기약없는 기다림, 피 마른다
자일대우버스, 중노위 판정 불복 위장폐업 등 항소 판결 내주 선고 2년째 임금 못받아…다수 생활고 민사 승소 불구 항소에 장기화 현장농성 인원 16명→3명 남아 공장설비 반출 정황 수차례 포착 "중앙노동위, 영업양수도 인정 인력도 함께 이전돼야"
"돌아가지 않는 공장에 출근한 지도 벌써 793일째네요."
쥐죽은 듯 고요했다. 드문드문 경비복을 입고 외부인을 경계하는 경비원 만이 '여기 사람 있노라'라고 대답해줄 뿐이었다. 한 때 7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했던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에는 미세한 진동도, 매캐한 연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11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이하 자일대우버스노조)에 따르면 오는 1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일대우버스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항소한 1심 사건 공판이 예정돼 있다.
단체협약을 맺은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회사를 청산 및 폐업하며 위장폐업·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자일대우상용차(이하 자일대우버스)가 법원에 제기한 항소심 판결이 이번 주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 2022년 7월 12일 회사가 폐업 및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272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노동조합은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회사가 노조를 배제한 채 기업활동을 하는 것은 위장폐업인 동시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판정하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회사가 정식재판을 요구하면서 직원들은 회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해고 직원들의 현장 투쟁도 기약 없이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2년째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해고자 대다수가 생활고 문제가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앞서 2021~2022년 1년 동안 회사가 고용보장을 담보로 해고자의 임금지불 유예는 물론 전 직원의 임금삭감한 바 있는데, 노조 추산으로는 이 기간 삭감된 액수만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해서도 노조가 회사에 임금청구를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걸었지만, 1심 승소 후 회사가 항소하면서 이조차 장기화되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지난해 10월부터는 금속노조가 지원하는 장기투쟁대책 기금도 끊긴 상태다.
박재우 자일대우버스노조 지회장은 "해고 직원 272명을 대표해서 현장 농성을 하던 인원이 16명이었는데, 지금은 3명으로 줄었다. 각자 지켜야할 가정이 있으니 여기에만 메달릴 수 없는 상태"라며 "평균연령이 40~50대라 재취업은 언감생심이고,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지회장 등은 현장 투쟁을 그만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소송 중에도 지속해서 공장 내 설비를 반출해 베트남 등 해외공장으로 보내려는 정황이 수차례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 초 국내 생산 차종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금형 약 60벌을 회수해 울산공장에 적재해 놨다가 이중 일부를 베트남 등 해외 공장으로 보내기 위해 반출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울산공장 내 차량 완성도 측정기, 용접기 등을 6차례 걸쳐 반출하려다 노조가 출입구를 막고 농성하면서 미수에 그친 바 있다.
박 지회장은 "이미 중노위를 통해 부당해고에 이어 '자일대우버스'가 '자일자동차'에 영업양수도(영업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계약)를 했다는 게 인정됐다"며 "영업양수도가 인정됐다는 건 단순히 장비, 부품,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인력도 함께 이전돼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사측은 장비와 부품만 반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울산시는 2021년 6월께 울산지방법원에 자일대우버스를 상대로 20억원대의 '기반시설지원 반환 소송'을 제기, 올해 5월 1심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회사가 항소하면서 지난 7월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