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래고 갈라지고 … 남구 야외공연장 관리 부실 '눈살'

남구, 길거리 공연 문화 정착 위해 지역 곳곳 야외공연장 조성 불구 방문객 · 이용실적 ‘뚝’ 무관심 방치 우범지대 전락 우려 대책 마련 시급 "시민 · 예술인 활용 위해 적극 홍보"

2024-09-29     정수진 기자
울산 남구 울산문화공연 옆 왕생이길 야외공연장.
울산 남구 울산문화공연 옆 왕생이길 야외공연장에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물고기 모양 나무 데크는 관리가 되지 않는 상태였고, 공연장 앞 공원에 놓인 나무 의자도 색이 바랬다.

"여기서 공연이 열린 적이 있나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울산 남구가 길거리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곳곳에 마련한 야외공연장들이 관리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아무도 찾지 않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을 활성화해 공연 문화 정착 취지를 살리거나, 새로운 도심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찾은 울산 문화공원 옆 왕리단길 야외공연장은 찾는 사람이 없어 황량한 분위기였다.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물고기 모양 나무 데크는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했고, 공연장 앞 공원에 놓인 나무 의자도 색이 바래 앉기 망설여졌다.

공연장 옆에 설치된 이용 시 안내사항과 준수사항이 적힌 팻말도 오랜 시간 방치된 듯 빛이 바랬고,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문화공원을 산책하던 시민 강모(35) 씨는 "밤낮으로 강아지 산책을 다니는데 이곳에서 공연이 열리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사실 여기가 공연장인 줄도 몰랐다. 관리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차라리 없애거나, 공원 안으로 옮겨서 시민들에게 공연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남구에는 왕리단길을 비롯해 삼산디자인거리, 바보사거리 등 3개의 디자인 거리에 야외공연장과 버스킹 존이 운영되고 있다.

또 삼산 사이그라운드 공원, 선암호수공원 등 도심 곳곳에도 버스킹이 가능한 야외공연장이 있다.

이는 남구가 시민들에게 참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젊은 버스커들과 음악 동호인, 신진 예술인들이 쉽게 길거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 거리공연 문화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6년부터 야외공연장을 늘려온 것이다.

운영 초기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문객이 줄면서 야외공연장의 이용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남구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작년까지 왕생이길에서는 19건, 삼산디자인거리에서는 12건, 바보디자인거리에서는 19건의 공연이 열렸을 뿐이다.

올해도 왕생이길에서 11건, 삼산디자인거리에서 6건, 바보디자인거리에서 3건의 공연만 진행돼 공연장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2016년에 조성된 삼산 사이그라운드 공원도 이용률이 저조한데, 이곳은 남구가 골목축제를 개최하는 등 장소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들이 숙식하거나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등 우범지역으로 전락하고 있어 실질적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야외공연장인 선암호수공원 소공연장도 홈페이지에서 예약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동일인이 같은 공연만 반복해서 예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올여름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야외공연장을 신청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오는 10월에는 이미 공연을 예약한 팀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공연을 여는 팀도 있다"며 "고래문화재단에서 매년 지역 예술팀을 선정해 거리음악회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시민들이 공연이 열리는 것을 잘 모르거나, 예술인들이 공연장이 있는 것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거리공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