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내버스 무료화 한 달...현장 상황은?
본인 생년월일 등록 카드써야 보호자 동승 땐 다인결제 가능 일부 버스기사 ‘필수’ 안내 혼선 다인결제 보호자 면박 주기도 9월 탑승 건수 10만3,838건 전년 동월 대비 2만여건 증가
울산시가 시행한 '시내버스 어린이요금 무료화'가 한 달여 만에 10만건 이상 무료탑승이 이뤄졌지만, 일부 버스 기사들이 부모가 아이 요금을 함께 결제하는 '다인 결제'에 부정적으로 대응해 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시민 일상생활 만족도를 재고를 위해 추진한 제도인데,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취재진이 만난 8살 아이를 둔 A씨는 며칠 전 울산 지역 버스를 이용했다 뻘쭘한 일을 겪었다.
A씨는 "아이가 아직은 혼자 버스를 이용할 일이 없어 어린이 교통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제 카드로 같이 타려고 어른 1명, 8세 아이 1명이라고 했는데 '아이도 카드를 만드셔야죠'라며 핀잔을 주더라"며 "홍보문을 보면 '보호자 카드로 무료 결제 가능'이라고 적혀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뭐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역 온라인 카페에도 '교통카드 하나로 아이와 함께 탔더니 화를 내더라', '어떤 기사는 부모 카드를 사용해도 아무 말 안 했는데 다른 기사는 면박 주더라' 등 A씨와 같은 경험담이 올라와 있었다. 또 '어린이는 어린이 교통카드 있어야 해요' 같은 시내버스 어린이요금 무료화 제도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울산버스조합에 따르면 7세~12세 어린이는 2100·2300번 등 타 지자체 노선을 제외한 울산시의 183개 전체노선(시내일반, 직행좌석, 리무진, 지선·마을·마실버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때 꼭 생년월일을 등록한 '어린이 교통카드'를 찍고 탑승해야 한다. 무료임에도 교통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탑승 건수 집계 등의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호자와 함께 탑승하는 경우 보호자의 교통카드로 함께 결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단말기가 어린이요금은 '0'원으로 인식해 결제하지 않도록 돼 있다. 만약 교통카드가 없다면 일반 시내버스 기준 600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기사들이 '어린이 교통카드' 발급을 필수라고 안내하면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내버스 운송약관에 본인 교통카드 사용 의무화 내용이 있다. 성인의 경우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신용카드는 자녀 등에 양도가 불가하다. 또 도난·분실 대한 위험성을 사전 차단하고 우대용 교통카드(만 65세 이상 경로우대자, 장애인, 유공자) 부정사용을 막기 위함이다. 어린이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2살이 지난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탑승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 승차도 막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기사들도 지침을 각기 다르게 숙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날 취재진이 무작위로 탑승한 한 버스에는 '신용카드로 청소년 요금 사용금지'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이 문구도 부모의 신용카드로 어린이가 함께 요금을 결제하면 안된다는 내용으로 해석되는 등 이용객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울산버스조합 관계자는 "기사들이 '울산시내버스 운송약관'에 여객 1인당 1장의 교통카드 사용이라는 문구가 있어 시민들께 어린이 교통카드를 만들라고 안내한 것 같다"면서 "그동안 일부 어린이들이 부모님 카드를 사용한 사례가 많아 어린이 교통카드 발급을 유도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동반 탑승 시에 다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기사들에게 한 번 더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요금 무료화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어린이 탑승 건수는 10만3,838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 2만여건 늘어난 수치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