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는 친일파인가?
바다 관리어업 제도·차고지증명제 등 이웃나라 ‘일본’ 문제 해결 능력 칭찬 미래 후손 위한 방식 타산지석 삼아야
사람들이 가끔씩 날 보고 친일파라고 한다. 왜? 내가 종종 일본을 칭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고 느낄 때, 이웃나라 일본은 똑같은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들이 있지 않겠는가, 내가 일본을 칭찬하는 고정 레파토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바다에 대한 것이다. 2005년 일본해역을 침범했다는 우리 어선을 두고 울산해경과 일본해경이 동해에서 대치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우리해경의 승리로 어선이 나포되는 걸 막았는데 사건 후 조사과정에서 우리 어부가 하는 말, "그물을 우리바다에 열번 담그느니 일본바다에 한번 담그는 것이 조과(釣果)가 좋습니다" 왜 그럴까?
일본은 80년대 초부터 소위 '관리어업'을 시행하고 있다. 관리어업은 공동어로-수익분배방식인데 쉽게 말하면, 참돔의 어가(魚價)가 높을 때 어촌계장의 지시로 어선이 할당된 양만큼 참돔을 잡아 최대의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은 어부들이 분배를 하는 방식이다. 우리처럼 바다에 나가서 먼저 보면 임자가 아니라 철저히 어촌계의 공동어로를 준수하는 것이다. 그들은 왜 이러는가? 어족자원을 보호해 풍성한 바다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20여년 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도 관리어업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무슨 공산주의 하자는 것이냐"며 어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는 동안 우리바다에선 명태, 정어리, 쥐치가 사라졌다. 그 원인은 남획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인망 쌍끌이어업 등으로 종류를 불문하고 무조건 많이 잡고자 했기 때문에 바닷속에 소위 살아있는 건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이젠 땅 위의 얘기를 해보자. 일본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일본의 주택가에 가보면 예쁜 2층 단독주택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게 참 조용하고 쾌적하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남구 달동, 신정동 일대에 보면 낮은 단독주택들 사이로 고층아파트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빌라와 식당, 택배창고와 카센터까지, 사람이 잠을 자는 동네에 온갖 시설들이 짬뽕이 돼 있다. 그러다보니 여름밤엔 창문을 열고 잠을 잘 수가 없다. 너무나 시끄럽기 때문이다.
좁은 땅에 솟아오른 고층아파트들이 20~30년 후면 낡아질텐데 그 땐 과연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가능할까? 우후죽순 짓는 저 고층아파트들이 미래의 후손들이 손도 댈 수 없는 재앙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소방차가 좁은 골목에 주차된 차들을 박살을 내면서까지 진입하는 장면이 있었다. 참 답답했다. 일본의 밤거리를 본 적이 있는가? 거긴 밤에 도로변에서 잠자는 차들이 한 대도 없다. 왜 그런가? 일본은 40년 전부터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살 수가 없다. 우리 소방차가 주차차량을 부수면서까지 골목을 진입하는 광경을 일본사람이 본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어떤 이들은 우리는 차고지증명제를 하기에 너무 늦었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공동주택 주거비율은 70%가 넘는다. 주택구입비 속엔 우리 아파트 주차장 사용료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미 국민70%는 차고지증명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인들이 만든 부산의 성지곡 수원지댐에는 '음수사원(飮水思原)'이란 말이 적혀 있다. '물을 마실 때 이 물이 어디서 오는지 그 근원을 생각하자'는 뜻이다. 이제 바다를 보면서도 그냥 '푸르다'가 아니라 왜 우리바다가 속으로 몸살을 앓는지, 그리고 우리 사는 공간이 뭔가 불편하다면 처음에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글을 적어놓고 보니 '나는 확실한 친일파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발 돌을 던지지는 마시길…
이영훈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