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매일통신] 김정은의 광폭행보, 무엇을 노리나

도로 두고 숲길 통과 사진 공개 선전효과에 신비주의 계산한듯 러 파병·미사일 등 노림수 뻔해

2024-10-27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독재의 유전인자를 태생적으로 가진 이들은 유난히 밤을 좋아한다. 근대사를 통틀어 독재로 권력을 움켜진 자나 빨갱이의 수장들은 언제나 밤에 이벤트를 즐겼다. 대표적인 예가 몇 해 전 북괴의 수뢰 김정은의 심야 열병식이다. 당시 김정은은 밤의 황태자로 거듭 나려는 듯 나폴레옹식 군복을 입고 히틀러처럼 손을 흔들어 댔다.

 심야에 횃불을 켜들고 군중들의 시선을 모은 원조는 히틀러다. 나치의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열병식의 끝자리에 히틀러가 팔을 들어 올리면 수십만의 군중이 '하이 히틀러'로 고막을 찢었다. 독재자와 빨갱이는 왜 밤을 좋아할까. 바로 극적효과가 가져오는 신비주의와 비언어적 요소가 만드는 신비감이다. 밤의 몽롱함이 단조로운 음악의 반복된 소리로 이어지면 원시의 종교 의식이 광장을 메운다. 그 상징의 의식이 가져다주는 지도자의 신비로움을 독재자와 빨갱이는 유전처럼 우상화의 비책으로 이어왔다.

 김정은의 신비주의는 또 한 차례 진화했다. 며칠 전 북한 노동신문이 가죽 재킷을 걸치고 숲길을 걸어가는 김정은을 실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였다. 지난 9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 공개에 이은 군사기밀 대외공개였다.

 정확한 위치와 일자는 비밀에 부쳤지만 김정은이 제대로 길이 닦여 있지 않은 숲속을 걸어가는 모습과 흰 터널과 같은 형태의 시설 내부가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열을 올리는 푸틴에게 전투병력을 파견한 사실이 정보당국에 알려진 직후였다. 파병과 군사기밀 공개로 이어지는 김정은의 광폭행보는 무엇을 노린 것일까. 

 김정은은 자신의 비밀병기라는 20만 명에 이르는 특수부대 일부를 푸틴에게 상납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를 분석하며 "북한군은 규모에 비해 장비가 부족하나 강점은 특수부대"라며 실태와 위험성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북한군은 병력 130만 명, 예비군 76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남성은 최장 10년, 여성은 5년의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세계 4위라는 병력 규모에 비해 장비는 노후화됐다. 장비 대부분은 재래식이며 냉전기의 유물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다만 "북은 정면대결 대신 신중하게 적의 약점을 파악한 뒤 고도로 훈련된 소수의 비밀부대를 동원해 공격하는 이른바 '비대칭 전술'의 대가"라며 "러시아에 가장 유용한 건 북한의 특공대원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 특공대원은 "전선 뒤편 후방으로 침투해 항구와 공항,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고 시민들의 공포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군사기밀 공개가 알려지자 서방은 북의 전략무기 기지에 대한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기지가 북의 '전략무력'이 모인 기지로 분석했다. 북의 언론은 김정은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날짜나 해당 기지의 위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이 좁은 숲길을 따라 해당 기지에 출입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으로 미뤄 전문가들은 출입구가 은폐된 지하 격납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정은은 실제로 "전략미사일 기지들을 더욱 현대화, 요새화하고 모든 기지가 각이한 정황 속에서도 임의의 시각에 신속히 적수들에게 전략적 반타격을 가할 수 있게 철저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도 전파를 탔다. 

 북한식 용어인 '반타격'은 반격을 의미하는데, 전략적 반타격은 적의 선제공격에 핵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증 보복 능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제2격' 또는 '2차 공격(Second Strike)' 능력을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명분을 만들어 언제든 핵공격이 가능하다는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노동신문이 공개한 숲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언론에 나와 "출입구가 은폐된 터널화 기지로 추정된다"라든가 "다양한 전략 미사일을 비축하고 있는 기지"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부각하려는 김정은의 선전술이 미 대선 직전에 가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군의 대규모 지상군 러시아 파병과 오물풍선의 전방위 낙하, 남북의 직선 연결도로 폭파쇼와 특수부대 전력공개 등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최근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와 나토의 본격적인 군사적 압박, 그리고 미국 대선의 향배는 김정은의 의도된 선전선동의 전략적 접근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에 특수부대를 파병한 김정은의 만행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언론이 북한의 괴물에 대한 집중 조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쪽의 자칭 백두남매는 자신들의 실체를 까발리는 남쪽의 삐라를 구실로 밤마다 오물풍선을 쏘아 올리고 있다. 그 오물이 이제 용산 대통령실 마당 앞에도 떨어졌다. 신이 난 김정은은 휴전선 전역에 연결도로 폭파쇼로 엄포를 놨다. 그리곤 숲길을 걸어 들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를 슬쩍 보이며 미국 대선판에도 기웃거린다.

   개가 목젖을 세워 고함소리를 높일 때는 불안감이 최대치에 올랐다는 반증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보여주는 신비주의는 내부의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문제는 우리 쪽에 있다. 북의 발악에 강경한 메시지만 내보내도 남쪽의 좌파세력은 '전쟁공포' 운운하며 악을 쓴다. 백두혈통을 위해서는 은밀하고 조용하게 퍼주기를 해주던 이들이 이제는 막 나간다. 문재인 정부 때 권력서열 2위였던 임종석은 대놓고 통일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측근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이뿐인가. 문재인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 반국가단체인 조총련 산하 단체에 국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말 어느 쪽이 문제인지 애매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