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에 재개발 대형 펜스까지 '위험천만'
[르포] 원거리 배정 논란 통학로 가보니 남구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일대 걸어서 5분 학교 두고 30분 거리 등하교 좁은 골목길 차량 수시 주행 보행안전 위협 사거리 8~10곳 불법주차 차량에 시야 가려 일대 재개발 예정지 대형펜스 등 위험 노출 어린이보호구역 한군데도 지정 안돼 학부모들 교육청에 통학구역 변경 지속 요청 강남교육지원청 "학생안전 최우선 대안 모색"
▷속보="비좁은 골목길 차들 피하느라 걷다 섰다 하기를 반복, 어른 보폭으로 20분 걸리는 등하굣길을 아이들이 다니기에는 위험해 보였습니다."
울산 남구 신정동 한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를 두고 먼거리 초등학교가 배정(본지 2024년 10월 16일 6면 보도)되자 학생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통학구역이라며 지속적으로 통학구역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은 학생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각종 대안을 강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는 내년 12월 입주 예정인 남구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아파트로 이곳 초등학생들은 걸어서 5분 남짓한 신정초등학교를 놔두고 30분 거리의 울산중앙초등학교를 매일 왕복하게 생겼다.
5일 30대 성인인 기자가 해당 아파트에서 중앙초까지 등하교해본 결과, 어린이들이 다니기에는 안전하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등교는 아파트에서 학교까지 최단 거리인 골목길을 이용해 걸어서 갔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 시청을 가로지르고 횡단보도를 건너 또다시 골목길을 따라 걸었는데,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다니는 차들로 걸었다 섰다를 수없이 반복했다.
엔진소리가 적은 차가 뒤에서 다가오는지 몰랐다가 클락션 소리를 듣고 비켜서기도 했다.
또 골목마다 작은 사거리가 8~10군데 정도 있었는데 곳곳에 불법 주정차가 세워져 있어 키가 작은 아이들은 사거리에서 오는 차들을 불법 주정차에 시야가 막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다.
골목길을 따라 주택, 빌라도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담배 냄새도 적지 않게 맡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 골목을 따라 대형 펜스가 쳐져 있었는데 일대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아이들이 위험에 고스란이 노출될 것으로 보였다.
내비게이션은 최단 거리로 시청을 가로질러 가도록 안내했는데, 시청 광장은 차들이 통행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볼 수 없었다.
이렇게 16분여를 걷자 중앙초에 다다랐는데 그동안 어린이보호구역은 한군데도 없었다.
하굣길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안전펜스가 있는 월평중학교 방면으로 걸어가 큰 길가로 둘러서 가봤다.
이내 큰 길가가 나왔지만 폭이 좁아 통행이 어려웠다. 인도 위로 불법주정차와 지나다니는 자전거를 계속해서 피해가며 걸어야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곧장 시청 왼편 인도를 따라 걸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 걷는 속도도 현저히 떨어지면서 아파트까지 20여분이 걸렸다.
성인 기준으로 길을 알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16~20여분이 걸렸는데, 걸음걸이가 늦은 아이들 기준으로는 족히 40분도 걸릴 것으로 판단됐다.
반면 아파트에서 신정초까지는 큰 도로를 따라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어린이보호구역이 나왔고 후문까지 6분, 정문까지 8분이면 갈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에는 "교육감님 등하굣길이 얼나마 위험한지 같이 걸어가보시죠", "안전하지 않은 통학로는 통학권 침해입니다"라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강남교육지원청은 이달 1일까지 효문초, 약수초, 중앙초의 2025학년도 초등학교 통학구역 조정안을 행정 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을 받았는데,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신정초로 학교 배정을 바꿔달라는 입장이나 신정초 학부모들은 학교가 이미 과밀상태라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신정동 일대 신축아파트들이 줄줄이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모두 중앙초로 배정될 예정이고, 이는 분양 당시 입주공고에서부터 알렸다. 현재 신정초는 급식실, 화장실 등 수용여건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지금까지 입주예정자들과 3차례 정도 간담회를 진행했고 오는 30일까지 관계부서, 입주예정자 등과 충분히 내용을 논의하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관할 지자체인 남구는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등의 요구에 대해 "우선 학교장 등이 시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을 요구해야 하고, 경찰의 심의 과정 등을 거쳐 보행로, 표지판, 안전펜스 등을 설치할 수 있다"며 "다만 좁은 골목길에 보행로 조성 등이 힘든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