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진료비 5억 병원에 전가···개선책 시급"

[울산시 시민건강국 행감] 김종훈 "미납의료비 경영에 부담" 환자 기피 등 부작용 초래 우려 의료지 지원·이송체계 구축 등 제도적 장치 조속히 마련 지적

2024-11-12     김준형 기자
울산시의회 문화복지환경위원회 김종훈 의원이 12일 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시민건강국·보건환경연구원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제공

울산의 한 종합병원에 불법체류 외국인이 5년간 혼수상태로 입원해 있지만 국립의료원 전원, 본국 송환 등 방안을 찾지 못해 5억7,0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병원 측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 존엄성과 병원 경영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울산시민 등의 의료서비스에 차질을 주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데다 지역에 외국인근로자도 늘고 있어 유사사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2일 울산시의회 김종훈 의원이 제시한 울산시 시민건강국 대상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A(52)씨는 지난 2019년 9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서 일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모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그 해 12월 B병원으로 전원 됐고, 약 5년간 혼수상태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관광객 비자로 입국해 불법 취업했으며, 책임질 가족이나 기관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김종훈 의원은 행감에서 "응급의료법에 따라 소명을 다한 B병원이 지난 5년간 병상과 치료비 5억7,764만여원을 다 떠안게 됐다"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만방으로 뛰고 있는 병원은 출입국사무소, 중국대사관, 울산시청, 보건복지부, 외교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법 제3조(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는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민족,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응급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같은 권릴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불법체류자들의 치료, 입원, 사망과 관련된 고충을 울산지역 상당수 병원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른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병원 경영에도 중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본국 송환 등 외교적 해결 방안을 구축하거나 국립의료원으로 전원이 가능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응급 외국인근로자 입원치료 기피 등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시 시민건강국에 △외국인 근로자의 의료비 지원 및 이송체계 구축 △불법체류자의 진료 및 입원 실태 △B병원 사례 해결 대책 △민간 피해 감소 방안 등을 요구하면서 지자체가 치료비를 선지급 해주고 해당 국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줄 것을 주문했다.

B병원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막대한 미납의료비가 누적되고 해결 가능성도 거의 없어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환자 역시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장기입원을 하고 있는 등 환자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받을 수 밖에 없고, 울산시민 등 국민의 의료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행감에서 "불법체류자의 병원비를 지역 사설 의료기관이 책임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관계 법령이나 근거가 없는 상황인데, 정부나 국립의료기관, 중국영사관 등에 해결을 재차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기자 jun@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