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나는 누구, 여긴 어디?···실감영상으로 만나는 미지의 세상

문경원&전준호 작가 '팬텀가든'전 울산시립미술관 내년 3월23일까지 기후·환경문제 다각적 시각으로 제시 'XR랩' 정교한 연출 시공간 초월 체험

2024-11-18     고은정 기자
전시의 한 장면.

'Phantom'.

사전상으론 환영(幻影)이나 유령 등을 뜻한다. 영어단어로서의 원 정의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유령을 뜻하게 됐다고 한다.

마치 우주를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에 홀려 미지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듯하기도 했다. 서서히 바뀌는 사면에 소용돌이 치는 기하학적 이미지에 매료돼 10여 분을,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울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 XR랩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팬텀가든'전.

이번 전시는 기후, 환경 문제를 다각적 시각으로 새롭게 관측하고 대안적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인류 멸망 후 미지의 새로운 생명체가 방문한 지구에서 과거 인류의 발자취와 환경을 추적하는 가상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마치 고고학자처럼 식물의 세계를 조사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실감영상체험 공간에서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우주인가? 미지의 세계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눈앞에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미지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미지는 마치 연기 같기도 하고, 수많은 별이 있는 광대한 우주의 풍경을 떠올리게도 했다.

나를 중심으로 둘러싼 사면에서는 소용돌이치듯 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몰려왔다. 빨려들어 갈 것 같아 멈칫하기도 했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연출한 공간은 시공간의 초월적 경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난 2009년부터 공동작업을 선보인 문경원과 전준호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과학자 등 여러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기후, 환경 문제를 다각적 시각으로 다루며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이다.

'XR랩' 전시장은 산업수도 울산에 걸맞게 조성한 울산시립미술관의 실험정신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개관이후 다양한 예술 장르와 과학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작품들이 잇따라 제작돼 펼쳐지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 기술적 토대에 기반을 둔 몰입형 가상현실을 경험하고, 예술의 다면적 확장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최적의 공간임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날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XR랩(실감영상체험) 공간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연출해 초월적 시공간의 경험을 제공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의 문제를 넘어 인간을 중심으로 서술됐던 지구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