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위를 걷는 아이들···"‘보행자 안전도우미’ 의무화를"

중구 번영로센트리지 4단지 인접 종교시설 증축 대규모 공사중 야자매트 깔린 인도 보행 위험천만 신호수 2명 공사 차량 통행 관리만 중구 "보도 점용 · 현장 안전 관련해 시공사에 지속적으로 주의줄 것"

2024-11-24     김귀임 기자
24일 찾은 울산 중구 번영로센트리지 인근 공사 주 출입구. 4단지 입구에서 불과 3m 떨어져 있는 이곳은 공사 흙먼지 날림·자재차량 통행 등을 위해 보행자 길을 침범하고 있다.

울산 중구 2,600세대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인접한 종교시설의 대규모 공사로 인해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학교를 통학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했는데, 관급공사에 배치된 '보행자 안전도우미'를 민간공사에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찾은 울산 중구 번영로센트리지 4단지. 단지 입구에서 성인 걸음으로 불과 세 발짝 떨어진 곳에 철근이 치솟아 있는 공사 현장이 보인다.

공사 주 출입구 옆엔 인도로 추정되는 길이 있었는데, 자재 차량과 흙먼지 날림을 방지하기 위한 야자매트가 깔려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온 아이들은 야자매트를 피해 인도가 아닌 도로를 이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대단지 아파트에 입주민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자, 행정당국에 사고우려 민원이 잇따랐다. 올해 초엔 "학교를 가던 아이가 자재차량에 치일 뻔했다"며 중구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결국 4단지 주민들은 올해 중순께 직접 중구로 찾아가 김영길 중구청장에게 "안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곳 종교시설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1만6,924㎡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증축공사를 진행 중인데, 준공이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문제는 단지 입구에서 불과 3m 떨어진 공사현장이어서 공사가 계속되는 동안 보행자들이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자와 같은 보행 약자의 경우 이동이 더욱 어렵다.

공사현장 주 출입구에 신호수 2명이 있지만, 자재차량 통행을 관리할 뿐 보행자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는 않다.
 

번영로센트리지 4단지 내에 있는 다른 공사 현장 출입구.

울산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5월 9일부터 '울산광역시 보행안전도우미 운영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보도 점용' 공사의 경우 교통약자 등 보행자의 안전을 돕는 '보행자 안전도우미' 상주를 의무화한 것이 주 골자로 기존 신호수 역할과는 구분토록 했다.

그러나 관급공사에만 해당되고 민간공사는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보행자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한 4단지 주민은 "종교시설이 장기적으로 대규모 공사를 해 밤낮으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주민들이 참아왔다"며 "하지만 어르신과 아이들이 자재 차량에 치일뻔한 것을 본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먼지가 인도를 넘어 도로까지 침범하기도 하는데 도로로 건너는 아이들이 미끄럽다고 말할 때마다 정말 아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이 조례를 발의한 문석주 울산시의원은 "조례 제정 당시에 '보행안전도우미' 영역을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러 이유로 공공기관에만 한했다. 하지만 일부 민간 공사현장에서 흙먼지 등으로 인해 편의상 '야자매트'를 깔고, 적치물을 놔두는 등 주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보행안전도우미가 있음을 민간에서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라도 도우미를 놔두려고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와 종교시설 관계자는 "보도를 점용하지 않았으며 주민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인도의 경우엔 사실상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를 우리가 편의상 야자매트를 깔아놓은 것"이라며 "보행자들이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최대한 자재차량 통행을 자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행자 안전도우미는 처음 들어봤다.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아 검토할 필요를 못했고, 사실상 지금 배치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중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공사 현장에서 '보행자 도우미'를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인근에 많은 세대들이 입주해 있는 만큼 통행이 많아 위험도가 더 높은 것도 맞다. 보도 점용 부분과 공사 현장 안전 문제와 관련해 시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