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도는 되고 슬도 밖은 안돼?···음식점 영업 형평성 논란
[긴급진단 - 생존 갈림길 성끝마을] 60년 넘게 공원 조성 ‘예정지’ 신세 시, 체류형 관광지 추진…철거 보류 관광객 핫플 등극 신상 카페 줄이어 무허가마을 내 모든 음식점 ‘불법’ 슬도 밖 건축물은 강제 철거 슬도 상인들 상대론 계도만 동구의회 올 행정사무감사서 지적 "신상 카페 철거 · 대책 서둘러야" "관광지 재탄생···보존 방안 마련을" 동구 "철거 쉽지 않아 지속적 계도"
60년 넘는 세월을 공원조성 '예정지'로 버텨온 동구 방어진항 성끝마을이 '울산 대표 무허가촌'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올 한해를 넘기게 됐다.
공원시설 외 개발이 금지됐지만 주민이 집을 지어 살고, 경로당도 있고, 식당과 카페가 들어섰다. 모두 불법건축물(본지 2024년 1월 17일자 3면 보도)인데 행정당국은 철거·이주대책을 세웠지만 주민 반발로 불발됐고, 그렇다고 '양성화' 정책을 추진하지도 못한 채 주변 상인들과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무허가촌인 성끝마을에 작년 약 3곳의 음식점이 들어선 데 이어 올해 초 1곳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현재 성끝마을에 들어선 주거지 119세대와 경로당 1곳, 식당, 카페는 모두 불법건축물이다. 불법건축물 옆 식품·위생업은 원칙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에 마을 내 모든 음식점은 식품·위생업이 아닌 '도·소매업'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준, 성끝마을 내 '불법' 음식점은 총 23곳으로, 이 가운데 13곳이 영업 중이다. 나머지 10곳은 문 닫았지만 폐업하지는 않았다.
1962년 울기공원에 포함된 성끝마을은 2004년 '대왕암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되면서 벌써 60년 넘게 공원조성 '예정지' 신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끝마을 면적은 6만2,000㎡로 기획재정부 소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성끝마을 철거를 전제로 이 일대는 '해양테마 활동지구'로 2020년 개발이 완료됐어야 한다. 올해 개관한 슬도아트를 포함해 △토이랜드 △스포츠게임센터 △고래테마조각공원 △해양생태수족관 등 민자시설을 포함한 12개 시설이다. 하지만 '성끝마을 철거'라는 대전제가 무산되면서 슬도아트 하나만 조성된 상태다.
행정당국은 2022년 성끝마을 철거와 이주대책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모두 '보류'했다.
작년 울산시는 이 일대를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
외지인들은 이런 어수선한 틈을 타 최근 5년 새 일명 '슬도 카페거리' 일대에 음식점 6곳을 신규 오픈했다. 일부 카페는 '인스타 핫플'로 인기를 끌면서 슬도로 관광객을 유입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 동구 슬도 방문객은 2021년 15만2,089명에서 작년 20만9,490명으로 2년 사이 약 38%나 늘었다.
문제는 행정당국이 '철거'도 '양성화'도 못하는 사이, 슬도 vs 슬도 외 상인들 간 행정 형평성 시비를 둘러싼 갈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슬도 밖 상인들은 "우리는 가게가 좁아 옆에 노포를 만들었더니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지자체에서 나와 강제 철거하더라"라며 "그런데 불법건축물인 슬도 상인들은 왜 계도만 하고 봐주는 거냐. 행정이 형평성을 잃으면 안된다"고 따졌다.
이날 기자가 만난 성끝마을 음식점 사장은 "신규 카페는 이제 더 이상 들어오면 안된다"면서도 "무허가인지 모르고 여기에 정착했는데 이제는 이 장사가 유일한 터전이 됐다. 정식 등록을 할 수 있으면 벌써 수천 번은 했다. 취득세 등은 성실히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 '우리 사정을 제발 좀 알아달라'며 수년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어떤 확답도 없다. 이게 방관 아니면 뭐냐"고 호소했다.
동구 윤혜빈 의원은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2022년에 성끝마을 공유수면 일대 건축물을 철거하고 꽃밭을 조성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왜 신상카페는 묵인하나"라며 "일관성 없는 행정, 늑장행정 아니면 무엇인가. 신상카페는 당장 강제 철거하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문옥 의원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성끝마을을 보존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박 의원은 "부산 흰여울마을도 성끝마을 처럼 '무허가 마을'인데 오히려 관광지로 재탄생했다"면서 "더 이상의 신상카페라던지 음식점이 들어와선 안되지만, 이런 사례를 참고해 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동구 관계자는 "마을 내 모든 음식점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계도를 하고 있지만, 아무리 국유지라도 철거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로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