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면 그만···농지로 둔갑하면 단속할 방법도 없어
[현장리포트] 근절되지 않는 불법 성토 (하)솜방망이 처분 비웃는 업자들 3000만원 벌금보다 부당 이득 쏠쏠 고발·수사·처벌까지 수년 걸려 원상회복 행정대집행 비용 부담도 울주군 전역 관리 직원은 4명 불과 민간감시단 운영·신고 포상금 등 군민과 소통 불법 근절 방안 모색
울산 울주군에 신고되는 불법 성토 현장만 매년 50여건, 적발되지 않고 유야무야 시간이 흐른 뒤 풀이나 농작물이 자라면서 성토 행위 흔적이 뒤덮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나마도 울주군에 적발돼 행정조치가 내려진 현장 중 원상회복되는 곳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불법 성토 행위자와 토지주의 '이익'이 처벌보다 더 크기 때문인데, 보다 강력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발부터 처벌까지 한계 뚜렷
불법 성토 현장이 적발되는 대부분의 경로는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행정당국에 민원을 통해서다. 그래서 실제 불법 성토 행위가 이뤄진 시점보다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신고를 접수한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불법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해당하면 처분 사전 통지 등 행정계고를 시작으로 절차를 밟는다.
통상적으로 토지주와 사업자에게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지면 불법적으로 성토된 양, 주변 자연환경 영향 등을 고려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 정도의 시정명령 기간을 준다. 이후에도 이행이 되지 않으면 2차 계고가 나가고 최종적으로 경찰에 형사고발 한다. 형사고발까지 대략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혐의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데, 대부분 벌금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까지 진행되는데 통상 1~2년이 걸린다.
그래도 행위자와 토지주가 원상회복을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재차 행정계고를 내릴 수 있지만, 처벌까지 또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불법 성토로 행위자와 토지주가 얻는 이익은 즉각적이고 명확하다.
공사현장 등에서 발생한 폐토를 농지 등에 성토하는데 지주가 행위자로부터 한 트럭당 2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 적발된다고 하더라도 벌금을 물면 그만인 것. 또 행위자의 경우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으면 추적 자체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발했을 때 얘기다.
도농복합도시인 울주군의 면적은 758.38k㎡으로 울산(1,062.83k㎡) 전체 면적의 71%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보다도 넓고 부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논, 밭, 과수원, 목장용지, 임야 등이 439.94k㎡(58%)로 울산 나머지 4개 구의 면적보다 넓다. 그런데 울주군 전역의 개발행위를 관리하는 직원은 4명이 전부다. 이 때문에 울산은 물론 인근 부산과 양산지역 등 도시개발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뻘 흙, 폐토 등의 유입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행정대집행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행정대집행'을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행정대집행은 지자체가 직접 원상회복을 하고 발생하는 비용을 불법 행위자에게 징수하는 강제집행으로 행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하지만 결국 '비용'이 문제다. 행위자가 이를 징수하지 못해 체납액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울주군의 설명이다. 결국엔 군민의 세금을 불법 행위자를 위해 사용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올해 초 울주군은 온산읍 학남리 790-1번지 일대 대규모 불법행위에 대해 원상회복을 위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절차에 돌입했다.
이곳에 이뤄진 불법행위는 성토 45만8,394㎥(면적 5만2,455㎡)를 비롯해 옹벽 100m, 산지 훼손 4만1,533㎡ 등에 달했는데, 집행 비용만 60~70억원 상당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시설계 결과에 따라 규모와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 만약 이 비용을 징수했을 때 납부가 안되면 체납액으로 남게 된다. 미납부시 재산 압류까지 진행하는데, 행위자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이조차도 불가능하다.
#울주군 "자체 대응 방안 마련 검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주군 자체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지역 전반에 불법 성토 현장을 다니면서 실질적인 관리 대책을 세운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또 지주들에게 농지 성토 규정을 설명하고 혹여 불법 여부를 몰라 행위자에게 속는 경우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행정계고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지만, 불법 성토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군민들과 소통해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주변 농지를 둘러보면 성토작업을 한 뒤 작물을 심어 일반 농지와 구분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이 많다"면서 "불법 성토 행위를 적기에 발견하지 못하는 사이에 행위자와 토지주가 성토한 흙을 평탄화하고 농지로 둔갑시키면 이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례를 제정해 민간감시단을 운영하고 공익 신고에 대해 포상금을 거는 등의 방법으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연천군의 경우 농지 성토TF와 농지감시원 운영을 통해 불법 농지 성토 단속을 강화한 사례가 있고, 경기도는 폐기물 불법매립 등 공익제보자에 포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울주군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울산환경운동연합에서 적극 지지하고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