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아직 팔팔한데 일할 곳이 없다

[집중기획]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상)  울산 12월 주민등록 인구 기준 1964~1974년생 22만2,298명 1차 베이비부머 세대 합치면 전체 인구의 34%나 돼 고령층 10명 중 7명 일하기 원해 희망 근로 연령 73.3세로 늘어 극심한 취업난에 희망사항 그쳐 북구만 퇴직자지원센터 운영 일자리 매칭·역량 제고 등 집중 타 기초단체도 설립 서둘러야

2025-01-12     신섬미 기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의 은퇴가 시작됐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이들은 긴 노후를 앞두고 기회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일하고 싶다고 희망한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계획하는 시점이다. 문제는 인생 2막을 뒷받침해 줄 일자리다. 취업난은 2030에게만 해당하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중장년층에게 더 가혹하다.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 사회적 논의는 있지만 이제 시작된 상황이다. 퇴직자들의 소중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면서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 울산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김형래(63)씨는 2021년 정년퇴직했다. 이후 계약직으로 1년 연장근무 후 2022년, 36년간 다닌 회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퇴직하기 전만 해도 일을 그만 두면 한동안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 그는 "집에만 있으니 사람이 망가지는 것 같아 일을 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다. 경력을 살려 민간업체에 이력서를 15군데 넘게 넣었는데 연락 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채용 시 나이 제한 없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다. 면접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필을 해 볼 건데 그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더라"며 암담함을 토로했다.

#10년 동안 전문직으로 일했던 조말남(56)씨는 정년퇴직이 한참 남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만뒀다. 이후 2년 전부터 지자체 계약직으로 시니어들의 일자리 채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구직활동을 하는 수많은 중장년을 만나고 있다는 조씨는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분들은 거의 다 건강하시다. 이야기 나눠 보면 생활력도 강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높다. 하지만 이들을 찾는 수요처는 한정돼 있고 나이나 경력 등 조건이 있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울산은 산업도시답게 조선, 자동차, 정유·석유화학과 관련된 굵직한 대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다가 관련 하청업체까지 더하면 노동자 수가 월등히 많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부터 2차 베이비부머 세대 첫 정년이 시작되면서 울산에서도 10년에 걸쳐 노동력이 대거 은퇴할 예정이다.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는 22만2,298명으로 확인됐다. 앞서 은퇴 시기가 완료된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15만5,885명에 비해 6만6,000여명 더 많다.

울산에서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1~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합치면 전체 인구(109만8,312명)의 34%(37만7,836명)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퇴직 후 더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앞서 김형래, 조말남 씨의 사례와 같이 중·장년층 대부분 일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고령층(55~79세)의 취업 관련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분석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령층(55~79세) 인구 1,598만3,000명 가운데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1,109만3,000명으로 전체의 69.4%를 차지했다.

10명 중 7명은 앞으로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49만1,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희망 근로 연령은 73.3세로 전년도보다 0.3세 증가했다.

근로 희망 사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5.0%)이 가장 높게 나왔으며, 이어 '일하는 즐거움'(35.8%), '무료해서'(4.2%), '사회가 필요로 함'(2.7%), '건강 유지'(2.2%) 등 순이었다.

이렇듯 대부분 퇴직자나 퇴직예정자들이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있지만, 극심한 취업난에 갈 곳을 잃었다.

도움 받을 곳 찾기도 쉽지 않다.

울산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5개 구군별로 살펴보면 △남구가 6만3,350명으로 가장 많으며 이어서 △울주군 4만7,760명 △북구 4만2,484명 △중구 4만2,007명 △동구 2만6,697명 순이다.

하지만 퇴직자를 전담으로 운영하는 센터는 북구가 유일하다.

북구퇴직자지원센터는 지난 2021년 문을 열어 중·장년 퇴직자와 퇴직예정자에 대한 종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2인생 설계를 돕고, 재취업과 창업지원, 사회공헌 및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한다.

자칫 일자리종합지원센터와 비슷한 성격을 띄는 것으로 보이지만 센터 관계자는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건 모든 일자리센터에서 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직무에 대한 자격을 강화하면 일자리 정보를 받았을 때 매칭이 수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센터는 퇴직자나 퇴직예정자들이 일자리 매칭에 앞서 역량을 쌓는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주군에 거주 중인 한 퇴직자는 "퇴직 후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니 수십년 경력이 전혀 쓸모 없더라. 전혀 다른 일에 관심이 생겨 도전해보고 싶어 알아보니 북구에 퇴직자지원센터가 잘 되어 있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막상 퇴직자가 되어 상황을 겪어보니 매 순간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실제로는 사회시스템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만 든다. 당사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신섬미 기자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