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의료 품질로 시민 신뢰 제고···원정 진료없는 지방 의료 실현

[박종하 울산대병원장 인터뷰]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하려면 최고의 의료서비스 제공해야 진료받은 환자가 직접 체감하는 게 어떤 홍보보다 강력한 브랜딩 전공의들 사이에 수평적·자유롭고 수련 프로그램 좋다는 평 받아 정원 늘고 동구에 의대학사 운영 계기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서울아산병원 등 교육 협력해야 다양한 경험 쌓고 수준 높아질 것 지역 인재 유출 막으려면 의료 인프라 구축하고 정주여건 개선을 울산대 의대 출신으로 후배들 롤모델 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터

2025-01-19     김상아 기자
박종하 신임 울산대학교병원장이 지난 17일 울산대학교병원 병원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울산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수화 기자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시민들이 큰 병에 걸려도 망설이지 않고 울산에서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박종하(54) 제15대 울산대학교병원 신임 병원장은 지난 17일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는 정부가 지방 의료체계 붕괴에 대응하고자 지난 꺼내든 카드다. 지방 거점병원인 권역 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 환자들이 앞뒤 없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상경해 진료하는 현상을 막는 데 있다. 그러려면 경증부터 중증에 이르는 어떠한 질환도 내가 사는 지역 내에서 제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족한 지방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의료체계의 핵심 자원인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지방 의료 현장 공백이 더 심각해졌다. 결국 정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로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중차대한 과도기에 부임한 박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새로운 대안'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원정 진료 없는 지방 의료'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2021년 울산 내·외 전체 진료비 2조1,276억원 중 타지역 유출 진료비가 3,478억원에 달했는데, 지역의료계는 대부분 '암 환자' 진료비로 보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이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지만, 여전히 '암 걸리면 서울 대형병원 가야지'라는 무의식적 사고가 울산은 물론 전 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는 "울산에 살면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울산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어떤 홍보보다 강력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의료품질,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울산대병원은 암병원, 심장병원, 뇌병원 전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은 단일공으로 최소 침습 수술이 가능한 최신 다빈치SP 로봇 장비를 두 대 갖췄다. 다빈치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세계적인 추세인데, 이중 SP는 4세대 모델 중 가장 최신형으로 국내 병·의원을 통틀어 20여대가 전부다. 또 지역에서 두 대를 갖춘 곳은 울산대병원이 유일하다. 로봇 수술의 90%가 암 수술인데, 첨단 진료에 앞장서고 있다.

또 울산시가 추진하는 양성자 치료센터가 건립되면 수술, 항암, 방사선 등 암 치료 3개 축이 완벽하게 갖춰지게 된다.

이와 함께 지난 2023년 개소한 카티세포치료센터(CAR-T Cell therapy Center)는 환자의 50%가량이 부산, 경남, 경북 등 타지에서 찾고 있을 만큼 치료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이 분야에서는 수도권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런 울산대병원의 행보는 상급종합병원 역할과도 방향을 같이한다. 중증진료에 더 집중하고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서 지역 책임의료기관 등과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병원 역할에 맞는 의료서비스 제공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도 울산을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에 가장 이상적인 도시로 꼽았다. 지난해 울산대병원이 지방 유일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한 것이 그 이유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심뇌혈관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돼 응급의료체계 축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박종하 신임 울산대학교병원장이 지난 17일 울산대학교병원 병원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울산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수화 기자

'제로 웨이팅' 기다림 없는 병원을 표방하며 환자 중심의 서비스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문병원 기능에 집중하면서 코디네이터 업무도 강화했다. 첫 진료 예약부터 다음 검사 예약·치료까지 불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기다림의 시간을 줄인 것이다. 병원 진료협력센터 패스트트랙을 이용하면 2~3일 내 첫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특히 CT, MRI검가 대기를 줄이고, 수술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마취과 전문의 등 인력 충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공의 공백 상태에서 기존 의료진이 지치지 않도록 진료 지원 간호사를 100명 이상 늘렸다. 박 병원장은 이 과정에서 초기에 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김두겸 울산시장과 울산시에 감사를 표했다.

의정 갈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지역의료계의 동량인 의대생 지원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울산대병원이 지금의 성장이 있었던 건 대학병원이 되면서부터이고, 또 이 성장은 지역의료계의 성장과 함께했다.

그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울산대병원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데, 수련 프로그램도 좋다고 평이 나있다"면서도 "이번에 정원이 늘고 동구에 울산대 의대학사가 처음으로 운영돼 부속병원으로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교수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 다만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등 다 같이 의대생 교육에 협력해야 한다. 울산에만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 인재가 결국 서울로 떠나는 것을 많이들 우려하는데, 고립된 문화는 발전이 없다. 수련을 막을 게 아니라 인재들이 울산에 남을 수 있을 만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주여건을 만드는데 힘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병원장은 울산대병원 최초의 울산대 의대 출신 병원장이다. 지난 14대까지 서울대 의대 출신이 역대 병원장을 역임해 왔는데, 그 벽을 허문 첫 주자다.

그는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는 울산대 의대와 울산대병원이 있어 가능했다. 첫 번째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울산대 의대 출신으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3월 병원 개원 5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시민들의 격려와 성원이 있어서 지금까지 병원이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50년은 시민들이 언제든지 믿고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병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