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치골 골목길

골목길 사라진다는 말 들려 오치골 투어 아파트 늘어나 추억 사라져 아쉬운 마음 따뜻한 전설·사계절 꽃핀 벽화 보며 미소

2025-01-21     고은희 울산문인협회 회장·수필가
고은희 울산문인협회 회장·수필가

 까마귀와 꿩의 전설이 있는 울산 양정동 오치(烏雉)골 골목길을 걷는다. 양정동 키워드는 현대자동차와 오치골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곳 전설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따돌림당하는 까마귀를 꿩 무리가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고 오순도순 힘을 합해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골목을 걷는 내내 마음이 뜨끈해지는 이유도 전설과 무관하지 않다.

 오치골 골목길의 특징은 벽화다. 울산의 벽화마을은 남구 신화마을과 동구 성끝 벽화마을을 꼽을 수 있는데, 오치골 벽화마을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 있다. 몇 개 테마로 구성돼 있어 아기자기하다. 나무와 꽃, 까미와 꼬미, 그리고 사람이 등장하는 벽화와 자동차 도시답게 자동차 그림도 있다. 모두 파스텔 톤이라 은근하게 전설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평범하고 칙칙한 담이 그림으로 인해 환한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골목길을 걷는 이유 중 하나가 이야기가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골목길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쯤 골목 투어에 나섰다. 울산은 물론이고 타지역 골목길을 탐방해 왔다. 골목은 감성을 주는 공유공간이다. 어릴 적에 골목에서 공기놀이와 딱지치기, 고무줄놀이와 비석 치기를 하면서 한나절을 보냈다. 해가 저물면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곧이어 저녁을 먹으라는 어머니 목소리가 어김없이 들렸다. 골목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내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아침이면 두부 장수의 종소리에 잠이 깨어 하루를 열었다. 이런 추억이 묻어있고, 삶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골목길을 쉽게 놓을 수가 없어 골목길 탐방을 시작하게 됐다. 

 식구들이 다 떠나고 없는 고향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살던 집터에 아파트가 들어서 추억이 달아났고, 골목길도 사라져 버렸다. 친구들과 놀던 자리를 더듬으며 걸었는데, 그때 그 자리가 맞는지 아리송했다. 콩나물 도가도 없어지고, 꽈배기 공장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동네에 카페가 들어서 환하기는 하나 옛날의 감성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양정동 오치골 마을은 걸으면 걸을수록 매력적이다. 주차 공간이 많지 않은 덕분에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양정 자동차 테마거리가 조성됐고, 골목길을 넓혀 자동차 길과 인도가 함께 조성돼 걷고 달리는 길로 업그레이드 됐다.

 다섯 개 구간인 자동차 테마 거리는 구간마다 시대에 따른 자동차의 변천을 담았다. 첫 번째 구간에서는 1886년부터 1939년까지 실제 도로를 달렸던 초창기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구간에서는 1940년대부터 1969년을 주름잡은 자동차를, 세 번째 구간은 레트로 자동차를 테마로 1970년부터 1989년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자동차를 살펴볼 수 있다. 네 번째 구간은 ‘뉴트로 자동차시대’를 테마로 하고 있다. 다섯 번째 구간에서는 미래에 만들어질 자동차들의 모습을 테마로 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를 살펴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를 마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돼 있는 양정동, 그리고 오치골 마을은 적어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누구네 집에 고기를 구워 냄새를 피우면 같이 드시자고 권하기도 한다. 아직도 정이 넘치고 이웃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지 않아 살맛 나는 마을이다. 

 오치골 마을의 백미는 양정생활체육공원과 숲이다. 축구장 가장자리를 몇 바퀴를 도는 주민을 쉽게 만난다. 숲에서 전하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주민들의 얼굴이 밝다. 도심에 있으면서 산뷰를 만끽할 수 있는 오치골은 전설을 담은 만화를 보면서 걸을 수 있다. 

 페인팅한 바닥의 게임용 그림과 글귀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예쁜 곳에 더 예쁜 당신이’라는 글이 찰나적이지만, 살짝 들뜨게 한다. 고은희 울산문인협회 회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