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 산업도시 이점 살려 기업 주도 노인 일자리 확대를

[집중기획] 2차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하) 법적 노인기준 65세···체감은 평균 71.6세 경력·노하우 무용지물 퇴직후 단순 노무직 공공 일자리도 경험자 우대···역차별 논란 정부, 공무직 만65세 정년 연장 조정 착수 울산지역 공무원도 정년 연장 찬성 목소리 "퇴직연령-연금수령 시기 불일치 소득 공백 임금피크제 형태 아닌 현직 정년 연장돼야" "정부지원-기업협조 성공사례 만들면 참여늘것"

2025-01-22     신섬미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명표'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태어난 남자와 여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 연수)은 '83.5세'로 1970년대 62.3세 보다 20년 넘게 늘었다. 그렇다 보니 법적 정년 나이인 만 60세 이후 적어도 10년 이상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순 노무밖에 없는 현실···인식 변화 필요

현재 법적 노인 연령 기준은 65세다. 하지만 2024 울산시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의 울산시민 노후준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울산시민이 생각하는 노후 시작 연령은 68.1세,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은 평균 66.9세로 나타났다. 30~60대에게 경제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물었을 때 전 연령층 평균 65세를 넘었다.

전국적으로 보면 노인의 기준은 더 올라간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서는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은 평균 '71.6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십년 경력과 노하우가 무색하게 퇴직 후 단순 노무직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은 단순 노무 종사자가 3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농림어업숙련종사자 20.3%, 서비스 종사자 14.4%, 판매종사자 12.5%, 기능원 및 관련 직종 7.0%, 관리자 5.6% 순이었다. 일의 내용으로 살펴보면 농림축산어업 종사자(24.5%)가 가장 많았고, 경비·수위·시설관리·청소(18.1%)와 가사·조리·음식·돌봄(14.3%)이 뒤를 이었다.

퇴직자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울산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60세 이상 퇴직자들에 대해 '일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서 중장년층 고용시장이 얼어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민간업체로 가더라도 경비나 청소 같은 단순 노무 일자리밖에 없어 결국 공공 일자리로 눈을 돌린다. 규정된 정년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험자 우대'가 불러온 중고 신입의 좌절

중장년층의 민간업체 일자리 문이 좁다 보니 더 일하기를 희망하는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들은 비교적 접근이 쉬운 공공 일자리로 눈길을 돌린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마저 공정성,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경 정화 활동, 시설 관리, 도우미, 기관 지원이나 보조 등 단순 노무 업무도 모집 시 경험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우대' 적용을 하고 있어서다. 이 제도가 중장년 신입들의 공공 일자리 진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25년 상반기 중구 '외솔기념관'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주업무는 외솔기념관 생가 환경정비, 시설관리, 관람객 응대, 교육프로그램 운영 보조 등인데 우대 요건에 '유관기관 6개월 이상 환경정비 업무 경력 보유자, 최근 3년 이내 유관기관 자원봉사 실적'이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올라온 울주군 언양읍 민원실 운영 보조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도 마찬가지다. 민원 서식 작성 안내, 무인민원발급기 이용 안내 등이 주 업무인데 최근 5년 이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학교 등)유사 업무 합산 1년 이상이면 20점이나, 경력이 없을 경우 5점이다. 올해 1월 올라온 울주군 두동면 환경정비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도 청소 경력 8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10점이지만, 미만일 경우에는 5점으로 차이가 났다.

단일 세대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2차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본격화된 가운데 계속해서 일 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한정된 일자리에서 경험자를 우대하게 되면 신입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울산의 수십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채 노인기로 진입하게 되면 결국 노인 빈곤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정년 연장' 화두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공무직에서 먼저 움직임을 보였다. 현행대로라면 행정안전부 공무직 노동자의 정년은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만60세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소속 공무직 노동자 2,300여명의 정년을 만 65세까지 단계별로 연장하는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규정'을 시행했다. 정년을 맞은 해 별도 심사를 통해 정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울산의 공무원들도 정년 연장에 찬성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정재홍 본부장은 "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직업 선택에도 제한을 받고 있어서 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퇴직 연령과 연금 수령 시기가 불일치하면서 1996년 이후 입사자들은 퇴직 후 소득 공백이 생겨 힘겨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직 수당이 평균 6,000~7,000만원인데 자녀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임금 피크제라든지 재고용 같은 형태가 아닌 정년 연장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 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박상미 연구위원은 "평생 동안 직업이 3번 이상 바뀐다고 한다. 노인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일을 하는데 이 중 소득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 일자리를 더 만들기는 어렵다"라며 "질 높고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공 일자리 외에도 기업이 참여하는 일자리가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울산의 장점은 기업이 많다는 거다. 정부가 지원 해주고 기업이 협조 하는 그런 노인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모아 시범적으로 운영을 하고, 이후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면 참여 기업들이 늘어날 거다. 그 기업들의 의견을 통해 단계적으로 넓혀가면서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재활용한 일자리 창출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섬미 기자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