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따뜻한 한끼의 힘’···한파 속 북새통 이룬 무료급식소
동장군 기승 속 개점 전 '오픈런' 이용객 대부분 70~80대 어르신 인근 복지관 급식비 오르며 수요↑ "물가 많이 올라 운영하기 빠듯"
"누구한테는 한 끼가 누구에게는 하루 끼니가 돼요."
함께 먹는 일의 거룩함은 한파에도 계속됐다.
연일 강추위가 이어진 가운데 6일 아침 8시 50분 중구 반구동의 한 무료급식소 건물 앞. 이날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뚝 떨어졌다.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았다.
무료급식소 앞에는 두툼한 외투에 털 모자를 뒤집어 쓴 노인들이 배고픔·추위와 맞서고 있었다. 무료 배식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배식을 받으려면 앞으로 1시간 4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하지만 노인들은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 곳을 찾는다고 했다. 급식소 좌석은 모두 72개다.
배식 줄에 서 있던 신모(82) 노인은 "일찍 와야 자리가 있지, 안 그러면 자리가 없어서 밖에서 한참 기다려야 되거든. 날이 춥다 아잉교. 퍼뜩 먹고 나도 퍼뜩 비키줘야 다음 사람도 또 먹지"라고 전했다.
오전 9시가 되자 배식 준비를 위해 출근한 관계자가 무료급식소 문을 열었고, 노인들의 '오픈런'이 시작됐다.
이 곳을 찾는 단골은 대다수 70~80대 노인들로 목발을 짚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무료급식소 관계자가 지하 식당까지 부축한다. 급식소 테이블은 끼니를 해결하러 온 노인들로 입장 한 시간도 채 안돼 만원이 됐다.
그나마 며칠째 계속된 한파 탓인지 이날은 '단골'이 그나마 좀 적게 왔다. 많을 땐 한 끼에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여기서 끼니를 해결한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인근 복지관에서도 급식을 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가격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렸다더라"면서 "그래서 그런가 우리 급식소를 찾는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다. 작년보다 물가도 많이 올라서 운영하기가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메뉴는 떡국이다. 매주 봉사활동을 지원하는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울산지부에서 식재료를 준비해 무료급식소와 함께 음식을 했다.
배식 시간인 10시 30분이 되자 봉사자들이 식사를 자리로 전달한다. 음식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네며 허연 김이 펄펄 나는 떡국을 한 술 떴다. 왁자지껄하던 대화는 금새 끊기고 수저 소리만 분주하다. 배식 시작 30분도 채 안돼 급식소는 텅 비었다. 한 노인은 문 앞에 식재료가 담겼던 폐지를 주워 밖을 나서기도 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성환 특수임무유공자회 고문은 "한 번은 왜소한 할머니가 밥을 엄청 많이 드시길래 지켜봤는데, 음식을 싸서 가시실래 나중에 따로 들어보니 싸간 음식으로 저녁까지 해결한다고 하더라. 우리 주변에 딱하신 분들이 참 많다"고 귀띔했다.
2월 현재 울산에 등록된 어르신 경로식당은 37곳, 예산을 지원받지 않고 독립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는 4~5곳으로 알려졌다.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잘 먹고 간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지역에서 많은 도움과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