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사라지나···지역학교, 축소 여론 솔솔

올해 연간 학사일정 확정 앞두고 소풍·수련회 등 연 1회로 축소 당일치기 수학여행 등 제기 교사 "사고책임 다 떠안아야 하고 심의 등 절차 복잡하고 까다로워" 시교육청, 보조인력 배치 조례 추진

2025-02-19     강은정 기자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주차장에 체험학습 등 단체 손님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들이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울산지역 각 학교의 현장체험학습 횟수가 줄어들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체험학습 중 학생 사망으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교사들이 '직'을 걸어야하는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풍은 2번에서 1번으로 줄이고, 수학여행은 하루 견학 정도로 축소되는 형국이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역 각 학교의 교사들은 올해 연간 학사일정 확정을 앞두고 현장체험학습 운영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체험학습 사망사고 관련 담임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위험요소가 많은 현장체험학습을 유지해야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체험학습을 전면 중단하자는 의견도 있고, 소풍, 수학여행, 수련회 등을 모두 줄여 연 1회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상황에 따라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진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각급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축소 또는 폐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체험학습은 이번 선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었다. 학부모는 금전적인 부담과 사고 우려, 학교는 장소 선정과 진행 등을 위한 수개월간의 준비 등에 따른 부담, 학생들은 장소와 참여에 대한 불만 등이 있는 상황에 인솔교사 안전사고시 책임론까지 부각되자 굳이 현장체험학습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은 필히 사라져야할 관행이다. 교사들이 그동안 의무적으로 시행되지 않아도 될 현장체험학습을 '학생을 위해' 시행했는데 학부모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따지기만 한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몰래 따라와서 지켜보는 학부모도 많다. 학생들의 부주의로 조금이라도 다칠 경우 교사는 학부모의 욕받이가 돼야한다"라며 "체험학습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전적인 교사의 책임을 해소하지 않는 한 현장체험학습은 시행되지 못할거다. 가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장 허가에 따른 교외체험학습(개인적으로 학교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경우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으로 개별적으로 가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이 정한 현장체험학습 운영 길라잡이 내용 중 일부.

절차적 복잡성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도 나왔다.

울산시교육청이 각 학교에 제공한 90여쪽에 달하는 현장체험학습 운영 길라잡이에 따르면 학교에서 수학여행, 수련회 등의 활동 계획을 수립하면 학부모 동의율이 최소 70%를 넘어야한다. 안전요원은 참여인원수에 따라 1명은 의무적으로 배치하되 인원이 많을 경우 50명당 1명 등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후 활성화 위원회를 구성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받아야한다. 사전 답사는 최소 1회 이상 해야하고, 사전컨설팅을 받아야하는 현장체험학습이 있다. 교사들이 사후 정산 업무를 떠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을 한번 가려면 6개월 전부터 결정하고 진행해야한다. 교사입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들과 뭘 배우고 이야기할지 정하고, 학생들 안전에 신경쓰는 것만해도 버거운데 잇딴 계획에 사고시 책임은 담임교사가 오롯이 져야하는 상황을 감당하고 감내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번 선고로 또 각종 안전장치가 추가될텐데 그에 따른 공문을 만들고 심의를 거쳐야하는 등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질게 뻔하다. 보호장치는 없고 책임만 지우면 누가 하려하겠나 싶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안전보호대책을 마련해주고 우리가 더 주의하고 조심히 살피면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을 위해 현장체험학습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현장체험학습시 보조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