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다녔는데"··· 아파트 단지 외부인 통행금지 논란
입주민, 소음·쓰레기 처리 등 골머리 지름길 사용 인근 주민들 "야박하다" 인근 아파트는 스크린도어까지 설치 사유지 해당 법적으로 개방 강제 못해 생활권 보장vs 집단 이기주의 '분분'
"맨날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야박하죠."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 최근 '아파트 내 외부인 통행금지 현수막'이 내걸리며 입주민 생활권 보장과 집단 이기주의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25일 찾은 남구의 A아파트. 지난 2004년 580여 세대 규모로 준공된 이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는 최근 커다란 현수막이 곳곳에 부착됐다. 현수막에는 "외부인들의 반려견 산책과 배설물로 인해 입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외부인들이 무단으로 대형마트 통행해 입주민들이 불편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A아파트 주변으로는 1,5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빌라, 사택 등 대규모 주거 단지가 형성돼 아파트 단지 내부는 인근 주민들이 대형마트로 가는 지름길로 20년 가까이 쓰이고 있다.
인근 아파트의 한 주민은 "수십 년 동안 잘 다녔는데 갑자기 현수막이 저렇게 걸려있으니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A아파트 주민들도 신선산 등으로 걸어갈 때 우리 아파트 내부 길을 이용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는 입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점을 알려주는 차원이었다고 현수막을 내건 이유를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그동안 입주민들이 아파트 단지로 다니는 외부인들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수레를 끌고 가거나, 늦은 시간 농구장 이용 등 소음피해도 있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나오는 배설물도 화단에 많다. 청소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파트 회의에서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하자는 안건도 있었지만 너무 야박해 보인다는 이유로 결국 부결됐다. 그래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현수막이라도 걸었다.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안다. 외부인들이 봤을 때 어떻게 느낄까 싶어서 문구도 엄청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 내 외부인 통행으로 빚어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B아파트는 한쪽 입구에 철제 울타리와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외부인의 통행을 전면 차단한 상태다.
190세대 규모로 2003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의 내부 길은 그동안 인근 주민들이 시장으로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이용됐다. 그러나 지난 2023년 시장 입구로 통하는 아파트 한쪽 입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20년 정도 아파트를 개방했다. 그동안 오토바이도 많이 지나다녔고, 새벽에 아파트 길을 통과하는 사람들로 잠이 깰 정도였다. 특히 야시장을 하면서 아파트 내 벤치에서 취객들이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시설물을 파괴하는 등 피해가 너무 컸다"며 "결국 주민 총회를 열어 80% 찬성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게 됐는데 주민 만족도가 굉장히 크다. 외부인의 시선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입주민 입장에서는 우리 권리를 찾은 셈이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내부는 사유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개방을 강제할 수도 없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상 아파트 입구에 스크린도어 등 시설물 설치를 위해서는 허가나 신고가 필요하다. B아파트의 경우 면적의 10% 이내 증설에 해당해서 신고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울산지역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방범 등의 이유로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추세다. 공사단계부터 적용되는 현장도 있고 나중에 필요에 의해 아파트 단지에서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