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사총사' 뜬다···울산 첫 여자펜싱팀, 전국체전 금 '정조준'
임주미·이혜인·유단우·김가은 합류 올해 초 지역 첫 '여자펜싱팀' 창단 주종목 '에페'···남녀 선수 함께 훈련 단체전 강점 전국체전 우승 목표 이승림 감독 "최상 컨디션 견인 집중"
울산 펜싱의 역사는 30년이 훌쩍 넘는다. 울주군청 소속으로 1991년 창단한 펜싱팀을 모태로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지역 만의 펜싱팀이 생겨났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울산은 구교동, 김상훈, 김정관, 박희경, 김원진, 김상민, 박상영 등 국제대회에도 통하는 선수들을 육성해왔고, 김원진과 박상영이 각각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면 여자펜싱 육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여자펜싱팀을 갖췄고, 전국에서도 명문으로 꼽힌 울산중앙여고 펜싱팀(현 스포츠과학고 펜싱팀)도 있었지만, 정작 실업팀이 없어 유망주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행스럽게도 이 잔혹사는 올해부터 끊길 예정이다. 첫 펜싱여성팀이 올초 창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찾은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 내 펜싱훈련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호장구를 찬 선수들이 서로를 응시한 채 1대1 승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울산 펜싱의 주요 종목은 전신이 유효면이고 우선권이 존재하지 않는 '에페'로, 그 특성상 양측의 공방이 쉴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훈련 상대는 남녀 구분 없이 이뤄지고 있었고, 경기 트랙 옆에는 이미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머리보호구만 벗은 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경기 중인 선수들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올해 창단한 여자 펜싱부가 가세하면서 선수가 9명으로 늘어나면서, 훈련 분위기도 더 살아났다는 게 선수들의 증언이다. 여자 선수로 임주미, 이혜인, 유단우, 김가은이 합류했다.
첫 창단 여자 펜싱부의 주장을 맡게 된 임주미(32)는 "경기도에서만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다가 처음 울산으로 넘어왔는데, 남녀 구분 없이 훈련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모두 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모인 만큼 합을 맞춰가고 있는 단계이다. 일단 올해 전국체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부 주장을 맡고 있는 황현일(31)도 "남녀 따로 주장을 맡았지만, 따로 구분 없이 함께 훈련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시커먼 남자들만 있다 보니 사실 좀 칙칙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는데, 여자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팀 분위기도 화사해지고 경기 운영 등에서 서로의 장단점도 체득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라고 웃어 보았다.
여자 펜싱부의 전체적인 선수 구성도 올 한 해 성적의 기대를 높인다.
지난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강원도청 소속으로 에페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에 빛나는 이혜인(30)은 물론 유단우(28), 임주미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력이 있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갖췄다. 막내 김가은(24)도 지난해 부산시청 소속으로 김해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검증된 선수다. 특히 이혜인과 김가은은 소위 '로컬보이'라 불리는 울산 토박이로, 심지어 둘 다 서여중과 중앙여고를 나온 선후배 관계라 고향팀 소속이란 심리적 안정감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김가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분위기가 다르달까,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고향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정말 큰 것 같다"며 "중·고등학교에서 만난 인연도 이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등학교 은사셨던 감독님의 제의가 한 몫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각자 다루는 손과 손잡이 유형이 다른 점도 강점이다. 왼손잡이와 오른잡이가 2명씩이고, 양손 모두 1명씩 막대형 그립과 권총형 그립을 사용하고 있어 단체전에서 굉장히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다.
울산 소속으로 선수부터 코치까지 40년 가까이 지역 펜싱계에 몸담았던 이승림 감독의 유연한 리더쉽도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은 20여년간 울산중앙여고·스포츠과학고 감독을 맡았고, 지난해 처음 펜싱 울산시청 실업팀 감독을 수행하고 있다.
이승림 감독은 "오랫동안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 성장기에 있던 청소년들이 대상이었던 터라 '가르침'에 중점을 뒀는데, 실업선수들은 프로지 않나. 그동안 행했던 코칭 방식을 바꿔야 했다"며 "선수들이 기술·멘탈 모두 적정 수준에 도달해 있는 만큼 일일이 가르치기 보단 소통을 통해 개개인과 성향과 보완점을 찾아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매니저'의 역할에 보다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시체육회가 팀 창단에 이어 훈련장 리모델링 등 추가지원을 약속한 만큼 지역체육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