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매포커스] "연주는 연주자 성격과 닮아···'좋은 사람' 되고자 노력"

[울산 출신 세계적 더블베이시스트 임채문] 명정초 합주부서 더블베이스 처음 접해 하면 할수록 여리고 서글픈 소리 매력적 작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종신 단원 014년 한예종 합격후 울산시향과 협연 스승 장현민과 협연 가장 기억에 남아 오는 8월 울주문화예술회관서 공연 다양한 레퍼토리 들려줄 수 있도록 기획 영국 왕립음악원 학생 가르칠 때 즐거워 앞으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싶어

2025-03-10     고은정 기자
더블베이시스트 임채문. 본인 제공

마치 대지를 울리는 듯한 깊은 울림과 풍부한 음색을 가진 '더블베이스'. 오케스트라 울림의 뼈대를 만드는 묵직하고 깊은 소리는 청중을 홀릴 만큼 매력적이다. 그 묵직한 울림의 악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일은 예사로운 작업이 아니다. 지난해 초 세계 최정상급 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종신 단원이 돼 국내외 클래식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 있다. 바로 서른 살이 채 되지 않은 울산 출신의 더블베이시스트 임채문이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종신 단원으로 1년을 보낸 그를 본지가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대부분의 연주는 연주자의 목소리, 성격과 빼 닮아있다"며 "그래서 따뜻하면서도 단단하고, 또 소신있으며 유연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 항상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6일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마친 후 단원들과 기념촬영(맨 왼쪽이 임채문).본인 제공

-수많은 악기 중 더블베이스를 선택한 이유는?
△시작은 명정초등학교 오케스트라 합주부였다. 사실 클라리넷을 원했는데 희망자가 너무 많아 더블베이스로 밀렸다. 그런데 더블베이스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었다. 아주 어둡고 거대한 소리가 나다가도 그 어느 것보다 여리고 서글픈 소리가 나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더블베이시스트가 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과 이유는?
△작년 독일의 작은 규모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신년 음악회에 도와줄 수 있냐는 급한 제의가 와 프로그램도 모른 채로 달려갔다. 그런데 초등 시절 연주했던 왈츠, 행진곡 프로그램이었다. 연주하는 동안 즐거움과 궁금증, 행복만 가득했던 6학년 초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 들고 스스로도 뿌듯했던 시간이었다.


-울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와 이유는?
△201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후 울산시향의 젊은 협연자 공모가 있어 지오반니 보테시니 협주곡 2번 3악장을 준비했다. 막상 오디션에 들어가서는 1악장을 연주해 합격했다. 1악장을 울산시향과 연주하고 스승인 장현민 단원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셨는데 정말 뿌듯했다. 언젠가 전 악장으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다.

-더블베이스 솔로 공연은 흔치 않다. 과감하고 화려한 솔로 연주로 악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사실 어떠한 피드백이나 수식어를 듣고자 연습과 연주를 인위적으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냥 판단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고, 원하는 연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난해 아시아투어 중 창덕궁을 둘러보고 기념촬영. 본인 제공

-올해 한국, 특히 울산에서의 공연계획은?
△울산에서의 연주는 8월 울주문화예술회관('8시 클래식')만 계획돼 있다. 솔로곡은 모두 비올라, 첼로의 곡이고 바이올린, 첼로와의 듀오 곡도 연주한다. 베이스 레퍼토리뿐만 아닌 다양하게 들려주고자 멋진 동료들과 함께 연주를 기획했다.

앞서 4월 19일 대구시향과 교향악축제에서 니노 로타 디베르티멘토 콘체르탄테를 연주한다. 니노 로타가 가진 거대하면서도 로맨틱한 사운드, 그리고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오스카상까지 수상했던 그의 대중성과 예술성이 합쳐진 이 곡을 꼭 한번 연주하고 싶었다. 4월 23일에 KBS교향악단과도 협연한다. 울산에서의 연주가 가장 기대되고 떨린다.

전 LSO 더블베이시스트이자, 현 지휘자인 Michael Francis(맨 왼쪽) 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기념 촬영. 본인 제공

-종신 단원이 된 지 1년이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 자랑 좀.
△최근 3주간의 미국투어를 마쳤다. 경계가 없이 모두가 친구같이 편하다. 따뜻하고 재밌고, 그 성격들이 음악에도 묻어져 미세한 타이밍이나 소리 변화에도 누구보다 서로 빨리 알아채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런던 현지 생활은 어떤가?
△ 리허설 후에는 개인 연습을 하고, 연주가 끝나면 단원들과 펍(PUB)에 가서 여느 영국인들처럼 서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짧게 쉬는 휴일들은 개인 연습, 다음 리허설 준비를 하고 길게 쉴 때면 독일 다른 오케스트라에 객원을 나가기도 한다. 최근 자전거를 타는 취미가 생겨 자전거로 출근을 자주 한다. 매일 아침 빅밴, 런던 브릿지를 지나치며 감사와 축복을 느낀다.


-울산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더블베이스 협주곡 명작들을 추천한다면?
△'반할 콘체르토', '보테시니 콘체르토', '쿠세비츠키 콘체르토'를 뽑고 싶다. 전 세계 오디션에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이자, 오케스트라와 연주 시 베이스가 빛날 수 있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곡들이다. 아직 '반할 콘체르토'를 협연한 적이 없는데, 다음 협연곡으로 고르지 않을까 싶다.


-음악을 하는 데 있어 신념과 목표는?
△'좋은 사람이 되자'이다. 대개 소심한 사람은 연주도 소심하게 하고 허둥대는 사람은 연주도 허둥대며 한다. 신기할 정도로 연주자의 목소리, 성격과 닮아있다. 따뜻하면서도 단단하고, 또 소신있으며 유연한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먼저 그런 인성과 목소리를 가지고 싶다. 앞으로 연주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싶다. 최근 영국 왕립음악원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배운 걸 공유하는 게 정말 즐거웠다.

플로리다 해변에서 단원들과 휴식시간을 즐기고 있다. 본인 제공

-울산 클래식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클래식은 사실 입문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자꾸 연주회를 찾고 좋아하는 곡이나 연주자가 생기기도 하면 차츰차츰 클래식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나 클래식 음악감상이 취미야"라고 말하는 것. 꽤 세련되고 멋지지 않나? 이런 작은 걸음이 울산이 문화도시로 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임채문 씨는 작년 8월 독일 명문 밤베르크 심포니의 부악장인 설민경 바이올리니스트와 결혼했다. 떨어져 있지만 뮤지션 특성상 쉬는 날들이 많아 함께하는 시간은 많다고 한다. 부모님은 울산에 거주 중으로, 울산을 방문해 함께 태화강 국가정원을 걷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낼 때면 그 어느 해외에서의 삶보다도 행복하다고 한다.

더블베이스는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됐지만, 아직도 표준 악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서른을 앞둔 임채문 연주자. 앞으로도 더블베이스만큼이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