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울산, 소설이 되다Ⅲ] 태화나루 명예살인 사건(10)

2025-03-16     강정원 기자
배호 그림


견조이의 행실은 확실히 비난받을 만하다. 주변인들은 물론 마을 사람들도 이것을 증언하고 있었다. 음탕했다거나 간통하였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했다. 다만 소문의 증거를 말하는 이는 없었다. 남에게 금전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원한을 살 범죄를 저지른 일도 없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여 비난을 달고 살았던 사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죄.

"이제 들으신 바와 같이 제 동생은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 자살하였던 것입니다."

시신의 얼굴이 다시 가마니로 덮이는 것을 보며 견성민이 말했다. 그의 아버지도 가세했다.

"어릴 때부터 심성이 곱지 못하여 늘 골칫거리였습니다. 아비 된 자격으로 부끄러운 말이오나 소박맞아 친정으로 돌아온 주제에 간음을 일삼는다는 소문까지 돌아 심하게 매질하였지만, 실효가 없었습니다. 저는 여식이 눈에 띌 때마다 어디 가서 콱 죽어버리라고 악담했습니다. 제 여식이 자살한 것은 제가 그리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죄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접니다,"

견성민의 아버지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졸지에 딸을 잃고 이제 그 딸을 죽인 아들이 큰 벌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죽은 딸은 죽은 것이고 아들은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런 이치만으로 다스릴 수는 없다. 범죄는 법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치가 아니다.

잠시 후 견조이가 처음 시집간 집에서 죽은 전남편의 동생이 도착했다. 죽은 여인의 신원을 알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관원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 역시 견조이의 행실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았다. 그는 더 나아가 자신의 형님이 죽게 된 것은 부인을 잘못 만난 때문이었다고까지 말했다. 곽임택과 첫 번째 남편의 동생조차 자신의 딸을 비난하는 말을 듣고 있던 견조이의 아버지는 엄청난 갈등―부모 된 도리로서 딸이 아무리 못났기로서니 어찌 이처럼 비난하는가에 대해 항변하고 싶은 욕망이 턱밑까지 차올랐으나 죽어 마땅한 딸로 만들어야만 아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양손을 꽉 움켜쥐고 어깨를 움츠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그것은 참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태화강 하류에서 수거한 것을 모두 가지고 오도록 했다. 발견된 것은 목재로 만든 도구나 가구의 판재 몇 점이 전부였다. 다만 건져내 말린 종이쪽지 하나가 눈에 띄었는데, 작고 찢어진 채 일부분만 남아 있어서 뭐라 썼는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보자기에 싸여 있는 물건들을 잠시 지키고 있으라 한 뒤 뱃사공이 배에서 발견하여 가져온 물건들도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견성민과 시신, 그리고 배에 남겨진 물건들이 나란히 놓였다.

"이것은 익숙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가 동생과 함께 탄 배에 남겨놓은 물건이니까."

견성민이 이것을 쳐다보았다. 견성민의 부모와 친지들, 망자의 두 시댁에서 온 사람들, 향리들과 구경 온 동헌 근처 마을 사람들까지 하나의 큰 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나는 방망이로 물건 하나하나를 지적하며 말했다.

"이 물건들은 누구의 것이냐?"

"모두 제 동생의 것입니다."

"네 말대로라면 네 동생은 죽기 위해 배에 탔는데, 이 물건들은 말하자면 유품으로 남기기 위해 가져왔다는 것이냐?"

"그럴 것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동생이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저 파란 보자기를 잘 살펴주시오."

"파란 보자기? 이것 말이냐?"

나는 방망이로 풀린 한쪽을 들어 올렸다.

"속에 돈 30문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자세히 보라는 말이냐?"

"아니오라. 그 속에, 아니면 아래에, 아니면 저기 보이는 모시 베 어딘가에…"

"거기에 이것 말고 뭐가 더 있었더냐?"

"모르겠사옵니다. 분명 내 동생이, 죽고자 하여, 죽어야 하니까…."

또다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네 말인즉, 여기 놓여 있는 물건 외에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게 네 동생이 죽은 이유와 관계있다는 뜻이렸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견성민이 시선을 외면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본 적이 없으니 차치하고라도, 여기 놓인 물건들이 네 말대로 자살하기 위해 배에 오른 여인이 가져온 물건이라면 그 뜻이 있을 터이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